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비게이트, 배런호텔 인근서 폭발
"총기 든 테러범 있었다"…증언도
"시신들 내던져져…공항 다신 안 간다"
[서울=뉴시스] 이혜원 기자 =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 국제공항 인근에서 이슬람국가(IS) 소행으로 추정되는 폭탄 테러가 발생해 사상자가 속출하고 있다.
26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등에 따르면 카불 폭탄 테러는 이날 아프간 시간 오후 6시께 발생했다.
첫 폭탄은 카불 공항 남동쪽 애비 게이트 장벽 쪽에서 터졌다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전날 미군은 이 구역 인근에서 자살 폭탄 조끼 테러 위험이 있다는 보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아프간인 수백명은 타들어 가는 태양 아래서 열을 식히기 위해 무릎 높이까지 올라온 하수에 몸을 담근 채, 출국 관련 서류를 들며 대피를 기다리던 중이었다.
2차 폭발은 애비 게이트 인근 배런 호텔 주변에서 발생했다. 영국군이 대피 작전 거점으로 사용하던 곳으로, 대피용 수송기로 이동하기 전 피난민들이 집결하는 장소다.
텔레그래프는 범행 현장에 자살 폭탄 테러범 2명이 있었으며, 확인되지 않은 숫자의 총을 든 인물이 인파 속으로 침투했다고 보도했다.
대피를 기다리고 있던 영국 동물보호단체 관계자는 AK-47 소총을 들고 있는 남성이 있었다고 전했다.
다만 어디서 먼저 폭탄 테러가 발생했는지는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았다.
가디언은 몇 분 간격으로 자살 폭탄 조끼와 차량 폭탄 폭발음이 연이어 들렸다고 보도했다. BBC는 최초 총기 난사가 있고 나서 배런 호텔에서 첫 번째 폭발이 있었고, 이어 애비 게이트에서 폭탄이 터졌다고 전했다.
미군 관계자는 최소 1명이 자살 폭탄 조끼를 입고 있었다고 확인했다.
소셜미디어에는 아비규환으로 변한 피해 현장을 담은 영상이 돌고 있다. 시체는 오수에 쌓여 있고, 시민들은 잔해를 뒤지며 생존자를 찾아다녔다.
한 생존자는 현지 언론에 "물에서 나와 올라와 보니 다친 사람들이 여기저기 내던져져 있었다"며 "머리가 사방에 굴러다녔다"고 전했다.
또 다른 목격자들은 AFP통신에 "시신과 살이 인근 수로로 던져졌다", "폭발음이 들렸을 때 모두 극심한 공포에 떨었고, 탈레반이 게이트 앞 군중을 해산하기 위해 총격을 시작했다"고 증언했다.
폭발로 다친 아기를 안고 달리는 남성도 있었다고 한다. 배우자, 세 자녀와 함께 탈출을 기다리고 있던 남성은 "다신 공항 근처로 안 가겠다"며 "미국이든, 대피든, 비자든 모두 죽어라"라며 절규했다.
미군에 따르면 이날 공격으로 미 해병대 11명과 해군 의무관 1명 등 총 13명이 사망하고, 18명이 부상을 당했다.
아프간 관리들은 현지 민간인 60명 이상이 사망하고, 140명이 다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미국 CBS는 최소 90명이 사망하고, 150명이 부상당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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