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北 장거리 순항미사일 몰랐나…실시간 탐지 함구

기사등록 2021/09/13 15:20:48

합참과 미군, 실시간 탐지 여부 답변 안 해

순항미사일, 저고도 비행 유지시 탐지 곤란

지난해 4월 순항미사일 발사 실시간 탐지

[서울=뉴시스] 북한이 시험발사한 신형 장거리 순항미사일. 2021.09.13. (사진=노동신문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한미 군 당국이 북한의 신형 장거리 순항미사일을 탐지했는지 여부를 놓고 입을 다물고 있다. 한미연합군의 미사일 탐지 역량을 시험하려는 북한의 의도가 엿보이는 가운데 한미의 향후 대응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 김준락 공보실장은 이날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우리 군은 한미 정보당국 간 긴밀한 공조하에 분석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합참은 북한이 미사일을 시험 발사한 지난 11~12일 실시간 탐지하고 있었는지 여부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미국 역시 실시간 탐지 여부에 답을 하지 않고 있다. 미국 인도태평양 사령부는 이날 누리집에 올린 성명에서 "우리는 북한의 순항 미사일 발사 보도들을 알고 있다"며 "우리는 계속해서 상황을 주시할 것이고, 우리의 동맹, 협력국들과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군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실시간에 가깝게 감시하고 있지만 그간 성명이나 보도에서는 '발사 사실을 파악하고 있었다'고 밝히지 않고 '보도 내용을 알고 있다'는 식으로 발표해왔다. 미군의 탐지 능력이 북한에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한미 군당국이 북한 순항미사일을 아예 탐지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날 조선중앙통신 발표 내용을 보면 북한은 지난 11일과 12일 타원과 8자형 궤도를 반복해서 비행하는 형태로 1500㎞급 순항미사일의 비행 성능을 시험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타국 개발사례에서도 시험 공역 확보가 제한되는 경우 자주 볼 수 있는 시험 비행 형태다.

류성엽 21세기 군사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은 "7580초(약 126분)간 1500㎞ 비행 시 비행속도는 시속 약 714㎞, 초속 약 197.9m, 수준"이라며 "최근의 기온을 고려해 시험 시 기온을 20°C~30°C 수준이고 고도 변화가 없는 저고도 조건이었다고 가정하면 평균 속도는 마하 0.57~0.58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서울=뉴시스] 북한 신형 순항미사일과 유사기종 비교. 2021.09.13. (사진=신종우 한국국방연구포럼 사무국장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처럼 순항미사일이 탄도미사일에 비해 속도가 느리긴 하지만 저고도로 발사할 경우 레이더로 탐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순항미사일은 대기권 안에서만 비행한다. 궤적을 바꿔가며 목표물을 향해 날아간다. 순항미사일은 로켓 엔진을 장착하는 탄도미사일과 달리 비행기에 달리는 제트 엔진을 탑재한다. 순항미사일이 제트 엔진을 사용하는 것은 비교적 오랜 시간 동안 작동함으로써 사정거리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고도를 유지할 경우 레이더 탐지가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순항미사일 탐지가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지난해 4월14일 북한이 동해상으로 단거리 순항미사일을 발사했을 당시 한미 군 당국은 이를 포착해 실시간 공개했다. 당시는 북한 동해안에서 합동훈련이 벌어지고 있었고 이에 따라 한미 군의 정찰 자산이 현장을 들여다보고 있던 상황이었다. 이 때문에 이번 순항미사일 발사 때는 한미 군이 북한이 발표하기 전까지 아예 몰랐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아울러 이번 시험 발사에는 한미 군 당국의 탐지 능력을 시험하려는 의도도 읽힌다.

북한은 지난 3월 개량형 이스칸데르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 당시에도 한미 군당국의 능력을 시험했다. 합참이 당시 미사일 사거리를 450㎞로 분석하자 북한은 다음날 보도를 통해 사거리를 600㎞로 발표하며 한미 군 당국 발표를 뒤집었다. 이에 따라 한미의 미사일 탐지 능력에 대한 비판이 고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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