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정부 한국 미군기지 난민수용 검토 보도
아프간 안타까워했지만 난민 우려 목소리
"미국 일방 결정 안돼"…난민 전면 반대도
정치권 논쟁 계속될 듯…여당 대표 부정적
당장 정치권에서 인도주의적 지원을 강조하는 목소리와 신중론이 부딪히는 가운데 시민들 사이에서도 엇갈린 의견이 나온다. 아울러 온라인 공간에서는 난민 수용을 두고 부정적인 기류가 강하게 감지된다.
23일 외신 등에 따르면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고위 관리의 말을 인용해 미 국방부가 미국 내 군사기지 외에도 한국, 일본, 코소보, 이탈리아 등 주둔 기지에 아프간 난민을 수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슬람 무장 단체인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을 장악한 이후 상당수 아프간 주민들은 도피 행렬에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미군 기지가 있는 카타르와 바레인, 독일 등지로 우선 피난길에 올랐는데 해당 기지들이 과밀 상태에 이르자 미국 정부가 대안을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간 국내에서도 아프간 사태를 안타깝게 바라보는 여론이 높았지만, 막상 한국이 난민 수용 후보지로 언급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우려하는 목소리들이 나오고있다.
특히 우리 정부의 의사와 관계 없이 미국 주도의 난민 수용 결정이 내려질까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다.
20대 직장인 A씨는 "우리나라를 위해 협조했던 아프간인들이 위태로운 상황에 처해있으니 일시적으로 입국시키는 것은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미국이 우리나라 기지에 난민을 수용하는 것은 다른 이야기"라며 "사실상 우리나라가 난민을 받아들이는 것인데, 우리나라에게 그런 책임이나 의무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서울에 거주하는 30대 B씨도 "시리아 등 기존 난민 문제는 외면해왔으면서 갑자기 아프간 난민 문제에 나서는 것은 미국 눈치보기"라며 "난민 수용 문제는 인권 측면에서 오랫동안 고민해 결정해야하는데 눈치보기로 결정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D씨도 "인도적 차원에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미국이 일방적으로 결정해서는 모양새가 좋지 않고, 한국과 충분히 논의를 거친 뒤 결정이 이뤄져야한다"고 했다.
우리 정부가 의사결정 주체가 돼야한다는 지적이 높은데, 온라인 공간에서는 난민 수용 자체를 반대하는 분위기가 높다. 인도주의 차원에서 난민을 수용해야한다는 주장은 비교적 소수다.
일부 네티즌들은 "난민들도 여성을 억압하고 학대하는 것은 같다", "유럽에서 난민 때문에 어떤 상황이 생겼는지 봐라", "우리나라에도 힘들고 어려운 분들이 많은데, 그런 분들에게 집중하는 게 현실적이다" 등의 의견을 내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향후 관련 논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유력 대권 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앞으로 크고 작은 문제들이 계속 우리사회와 정부의 선택을 요구할 것"이라며 "인권과 세계평화, 성별-종교-사상 등에 대한 차별 금지, 생명존중, 폭력과 억압으로 유린되는 기본권 보호라는 원칙을 지키며 공동체 의식이 발휘되길 희망한다"고 연대의 뜻을 드러냈다.
반면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전날 기자들과 만나 "월스트리트저널에서 대한민국 미군기지도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나온 거 같은데, 전혀 (우리 정부에서) 논의된 바가 없고 그게 과연 적절한지에 대해서 의문"이라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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