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김지은 기자 = 강남 한복판에서 1000만 배우 황정민이 납치됐다. 이를 배우 황정민이 담아냈다. 이 두 줄로 요약되는 영화 '인질'은 실제 배우를 극에 대입해 영화와 다큐멘터리가 만난 새로운 장르 영화로 자리 잡는다.
세세한 부분까지 사실감을 놓치지 않은 연출 덕에 관객들이 오롯이 몰입할 수 있을까 하는 물음표는 느낌표로 바꾼다. 되레 위험 부담이 큰 소재와 설정을 현실감을 살리는 장치로 유려하게 활용하며 우려를 불식시킨다.
'인질'은 증거도 목격자도 없이 납치된 배우 황정민이 목숨을 걸고 탈출을 감행하는 리얼리티 액션 스릴러를 표방한다.
시작은 황정민의 수상소감이다. "60명 정도 되는 스태프들과 배우들이 그렇게 멋진 밥상을 차려놔요. 그냥 저는 맛있게 먹기만 하면 되는 거거든요." 영화는 서두에 황정민의 유명한 2005년 청룡영화상 수상 소감을 그대로 보여주며 다큐멘터리 같은 시점을 갖게 된다.
이어 톱스타 황정민이 제작보고회를 마치고 집으로 홀로 돌아가던 중 우연히 시비가 붙은 괴한들에게 납치되는 과정이 속도감 있게 전개되고, 이들에게서 벗어나기 위한 황정민의 사투가 군더더기 없이 90여분간 펼쳐진다.
배우가 실제 자신을 연기한다는 명확하고 신선한 콘셉트가 극의 중심을 잡는다. 이를 복잡하지 않은 서사에 개성 강한 납치범을 비밀병기처럼 활용하며 쫄깃한 액션 시퀀스를 채웠다.
황정민은 원톱 주연인 이 영화에서 제 몫 이상을 해낸다. 황정민의 모든 것을 끌어낸 작품이라고 느껴질 정도다. '베테랑',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등의 작품을 통해 이미 액션 연기로 강한 믿음을 준 그는 이번에는 살기 위한 몸부림에 가까운 액션을 처절하게 보여준다.
손발이 묶인 채 상반신만으로 감정의 스펙트럼을 표현할 수 있는 배우를 찾다 보니 황정민을 캐스팅하게 됐다는 감독의 말에 저절로 수긍이 가는 지점이다. 영화 중간중간 나오는 '드루와~ 드루와', '헤이 브라더' 등 명대사는 관객들의 웃음을 공략하며 긴장을 이완한다.
시작부터 끝까지 황정민이 중심이 돼서 흘러가는 이야기지만 납치범 역의 김재범, 류경수, 정재원, 이규원, 이호정도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황정민의 원맨쇼가 될 것이란 우려와는 달리, 황정민의 연기 내공에 전혀 밀리지 않는 담력을 보여줬다.
특히 인질범 조직의 리더 최기완을 연기한 김재범은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인물을 무표정한 얼굴과 서늘한 눈빛만으로 표현해 존재감을 각인시킨다. 2인자 염동훈 역의 류경수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예측불허의 인물을 에너지 넘치게 소화하고, 조직의 일원이자 황정민의 오랜 팬이 된 정재원은 영화의 톤을 거스르지 않는 선에서 숨통을 틔운다.
황정민이 온갖 위기를 극복하는 전개는 다소 뻔하지만 지루하지는 않다. 추격전에서 파생되는 속도감과 긴박감에 극강의 리얼리티를 살린 짜릿한 범죄 액션물이다.
18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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