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분쟁 조정 신청은 0건…소송절차 부담
손 못 대는 소비자원…"금융당국과 협의 중"
피해구제도 업체들 환불 조치로 진행 안 돼
국회 계류된 집단소송법 통과 필요 지적도
하지만 피해자들이 이른 시간 안에 실효성 있는 구제를 받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집단분쟁 조정 신청은 단 한건도 없었다.
한국소비자원에서도 피해구제 등 추가 절차 도입을 개시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머지플러스와 e커머스 업체들이 결제 금액을 일부 환불하고 있는 데다 금융감독원, 경찰 등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8일 뉴시스와 통화에서 머지포인트 운영 축소 발표 당일인 8월11일부터 9월6일까지 관련 상담이 총 1만7158건 접수됐다고 밝혔다.
머지포인트 운영사 머지플러스는 물론 상품을 판매한 티몬, G마켓, 롯데온(ON), 위메프, 11번가 등 e커머스 업체들을 상대로 제기된 모든 상담 건수다.
관련 상담이 한 달도 채 안 되는 시간에 1만건을 넘어선 것은 이례적이다.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됐던 머지포인트 관련 상담은 서비스 축소 전인 올해 1~7월 총 128건, 지난해 한해 통틀어 72건이었다.
머지포인트 피해자들은 구매액 환불을 요청하기 위해 한국소비자원에 피해구제 신청, 단순 상담 등 이의신청을 제기하고 있다. 이날 포털사이트 블로그, 피해자 카페를 살펴보면 한국소비자원에 피해구제를 신청하라는 안내 글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피해자들이 단시간 안에 실효성 있는 조치를 받기는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다.
공정거래위원회 산하 한국소비자원은 소비자 피해구제를 위해 소비자상담센터에서 상담을 신청 받은 뒤 민원이 원활히 해결되지 않으면 피해구제(처리) 단계로 이관해 민사소송 전 합의를 권고할 수 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머지플러스, e커머스 업체에서 환불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지속해 밝히고 있어 피해구제 단계로 이관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수 소비자가 함께 해결을 요구하는 집단분쟁 조정 신청은 지난 6일 기준 단 한건도 접수되지 않았다.
집단분쟁 조정은 법률상 또는 사실상 쟁점이 같은 비슷한 유형의 피해를 본 소비자 50명 이상이 모인 뒤, 대표 당사자를 선임해 조정을 요구하는 제도다.
신청이 이뤄지면 현행 소비자기본법에 따라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는 원칙적으로 60일 이내에 절차를 개시해야 한다. 조사가 필요하다는 이유 등으로 보류할 수 있지만, 접수일로부터 총 120일을 넘길 수 없다.
조정 절차 개시까지 법에 따라 시간표가 보장돼 있음에도 집단분쟁 조정 신청이 단 한 건도 없는 이유로는 피해자 대다수가 소액피해자라는 점이 원인으로 꼽힌다. 변호사를 선임해야 하는 데다 피해 액수도 제각각이고 조정에 강제성도 없다.
머지포인트 사태는 머지플러스가 전자금융업 등록을 이유로 서비스 축소 운영을 발표하기 전까진 공정위, 금융당국은 물론 경찰·검찰 수사망에도 잡히지 않았던 사각지대였다.
관계 당국에서도 사태가 발생한 이후에 '정부 디지털 금융 범죄 상시모니터링단' 등 사각지대 적발을 위한 시스템 구축을 검토하는 등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식 행보를 보이는 상황이다.
머지포인트를 판매한 e커머스 업체 중 11번가와 위메프가 8월 중 상품을 구매한 소비자에게 결제액을 환불하겠다고 밝혔으나 업체들이 그 이전까지 구매한 포인트에 대한 환불에 나설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머지플러스가 직접 진행하고 있는 환급 방침을 두고도 사태 초기부터 논란이 있었다. 미사용분에 대해 구매가격 90%를 환급한다고 안내하면서 피해자 항의가 거셌다. 포털사이트 피해자 카페 등에선 한달이 다 되도록 환급을 받지 못했다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머지플러스 측은 11번가 환급 방침이 발표된 직후인 지난달 26일 카카오톡 채널을 통해 공지를 올려 환불을 일시 중단했다가 9월1일부터 다시 이를 재개했다.
머지플러스 측은 "환불은 내부 정책에 따라 차례대로 진행되며, 검수 중 정보 불일치로 일부 환불이 지연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 법은 소액 피해자들이 개별 소송을 제기하지 않아도 되고 비용 부담을 최소화하며 법원을 통해 집단소송에 나설 수 있도록 한다. 현행 '증권 관련 집단소송법'과 달리 범위를 소비자가 입은 피해 전반으로 확대하는 방안이다.
일부 법안에는 법원이 사건을 검토해 소송비용 등 예납을 유예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법원이 필요하다면 피해자 총원 범위를 조정할 수도 있다.
기준치 600배가 넘는 유해성분 검출로 리콜된 '국민 아기욕조' 사건으로 사용자 3000명을 대리해 집단소송을 진행 중인 이승익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는 "머지포인트 사건은 국회에서 집단소송법을 신속하게 도입할 필요가 있음을 절실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과거 디젤차 배기가스 조작 사건의 경우 집단소송제가 활발한 미국과 특별법으로 집단소송법을 도입한 독일에선 피해자에 대해 충분한 배상이 이뤄졌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손해배상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며 "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분야 제한 없이 확대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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