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박재홍 "부소니 우승, 실감 안나…음악이 힘 됐으면"

기사등록 2021/09/04 13:54:23
[서울=뉴시스]피아니스트 박재홍. (사진=금호문화재단 제공) 2021.09.04.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재훈 강진아 기자 = "감회가 새롭죠. 아직까지 실감이 안 나요."

금호영재 출신 피아니스트 박재홍(22)이 3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볼차노에서 폐막한 '제63회 페루초 부소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박재홍은 4일 뉴시스와 통화에서 "결과가 나오고도 한동안 어리벙벙했다"고 말했다. 그는 현지에서 막 축하 행사를 끝내고, 호텔로 돌아와 잠을 청하려던 참이었다. 지칠 법도 한데 박재홍의 목소리엔 피곤한 기색보다, 진심으로 감사해하는 기운이 묻어났다.

얼마 전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총장이 된 피아니스트 김대진을 사사 중인 그는 "가장 감사한 분은 선생님이었다. 우승 직후 통화를 했는데, 너무 기뻐하셔서 저도 더 흥분이 됐다"고 즐거워했다.

박재홍은 2014년 금호영재콘서트에서 데뷔해 여러 콩쿠르에서 입상했다. 2014년 에틀링겐 영아티스트 국제 피아노 콩쿠르 4위, 2015년 클리블랜드 영아티스트 국제 피아노 콩쿠르 1위, 2016년 지나 바카우어 영아티스트 국제 피아노 콩쿠르 1위, 2017년 아르투르 루빈스타인 국제 피아노 콩쿠르 결선 진출 등이다.

그럼에도 굵직한 콩쿠르인 부소니 우승은 남다르다. 이탈리아 출신 세계적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페루치오 부소니(1866~1924)를 기리는 부소니 콩쿠르는 1위를 쉽게 허락하지 않아왔다.

1949년 1회부터 3회까지 '1위 없는 2위'를 냈다. 격년제로 바뀐 2002년 이후에도 단 6명에게만 1위를 안겼다. 2015년 문지영이 아시아 및 한국인 최초로 1위를 했다.

콩쿠르 참가 전 이탈리아에서 5일간 격리를 한 박재홍은 "코로나19 기간에도 무사히 국제적인 콩쿠르가 열려, 저희 같은 젊은 연주자들에게 기회가 주어진 것에 대해 감사하다"면서 "정말 코로나19 시국에 많은 분들이 힘들어하시는데, 고독하거나 외로운 시기에 음악이 버틸 수 있는 힘을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재홍은 이번에 1위를 비롯해 총 5관왕을 안으며 스타덤에 올랐다. 부소니 작품 최고연주상, 실내악 최고 연주상, 앨리스 타르타로티(Alice Tartarotti) 특별상, 키보드 커리어 개발 특별상 등 4개 부문 특별상을 거머쥐었다.
[서울=뉴시스] 왼쪽부터 3위 루카스 슈테르나트(오스트리아)·1위 박재홍·2위 김도현, 제63회 페루초 부소니 국제 피아노 콩쿠르 1-3위 수상자 사진. 09.04. (사진 = Ferrucio Busoni International Piano Competition 2021 제공) photo@newsis.com
박재홍은 "부상으로 연주 기회가 많이 주어져서 기쁘다. 2주 동안 더 이탈리아에서 머물며 연주를 하고 아시아 투어도 돌 예정이며 이후 유럽에서 다양한 연주를 하게 된다"고 전했다.

그는 우승 특전으로 하이든 오케스트라와 2023년 연주 투어, 실내악 특별상 부상으로 2023년 2월 슈만 콰르텟과의 연주 투어 기회를 받게 됐다.

박재홍은 하이든 오케스트라와 협연으로 치른 결승에서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3번을 연주했다. 그가 평소 제일 좋아하는 곡 중 하나다.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의 깊이를 표현한 곡"이기 때문이다.

이번 부소니 콩쿠르 우승으로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주목받는 박재홍은 "작곡가가 먼저 들리는 연주자가 되고 싶다"고 바람을 내비쳤다.

한편 또 다른 한국의 피아니스트 김도현(27)이 이번 대회에서 2위에 올랐다.

부소니 콩쿠르 역대 한국인 수상자로는 백건우(1969년 금메달 *특별상), 서혜경(1980년 1위없는 2위), 이윤수(1997년 1위없는 2위), 손민수(1999년 3위), 조혜정(2001년 2위), 임동민(2001년 3위), 김혜진(2005년 3위), 문지영(2015년 1위), 원재연(2017년 2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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