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 주거침입죄로 처벌?…전합 판단
주거침입죄 보호법익 쟁점…어디까지?
'외형적 불법행위 유무' 중요하단 대법
"다른 거주자 동의 없다고 처벌 안돼"
다른 거주자의 동의를 받지 못했더라도 출입 과정에서 겉으로 드러나는 불법이 없었다면 주거침입이 아니라는 게 대법원 판단의 골자다.
간통죄가 사라진 상황에서 주거침입죄로 부정행위를 처벌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렸지만, 대법원은 그 적용 범위를 좁게 해석한 것이다.
10일 법원에 따르면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전날 주거침입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지난 2019년 내연관계에 있던 B씨 집에 들어가 부정한 행위를 해 B씨의 남편으로부터 주거침입 혐의로 고발됐다.
검찰은 A씨가 공동주거인 중 1명인 B씨의 동의만 받고, B씨 남편 의 '추정적 의사'에 반해 집에 들어간 것이므로 주거침입에 해당하는 것으로 봤다.
대법원은 1984년 이같은 사례에서 주거침입죄를 인정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 2015년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간통죄가 폐지되면서 상황은 바뀌었다.
쟁점은 형법상 주거침입죄가 어떤 권리와 이익을 보호하는지였다. 일반적인 주거침입죄의 보호법익은 거주자가 자신의 집을 점유하고 관리하면서 누리는 평온이다.
검찰은 이같은 보호법익을 보다 넓게 해석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B씨 남편으로선 자신이 알지 못하는 사이에 개인적인 공간이 노출된 것인데, 이같은 사생활 역시 주거침입죄가 보호해야 할 이익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또 검찰은 불륜 역시 주거침입죄를 구성하는 불법행위로 봐야 한다고도 했다. 출입문을 부수거나 흉기를 소지한 경우 불법행위가 있어 주거침입죄에 해당한다. 불륜이라는 부정행위는 더 이상 형법으로 처벌되진 않지만, 민법상 손해를 배상할 수도 있는 불법행위라는 이유에서다.
어떠한 행위가 주거침입에 해당하려면 시설 파손과 흉기 소지와 같이 객관적이고 외형적으로 드러나는지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부정행위는 그런 기준으로 분류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전합은 명백한 불법행위로 집에 들어간 경우에는 침입이 성립돼 주거의 평온을 깨뜨린 것이므로 주거침입죄로 볼 수 있지만, 단순히 공동거주자 중 1명의 동의를 얻지 않았다는 주관적인 사정만으로는 처벌까지 힘들다고 결론 내렸다.
동의 여부만으로 주거침입죄를 적용한다면 공동거주자 중 어느 1명의 권리가 지나치게 우선시된다고 본 대법관도 있었다. 부모가 반대하는 애인을 집에 몰래 데려올 경우, 이를 주거침입으로 처벌하면 자녀보다 부모의 권리가 우선순위에 놓이는 경우를 예상해볼 수 있다.
불법행위를 사용해 출입했더라도 내 집에 들어간 것이라면 주거침입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판단도 나왔다.
부부싸움을 한 뒤 집을 비웠다가 귀가한 C씨는 부인이 문을 열어주지 않자 강제로 부쉈다. 하지만 주거침입죄는 타인의 집에 침입한 경우에만 성립되고, 집에 들어간 행위가 평온을 해친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처벌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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