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윤도현 "'광화문연가', 음악만 보고 살아온 제 인생과 닮았죠"

기사등록 2021/08/19 05:00:00

뮤지컬 '광화문연가'서 주인공 '명우' 역

5년만 복귀…"마음가짐 남달라, 늘 긴장"

[서울=뉴시스]뮤지컬 '광화문연가' 윤도현 스틸. (사진=CJ ENM 제공) 2021.08.18.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강진아 기자 = "제 인생과 닮아있는 뮤지컬이죠. 창작하는 사람으로서 인생의 뒤를 돌아보게 하는 계기도 됐죠. 좋은 곡을 더 많이 만들고 싶다는 마음도 들어요."

뮤지컬 '광화문연가'로 5년 만에 무대에 복귀한 윤도현은 "마음가짐이 남다르다"고 말했다. 지난 18일 화상으로 만난 그는 "오랜만에 뮤지컬을 하니까 재미있다"며 "첫 공연을 끝낸 후 여유를 찾긴 했지만 늘 긴장을 안 할 수 없다"고 밝혔다.

'광화문연가'는 고(故) 이영훈 작곡가의 명곡들을 엮은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격변의 시기였던 1980~90년대를 배경으로 인생의 마지막 순간 주마등처럼 스치는 기억들을 그려낸다. 중년의 '명우'가 죽음을 눈앞에 두고 주어진 마지막 1분에 찾아온 미지의 캐릭터 '월하'를 통해 첫사랑의 기억 '수아'를 만나고 젊은 시절로 되돌아가 기억을 되찾아가는 과정을 담았다.
"로커 내려놓고 '명우'에 집중…가장 좋아하는 넘버 '기억이란 사랑보다'"
5년 전 '헤드윅'을 끝으로 뮤지컬 은퇴 선언을 했던 윤도현은 이번에 '명우' 역으로 무대에 다시 돌아왔다. 그는 "제가 할 수 있는 능력이 되는가 스스로 질문하며 고민했고 음악에만 집중하는 게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었다"며 "지금은 제게 맞는 뮤지컬이면 계속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뮤지컬 '광화문연가' 윤도현 스틸. (사진=CJ ENM 제공) 2021.08.18. photo@newsis.com
"계속 자리를 못 잡는 느낌이었어요. 하지만 나이를 먹어가면서 조금은 내려놓는 부분도 있고, 저돌적인 마음도 생겼죠. 좋아서 시작한 음악처럼, 뮤지컬도 좋아해요. '광화문연가'를 하면서 긍정적인 기운을 얻고 있고, 제게 맞는 작품이면 계속할 것 같아요."

국내 대표 로커로 손꼽히지만 '광화문연가'에서는 로커의 모습을 내려놓고 뮤지컬배우에 더 집중했다. 그는 "이번 작품에서는 노래 연습을 더 많이 했다"며 "워낙 노래를 부르던 스타일이 있지만, 이번 작품에 맞는 창법을 만들어 부르려고 노력했다. 깨끗하고 맑게 소리를 내보려고 했다"고 강조했다.

"뮤지컬에서 정확한 딕션과 가사 전달을 하기 위해 기존에 쓰던 창법을 최대한 자제하고 힘을 빼고 부르는 연습을 했어요. 로커의 모습이 아닌 극 중 '명우' 역에 집중할 수 있도록 굉장히 노력했죠. 본래 두성을 많이 쓰는데, 여기선 제 시그니처 발성이 '그게 나였어'에서 지르는 부분과 '붉은 노을'의 고음 딱 두 군데 밖에 없어요."

윤도현은 '명우'를 연기하면서 자신과 닮아있다고 생각했다. "저도 음악만 보고 살아와서 주변 사람들이 서운해할 게 많죠. 그런 면에서 제 일상과 닮아있어 감정 이입을 할 수 있었어요. 죽기 전 허망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나는 음악을 참 사랑했던 사람이구나' 하면서 떠나는 모습, 인생을 관조하는 모습으로 해석했죠."
[서울=뉴시스]뮤지컬 '광화문연가' 윤도현 스틸. (사진=CJ ENM 제공) 2021.08.18. photo@newsis.com
'광화문연가'는 '옛사랑', '소녀', '깊은 밤을 날아서', '붉은 노을', '광화문연가', '사랑이 지나가면', '가로수 그늘 아래서면', '그녀의 웃음소리뿐' 등 이영훈 작곡가의 수많은 히트곡이 무대 위에서 펼쳐진다.

