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바늘구멍'…특공 추첨제 도입에도 '희망고문' 우려 여전

기사등록 2021/09/08 15:31:35 최종수정 2021/09/08 15:33:28

고소득자·무자녀 신혼·1인 가구 청약 기회 확대

"배제된 수요자 기회 주어지는 자체는 긍정적"

"공급 확대 없이 파이 나눠먹기…제로섬 게임"

"주택공급 부족, 그림의 떡…시장 안정 제한적"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 디지털 망원경으로 바라본 서울시내 아파트의 모습. 2021.08.26. jhope@newsis.com

 
[서울=뉴시스] 강세훈 기자 = 정부가 1인 가구와 무자녀 신혼부부, 고소득 맞벌이 부부에게 청약 특별공급 기회를 확대한 것은 젊은 층을 청약시장에 묶어두려는 의도가 깔려있다. 최근 청약의 높은 벽에 막힌 젊은 층이 기존 주택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이는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국토교통부는 8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생애최초·신혼 특공 제도 일부 개편안'을 발표하고 오는 11월 이후 입주자 모집 단지부터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개편안에 따르면 생애최초·신혼부부 특공 물량의 30%는 소득과 상관없이 추첨방식으로 당첨자를 뽑는다.

현재는 소득기준 160% 이하만 신청이 가능해 대기업 맞벌이 부부는 신청조차 못한다는 불만이 많은 데 따른 조치다. 다만 소득요건 160%를 초과하는 가구에 대해서는 자산기준(오피스텔, 토지 등 부동산 가액 3억3100만원)을 적용해 '금수저 특공'을 막기로 했다.
 
또한 신혼 특공 30% 추첨 물량은 자녀수와 상관없이 당첨자를 선정하며, 생애최초 특공 30% 추첨 물량은 1인 가구도 지원할 수 있다. 그동안 청약시장에서 소외됐던 무자녀 신혼부부, 1인 가구도 당첨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지난해 민영주택에서 신혼부부·생애최초 특공은 약 6만 가구가 공급됐다. 이 중 추첨제 적용(30%) 물량 추산 시 약 1만8000가구 수준이 예상된다.

기존의 특공 대기수요자를 배려하기 위해 물량의 70%는 소득 요건에 따라 우선공급하고, 남은 30%는 우선공급에서 탈락한 가구와 이번에 신규로 편입된 대상자를 합쳐 추첨 방식으로 당첨자를 정한다.

또 장기간 무주택을 유지한 중장년층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일반공급(가점제) 비중은 그대로 유지한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번 개편이 그동안 청약시장에서 소외됐던 이들에게 기회를 열어주는 것이라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아예 청약 신청 자격이 안되거나, 신청은 되더라도 가점 취득이 어려워 당첨 가능성이 극히 낮은 수요자들에게 긍정적"이라며 "특히 추첨의 경우에는 비록 물량이 적더라도 그간 배제된 수요자들에게 기회 자체가 주어진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서울=뉴시스]

 하지만 한정된 공급 물량 속에서 경쟁을 하는 만큼 기존의 소득 제한을 충족하며 청약 당첨을 기다렸던 청약 도전자들의 기회를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

국토부도 이날 첨부 자료를 통해 "기존 신혼부부·생애최초 특별공급 대기수요자 청약 기회의 일부 축소는 불가피 할 것"이라고 인정했다.

이번 청약제도 개편이 기존주택 시장의 패닉바잉(공황매수) 심리를 진정시키는 데 한계가 있고, 집값 안정에도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현재 주택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서울과 수도권 인기지역은 세 자릿수 경쟁률을 기록하는 단지가 속출하고 있다. 결국 높은 청약 경쟁률 속에 또 다시 희망고문 대상자만 늘어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불안감을 갖고 있는 1인 가구를 위해 특공 기회를 부여하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상대적으로 기회가 줄어든 사람들은 피해의식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 개선하든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제로섬 게임만 가중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지금 주택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라 청약 제도를 개편해도 큰 의미가 없다. 청약 경쟁률이 워낙 높아 그림의 떡이나 마찬가지"라며 "이에 시장 안정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kangse@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