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구조사 남친이 여친 폭행해 결국 사망
폭행 이유는…"왜 우리 사이 주변에 알렸냐"
피해여성 모친, 청와대 청원…20만명 넘어
살인죄·상해치사 등 적용 혐의 형 달라져
28일 피해여성의 모친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남자친구에게 폭행 당해 사망한 딸의 엄마입니다'라는 제목의 청원글은 오전 9시께 기준 30만5628명의 동의를 얻었다. 해당 청원글은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받으면서 청와대의 직접 답변을 받게 됐다.
피해여성의 모친은 "제 딸의 남자친구는 엘리베이터 앞에서 딸의 머리와 배에 폭행을 일삼고 쓰러뜨린 뒤 위에 올라타 무릎으로 짓누르는 등 도저히 사람이 사람에게 할 수 없는 무자비한 폭력을 자행했다"며 "119가 도착했을 때 딸은 이미 심정지 상태였고 중환자실에서 3주를 버티다 하늘로 떠났다"고 전했다.
모친은 "남자친구는 운동을 즐겨하며 응급구조사 자격증이 있는 건장한 30살 청년인 반면 딸은 왜소한 체격"이라며 "남자친구는 고의가 아니었다고 주장하지만 과연 자신의 힘이 연약한 여자를 해칠 수 있다는 걸 몰랐겠느냐"고 적었다.
이어 "일반인이라도 의식을 잃고 쓰러진 사람을 보면 곧바로 119에 신고부터 하는 것이 정상"이라며 "하지만 남자친구는 자신의 죄를 덮기 위해 딸을 다른 곳으로 옮긴 뒤 한참이 지나서야 119에 허위신고를 하고, 쓰러진 딸을 일부러 방치해 골든타임을 놓치게 했다"고 덧붙였다.
모친은 "아이나 여성 등 약자에게 가하는 폭력은 곧 살인과 다름 없다"며 "가해자의 구속수사와 신상공개를 촉구하고 연인 관계에서 사회적 약자를 폭행하는 범죄에 대해 엄벌하는 데이트폭력가중처벌법 신설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경찰에 따르면 30대 남성 A씨는 지난달 25일 서울 마포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자신의 여자친구 B씨와 말다툼을 하던 중 B씨를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B씨 측 유족은 A씨가 "왜 연인 관계인 것을 주변에 알렸느냐"며 폭행을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건 범행 이후 A씨는 119에 "B씨가 술을 많이 마시고 취해서 넘어지다가 다쳤다"라는 취지의 거짓 신고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마포경찰서는 A씨의 '살인의 고의성' 여부를 확정하기 어렵다며 살인죄 대신 상해치사 혐의에 무게를 두고 조사를 진행 중이다. 앞서 경찰은 A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도주 우려가 없다'는 등의 이유로 영장 발부를 기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A씨가 살인에 대한 고의성이 있었는지 여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고의성이 인정돼 살인죄가 적용될 경우 가해자의 처벌 수위는 훨씬 높아지게 된다.
형법 제250조에 의해 사람을 살해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게 된다. 반면 상해치사의 경우 형법 제259조에 따라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게 된다. 대법원 양형 기준도 살인죄의 죄질을 가장 안 좋게 보고 최하 징역 3년에서 최대 무기 이상을 선고하도록 권고하지만 상해치사는 죄질에 따라 2~7년을 선고하도록 권고한다.
꼭 살해하려는 의도가 아니었어도 자신의 행위로 상대방이 사망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 '미필적 고의'가 인정돼 살인죄를 적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폭행을 가한 A씨가 정신을 잃은 B씨를 위해 119에 직접 신고를 했다는 점 등을 이유로 살해 의도까지는 없었다는 시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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