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스트 대통령' 자청 이재명, 여성 비호감 극복 총력

기사등록 2021/10/31 12:36:18 최종수정 2021/10/31 16:42:43

'女비호감' 이재명, 후보 선출 이후 女행사 첫 참석

'성평등' 문구 기념사진…성차별· 대안 마련도 약속

'페미니스트 대통령' 약속하고 표심 얻은 文 연상

남인순·권인숙 등 文 여성 정책 기획자 대거 합류

"일부러 그렇게 했다고 생각 안해 줬으면 좋겠다"

[고양=뉴시스] 국회사진기자단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31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상암농구장에서 2030 여성들과 여성에 맞게 규격과 규칙이 조정된 농구와 흡사한 생활체육 '넷볼' 경기를 체험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1.10.31.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재우 권지원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20대 대통령 선거 후보가 31일 20·30세대 여성과 접점 찾기에 나섰다. 여성과 20·30세대는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층으로 분류되지만 이 후보는 이들에게 '비호감'으로 찍혀있다. 이들의 거부감 해소는 박빙으로 예상되는 본선에서 승리를 위해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 중 하나로 꼽힌다.

이 후보는 이날 경기 고양시 덕양구 상암농구장에서 열린 '이재명 후보와 2030여성 생활체육으로 만나다' 행사에 참석해 여성들과 넷볼 경기를 하고 간담회도 진행했다. 이 후보가 지난 10일 민주당 후보로 선출된 이후 여성을 특정한 행사에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후보는 여성 참가자들과 함께 '성평등한 일상, 성평등한 운동장', '나이 성별 장애 등에 상관없이 동네에서부터 안전하고 평등하게'라는 문구가 적힌 운동용 수건을 들고 사진 촬영을 했다. 그는 간담회 참석자들로부터 성차별, 성폭력 사례 등을 듣고 대안 마련도 약속했다.

이 후보는 '형수 욕설', '여배우 스캔들' 등 도덕성 논란으로 여성 유권자 사이에서 비호감 인물로 꼽힌다. 여배우 스캔들은 지난 2010년부터 매 선거마다 소환돼 불륜에 민감한 여성 표심을 자극하고 있다. 형수 욕설도 이 후보의 수차례 사과에도 거친 이미지를 강화하며 발목을 잡고 있다.

역대 선거에서 진보 성향을 보여온 20·30세대는 조국 사태와 부동산값 폭등 등의 여파로 탈(脫)진보 현상을 보이고 있다. 공정에 민감한 MZ세대는 민주당이 아닌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에게 지지를 보내며 '무야홍(무조건 야권 후보는 홍준표) 현상'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이 후보와 민주당은 여성과 20·30세대의 거부감을 해소하기 위해 공약과 선거대책위원회 인선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후보 측은 수행실장에 여성 의원을 공동 기용하는 등 선대위 주요 보직에 남녀를 동수 포진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행사도 비호감의 벽을 깨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7년 대선에서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는 공약으로 맘카페 등 여성층의 전폭적인 지지를 끌어낸 것을 참고한 것으로도 보인다. 당시 문 대통령의 여성 분야를 담당한 남인순 의원, 권인숙 의원 등은 이 후보를 돕고 있다.

문 대통령은 당시 '페미니스트 대통령'을 공약하고 성평등 공약을 발표했다. 전국지역맘카페 회원들과 만나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는 공약을 확인하는 한편 여성가족부 폐지에 반대하고 역할을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여성 일자리와 젠더 감수성 확대 등도 다짐했다.

문 대통령은 여성 운동가 출신인 이미경 전 의원과 남인순 전 의원이 캠프 여성 정책을 총괄하는 것을 언급하면서 "남성들이 대한민국 최고의 전투적 페미니스트라고 불편해한다"고 자랑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부천경찰서 성고문 피해자이자 여성학자인 권인숙 당시 명지대 교수(현 민주당 의원)도 캠프에 영입했다. 권 교수는 당시 "주류 남성은 다양한 여성과 함께하면서 더 많이 불편하고 조심하며 의제설정에서 여성과 젠더이슈를 기본으로 생각하는 감수성을 키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이 후보는 31일 행사 직후 기자들과 만나 '여성을 특정한 행사는 참여는 처음이다. 여성 표심 잡기 일환으로 해석하면 되느냐'는 질문에 "마음 잡기라는게 억지로 한다고 되겠느냐"고 말을 아꼈다.

그는 "모든 영역의 시민을 접촉해야 한다. 장애인도 만나고 청년도 만나고 여성도 만나고 노동자도 만나고 (해야 한다). 그중 일부로 봐주면 좋겠다. 뺄 수는 없지 않느냐. 생활의 여러 영역을 끊임없이 보게 될 테니까"라며 "일부러 그렇게 했다고 생각 안 해줬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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