인플레 놓고 엇갈린 해법…백악관 경기부양 vs 연준 긴축

기사등록 2021/11/12 11:10:49 최종수정 2021/11/12 14:04:41

연준은 고삐죄는데 백악관은 돈줄 푸는 정책 추진

인플레이션 일시적 전망했지만 장기화 우려 높아져

"물가안정 책임은 연준에 있어…정부 재정정책 우려"

[볼티모어=AP/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메릴랜드주의 볼티모어 항만을 방문해 연설하고 있다. 오는 15일 인프라 예산 법안에 서명하는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많은 사람이 경제에 대해 불안감을 가지고 있고 우리 모두는 그 이유를 알고 있다"라며 인프라 예산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2021.11.11.

[서울=뉴시스] 임종명 기자 = 미국에서 30년 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치솟고 있는 인플레이션 해법을 놓고 백악관과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연준)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연준은 그간 펼쳐왔던 경기부양책을 내년 6월까지 점차적으로 철회하겠다는 결정을 내린 가운데 조 바이든 정부는 역점 사업인 인프라법, 사회복지성 지출법 등을 통해 약 3조 달러(3536조7000억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하는 경기부양책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CNN은 11일(현지시간) 이런 상황을 '연준과 백악관이 대치 국면을 맞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지난 몇 달 동안 바이든 정부와 연준은 대중들에게 코로나19 대유행의 결과로 인플레이션이 나타난 것이며 이는 일시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경제 전반에 걸쳐 물가가 계속 상승함에 따라 해결책 마련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노동력 부족과 원재자값 상승, 에너지 비용 증가, 늘어나는 수요를 못 맞추는 공급량 등 복합적인 이유로 물가 상승이 가속화하는 상황이다.

바이든 정부는 1조7500억 달러 규모의 사회복지성 지출 법안을 통과시키려 하고 있는데 이것은 육아, 저렴한 주거, 건강 관리에 대한 국가의 접근 방식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또 오는 15일 서명할 예정인 1조2000억 달러 규모의 초당적 인프라법은 정부가 향후 10년 간 기반시설에 지출할 계획이 담겼다. 예산의 5분의 1이 도로 건설과 보수에 할당되고 광대역 통신망, 지하철 시스템, 여객철도, 공항, 항만 및 전력시설을 개선하는데 사용될 예정이다.

백악관은 이번 인플레이션이 코로나19 대유행에서 경제가 회복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인프라법을 통해 고용 증대 등 경제 역량이 확충돼 물가가 안정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10일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항만을 방문해 오는 인프라법안이 많은 사람이 갖고 있는 경제 불안에 대한 해결책이 될 것이라는 취지의 연설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연준은 고용시장이 계속 회복될 수 있도록 금리를 낮게 유지하고 자산 매입을 꾸준히 감소시킨다는 결정을 내렸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침체됐던 경기가 어느 정도 회복세를 보임에 따라 부양책을 철회해 고용 안정 등을 꾀한다는 전략이다. 리처드 클래리다 연준 부의장은 이르면 내년 말께 금리 인상을 위한 조건, 물가 안정과 성장률 상승, 고용 안정 등이 충족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워싱턴=AP/뉴시스]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이 2020년 12월1일 상원 금융위원회 청문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준 관계자들은 지난 4월 회의에서 미국 경제가 예상보다 빨리 깨어나고 있는 것과 관련, 중앙은행의 초저금리 유지를 완화하기 위한 계획을 시작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19일(현지시간) 공개된 의사록에서 나타났다. 2021.5.20

전문가들은 바이든 정부의 정책이 연준이 추진 중인 방향성과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정책과 연준의 정책이 맞물리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인플레이션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의 경제 고문이었던 글렌 허바드는 연준이 중심을 잡지 않으면 인플레이션을 통제할 수 없게 될 위험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바이든 정부의 정책과 관련해 "말도 안 된다. 불에 기름을 부을 필요는 없다"고 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에게 조언했던 하버드 경제학자 제이슨 퍼먼도 물가안정 책임이 연준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 "연준은 최대 고용과 물가 안정이라는 이중적인 권한을 부여받고 있다. 그들은 일자리와 물가에 대한 월간 데이터를 처리하고 그에 따라 조정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재정 정책은 우리의 장기적 미래처럼 더 큰 걱정거리가 있다"고 전했다.

민주당 조 만친(웨스트버지니아) 상원 의원은 바이든 정부의 사회복지성 지출법안에 투입될 예산이 너무 크다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는 지난 10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기록적인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미국민들에게 제기되는 위협은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식료품점에서 주유소에 이르기까지 국민들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더 많은 지불을 하는 것이 현실이라는 것을 알고 있고 워싱턴 DC는 더 이상 국민들이 매일 느끼는 경제적 고통을 무시할 수 없다"고 했다.

CNN은 인플레이션 뿐 아니라 미국인들이 미래에 대해 어떻게 느끼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만약 사람들이 물가가 훨씬 떠 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빠르게 악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국민들은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고 이는 결국 더 많은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번 공급망 대란만 봐도 부족한 운송기사들을 추가 채용하기 위해 업체들은 임금 인상을 단행했고, 이는 기업들에게 보다 많은 운송료를 부담케 했다. 여기에 원자재값 상승 등이 겹치면서 기업들이 가격 인상 조치를 취하고 있어 소비자들의 부담이 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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