윤도현은 그중 가장 좋아하는 넘버로 '기억이란 사랑보다'를 꼽았다. "죽기 직전에 부르는데, 감정을 가장 쏟아부어야 하는 곡이기 때문에 도전 과제이자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노래 중 하나에요. 공연 전 늘 기대감이 있고, 부를 때마다 새로워요."
"무대 위 갑자기 백지된 적도…딸 관람하러 온날 가장 긴장"
항상 무대에 오르기 전 대기실에서 그날 부를 넘버들을 모두 불러본다는 윤도현. "대기실에 가면 거의 한 시간 동안 노래만 연습해요. 술담배도 다 끊었죠. 갈고 닦지 않으면 무대에 설 수 없어요. 장기 공연을 하다 보면 긴장이 풀려서 실수하게 되는 경우가 있어서 조심하려고 해요."

하지만 때론 실수도 나온다. "지난번에 '소녀'를 부르다가 안 하던 가사 실수를 했다"며 "노래를 끝낼 때까지 식은땀 흘리면서 했는데 그 다음부터 더 집중하다 보니 잘 풀렸다"고 멋쩍게 웃었다.
[서울=뉴시스]뮤지컬 '광화문연가' 윤도현 스틸. (사진=CJ ENM 제공) 2021.08.18. photo@newsis.com
"그 다음날 '실수하지 말아야지' 하고 대기실에서 다시 넘버를 쭉 훑었는데, 무대에서 갑자기 백지가 됐어요. 가사를 지어서 했죠. 그런데 코러스가 있어서 안 맞으니 큰일 났다 싶었죠. 생각날 기미가 안 보여서 코러스를 안 들리게 하자고 더 큰 목소리로 했어요. 이틀간 정말 힘들었죠. '소녀'를 틀린 날도 유난히 그 곡 연습을 많이 했는데 말이죠. 계속 긴장해야 해요.(웃음)"

'명우'를 기억 속으로 이끄는 '월하' 역의 차지연, 김호영, 김성규와의 호흡도 언급했다. "차지연 배우는 가창력이 어마어마해서 마음 놓고 호흡을 맞출 수 있는 케미가 있어요. 좋은 영향을 미치죠. 김호영 배우는 그 자체가 '월하' 같죠. 솔직하고 늘 즐기면서 해서 항상 재밌어요. 가장 어린 '월하'인 김성규 배우는 귀엽고 저돌적이죠. 가수이기에 음악에 대한 자신감도 있어요."

또 아내와 딸 그리고 YB 멤버들도 '광화문연가'를 관람하고 응원해줬다고 전했다.

"딸이 오는 날 제일 긴장했죠. 딸이 항상 제가 하는 걸 보고 거침없이 다 얘기하기 때문에 걱정했는데 다행히 그날 잘 봤다고 하더라고요. 연기도 훨씬 좋아졌다고 했어요. YB 영국인 멤버는 아직 한국말이 서툰데 못 알아듣지만 서사를 충분히 느낄 수 있었고 노래가 완벽했다고 말해줬죠. 태희 형은 마음놓고 울고 싶다고 한 번 더 와서 울고 갔어요.(웃음)"
[서울=뉴시스]뮤지컬 '광화문연가' 윤도현 스틸. (사진=CJ ENM 제공) 2021.08.18. photo@newsis.com
'광화문연가'처럼 YB 밴드 노래로 꾸며진 뮤지컬 제작 논의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몇 년 전에 한 제작자가 저희 곡으로 뮤지컬 제작을 하고 싶다고 했었다. 중간에 잘 안 됐는데, 좋은 시나리오를 만나면 충분히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주크박스 뮤지컬로 나온다면 YB 히트곡인 '사랑 Two', '나는 나비', '잊을께' 등이 포함되지 않을까 하고 예상했다.

'광화문연가'는 오는 9월5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한다. "일상이 메마르다고 생각되거나 매너리즘에 빠져있고 지쳐있는 분들께 추천한다"며 "감정들을 섬세하게 만져주는 뮤지컬이다. 사랑이란 감정으로 꽉 채워질 수 있을 것"이라고 권했다.

윤도현은 '광화문연가'를 마친 후 쇼뮤지컬 '원더티켓(Wonder Ticket) - 수호나무가 있는 마을'에 출연한다. 오는 9월17~26일 임진각 평화누리 야외공연장에서 펼쳐지며, 지난해에 이어 이번에도 바람의 신 '풍백' 역을 맡았다.


◎공감언론 뉴시스 akang@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