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發 밥먹듯 굶는 간호사들…간부 "다이어트 탓" 폭언

기사등록 2021/11/07 14:00:00 최종수정 2021/11/07 14:49:29

비(非)코로나 환자 담당 간호사도 업무부담 가중

4개월간 평균 10끼…사실상 거의 매일 끼니 걸러

고위급 간부 "다이어트 하느라 안 먹는 것" 폭언

인력 추가 투입·휴식시간 보장 등 처우개선 촉구

[서울=뉴시스]서울 동작구 흑석동 중앙대병원 전경. (사진= 중앙대병원 제공) 2021.11.07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서울 흑석동 중앙대병원에서 코로나19 전담 병동이 운영되면서 비(非)코로나 환자들을 돌보는 간호사들의 업무 부담도 늘어나 사실상 밥 먹듯이 끼니를 거르고 일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런 가운데 병원 고위급 간부가 "간호사들이 다이어트 하느라 안 먹는 것"이라고 폭언을 했다는 폭로도 나왔다.

 7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 흑석동 중앙대병원에는 다정관 4층부터 9층까지 병동이 있다. 이 중 6층 병동은 코로나19 사태로 같은 건물 7~8층 병동이 코로나19 전담 병동으로 운영되면서 다정관의 모든 진료과 환자가 몰려들어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최근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중앙대학교의료원지부가 다정관 6층 병동 간호사 23명을 대상으로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4개월 간 하루 평균 식사수를 분석한 결과 0.086끼(임신 중인 두 명의 직원 제외)로 총 120일 간 10끼 정도를 먹은 것으로 확인됐다. 12일마다 한 끼를 먹은 셈으로 사실상 거의 매일 걸렀다는 얘기가 된다.

간호사들은 24시간 환자를 돌봐야 하는 업무의 특성상 하루 8시간씩 데이(Day)·이브닝(Evening)·나이트(Night) 3교대로 근무한다. 하지만 오버타임(추가근무)까지 하면 10시간 이상 일할 때도 있다. 사실상 거의 매일 적어도 8시간 이상, 많게는 10시간 이상 식사를 거르고 근무한 셈이다.

중앙대병원의 한 간호사는 "오전에 수술과 퇴원 정리를 끝내면 오후에는 입원 환자, 코로나 선제격리 해제 환자들이 밀려들기 시작한다"면서 "매번 추가 처방을 확인하지 못할 만큼 바쁜 일상의 연속이다 보니 식사시간 직원식당을 이용할 짬도 없다"고 털어놨다.

6층 병동의 경우 평균 10개 진료과 환자가 뒤섞이다 보니 주요 진료과목인 비뇨기과, 내분비과, 이비인후과 등보다 다른 진료과 환자가 더 많은 경우도 종종 있고, 한 간호사가 진료과가 모두 다른 환자들을 담당했을 때도 있었다고 한다.

또 다른 간호사는 "4~5층 병동에서 재원일수가 지나 6층 병동으로 옮겨오는 환자의 경우 중증도가 높고, 심폐소생술 거부(DNR) 또는 임종 직전 환자인 경우가 태반"이라면서 "중증도 높은 내과 환자와 수술 전후 외과 환자가 뒤섞이면서 6층 병동은 혼돈의 도가니"라고 말했다.

간호사들을 더욱 힘 빠지게 하는 것은 병원 내 고위 간부의 폭언이다. 중앙대병원 간호사는 "간호부 최고위급 간부가 간호사들이 식사도 거르고 근무하는 현실에 대해  '바빠서 못 먹는 게 아니라 다이어트 하느라 안 먹는 것'이라고 말해 참담하고 억울했다"면서 "코로나와 싸우느라 2년 가까이 희생하며 묵묵히 일하는 간호사들을 2, 3배 더 힘들게 했다"고 토로했다.

중앙대학교의료원지부는 병원 측에 ▲정규 간호 인력 추가 투입 ▲휴식시간 보장 ▲한 병동에 여러 진료과 환자 혼재 개선 ▲각 진료과 간 협력 통한 환자 안전 보장 등 간호사의 근무 여건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다정관 6층 병동 만의 문제가 아닌 데다 환자의 안전을 지키고 치료 효과를 높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중앙대학교의료원지부 관계자는 "하루종일 발에 불이 나도록 뛰는데 출근해 30분 휴식시간도 없어 명백한 근로기준법 위반"이라면서 "쉬기는 커녕 밥도 못 먹고 있어 더 이상은 버틸 수 없을 만큼 위태롭다"고 호소했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사용자는 근로자의 근로시간이 4시간인 경우 30분 이상, 8시간이면 1시간 이상 휴게시간을 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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