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굴착기로 건물 철거한 재하도급 업체대표 신문
"하청 업체가 공사비 연이어 후려쳤다" 졸속 공사로
[광주=뉴시스] 신대희 기자 = 사상자 17명을 낸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사업 정비 4구역 철거 건물 붕괴 참사 재판에서 하청 업체가 불법 재하청을 준 업체를 상대로 공사 단가를 연이어 후려쳤다는 증언이 나왔다. 불법 재하도급 관행 속에 공사비를 82%나 깎아 안전 관리 부실과 비리 복마전이 다시 확인됐다.
광주지법 제11형사부(재판장 정지선 부장판사)는 8일 201호 법정에서 업무상 과실치사와 산업안전보건법·건축물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학동 재개발 정비 4구역 시공업체(현대산업개발), 하청·재하청 업체(㈜한솔·백솔) 관계자와 감리 등 공범 7명에 대한 제3회 공판기일을 열었다.
법정에서는 재하청 업체 ㈜백솔 대표 겸 굴착기 기사 조모(47)씨를 상대로 증인 신문이 이뤄졌다.
검사는 '불법 재하도급에 따른 지분 쪼개기와 공사 단가 후려치기가 졸속 공사를 초래했다'는 점을 규명키 위한 질의를 이어갔다.
현대산업개발은 학동 4구역 일반 건축물 철거 공사를 한솔에 맡겼다. 공사비는 50억 7000만 원이었다.
한솔은 다원이앤씨와 '이면 계약'을 맺고 공사비를 '7대 3'으로 나눠 챙긴 뒤 백솔에 11억 원으로 재하청을 줬다.
조씨는 "한솔이 중복해서 공사비를 깎아 11억 원이 아닌 9억 원을 지급받았다"고 증언했다.
조씨는 "평당 4만원으로 책정된 공사비 중 6800원은 한솔 대표 가족이 운영하는 정비업체에, 5000원은 추후 현금으로 한솔에 되돌려 주는 방식으로 계약을 맺었다. 평당 2만 8200원에 계약을 맺어 9억 원을 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씨는 하루 임차료가 300만 원에 달하는 고층전용 굴착기(팔 길이 38m) 대신 공사 비용 절감과 기간 단축을 위해 팔 길이 10.8m의 30t급 굴착기를 사용했다는 취지의 증언도 했다.
당시 면밀한 사전 구조 검토 없이 내부까지 흙더미(11m 높이)를 쌓고 'ㄷ자 형태'로 만든 건물을 과다 살수와 함께 무리하게 철거하면서 흙더미와 1층 바닥 구조물(슬래브)이 내려앉으며 건물이 통째로 붕괴했다.
조씨는 "건물 뒤쪽에 흙더미를 쌓으라고 다원이앤씨 현장소장이 시켰다. 한솔·다원이앤씨 현장소장 승인이 있어야 돈을 받을 수 있어 지시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 "살수를 늘리는 것은 안전상 좋지 않다고 이야기 했지만 묵인됐다. 버스승강장 이설 문제도 논의되지 않았다. 해체계획서를 본 적이 없고, 감리를 받으라는 지시는 없었다"며 안전 소홀에 직·간접적인 책임이 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다음 재판은 오는 17일 열린다.
조씨와 함께 기소된 이들은 원청 시공업체 현대산업개발(HDC) 현장소장 서모(57)씨·공무부장 노씨·안전부장 김모(56)씨, 하청업체 ㈜한솔 현장소장 강모(28)씨, ㈜다원이앤씨 현장소장 김모(49)씨, 감리 차모(59·여)씨 등이다.
이들은 철거 공정 전반에 대한 안전 관리·감독 소홀로 지난 6월 9일 학동 재개발사업 정비 4구역에서 철거 중인 지하 1층·지상 5층 건물의 붕괴를 일으켜 시내버스 탑승자 9명을 숨지게 하고, 8명을 다치게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학동 재개발 4구역 내 주요 하청 철거 계약 구조는 ▲일반 건축물(재개발조합→현대산업개발→한솔·다원이앤씨→백솔) ▲석면(조합→다원·지형이앤씨→대인산업개발→해인산업개발) ▲지장물(조합→거산건설·대건건설·한솔) ▲정비기반 시설(조합→효창건설·HSB건설) 등으로 파악됐다.
철거 공사비는 불법 재하도급 구조와 이면 계약을 거치면서 3.3m²당 28만 원→10만 원→4만 원→2만 8000원까지 크게 줄었고, 건물 해체 물량이 뒤에서 앞으로 쏠리는 수평 하중을 고려하지 않은 날림 공사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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