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방위 대출 규제에 금리 인상까지
취약층 등 서민 이자 부담 늘어날듯
집값 억제는 '글쎄'...금리 인상은 `임시방편' 지적
26일 한국은행은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0.5%에서 연 0.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이는 지난 2018년 11월 이후 2년 9개월 만의 인상으로, 아시아 주요 국가 중에서도 처음이다.
한은이 이미 여러 차례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해온 만큼, 이미 은행들은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선제적으로 대출금리를 올려왔다. 다만 실제 기준금리 인상으로 명분을 얻게 된 은행권의 금리 상승세는 더욱 가파르게 진행될 것이란 전망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 4대 시중은행의 지난 19일 기준 신용대출 금리(1등급·1년)는 연 2.96~4.01% 수준으로, 하단이 1년 새 약 1%포인트 높아졌다.
금융권과 전문가들은 당국의 대출규제 강화로 대출창구가 좁아진 데다, 이번 한은의 금리인상으로 기존 대출자들의 이자부담까지 커지면서 최근 가팔라진 가계부채 상승세가 어느 정도 움츠러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대출 수요자들은 거듭되는 규제로 한도가 줄거나 대출자체를 받기가 어려워졌고, 기존 대출자들 역시 이자부담이 늘어나면서 그야말로 출구가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됐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고승범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청문회 서면답변을 통해 "필요시 가용한 모든 정책수단을 활용해 추가대책도 적극적으로 발굴·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금융당국의 고강도 추가 대책도 배제할 수 없다. 한은의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번 금리인상과 대출규제 강화로 당장 가계부채 문제가 꺾이진 않겠지만, 추후 문제가 더 악화되는 것을 막을 순 있을 것"이라며 "현재 물가상승세와 가계대출 증가세가 가파른 상황에서 유동성 일부 회수를 통한 제어가 필요하며, 추후 추이를 보면서 추가적인 인상폭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의 이같은 고강도 압박은 하루하루를 빚으로 연명하고 있는 자영업자·서민 등의 '고통'만 키울 뿐,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는데 역부족이란 의견도 많다.앞서 한은은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자영업자 이자부담은 5조2000억원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전체 가계대출 이자는 11조8000억원으로 늘어나는 것으로 추산됐다. 지난 6월 기준 예금은행의 신규 가계대출 중 변동금리 대출 비중은 81.5%에 달한다.
또 한국경제연구원은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가계대출 금리가 단기간 내 1%포인트까지 상승할 경우, 은행권 가계대출연체액은 2조7000억~5조4000억원 늘어나고 은행권 가계대출연체율은 0.32%~0.62%포인트 급등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 1분기 기준 가계대출연채액이 1조7000억원, 연체율이 0.2%인 것을 감안하면, 가계연체액·연체율이 4.1배까지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현 가계대출 급증세는 주택가격 상승 기대와 주식, 암호화폐 등 레버리지 투자 열풍, 코로나19에 따른 서민 생계 자금수요 확대 등 복합적인 요소가 작용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런데 정작 정부는 대출 제어에만 초점을 맞춰 정책을 펼치다 보니 계속해서 또 다른 부작용만 낳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부동산 등 자산시장 과열이라는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지 않는 한, 임시방편에 불과할 것이란 의견이다. 실제 각종 규제에도 주담대 증가세는 지난해 1분기 5.7%에서 올 1분기 8.5%로 뛰어올랐고,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 증가세는 같은 기간 3.8%에서 10.8%로 급증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가계대출이 급격하게 늘어난 것은 주택 가격과 전세 가격이 너무 뛰어올랐기 때문"이라며 "또 이미 금리가 너무 낮은 수준에서 0.25%포인트 인상은 가계부채를 잡는데 큰 효과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도 "금리인상과 대출규제 강화는 가계부채가 악화되는 것을 어느 정도 막을 순 있겠지만 문제를 해결해줄 순 없다"며 "결국은 부동산 가격이라는 근본적 원인을 치료해야 하는데, 바이러스는 그대로 놔두고 자꾸 해열제만 쓰는 대증요법만 지속하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실수요 또는 투기수요 여부를 주택 유무가 아닌 상환능력 기준으로 명확히 정의할 필요가 있다"며 "과거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 위기 발생의 주 원인으로 당시 무주택 서민에게 과도한 레버리지를 통해 주택을 매입토록 한 금융기관에게 책임이 있다고 보고, 미 정부가 도트-프랭크법을 제정한 것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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