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법 제12형사부(김상우 부장판사)는 12일 선고공판에서 살인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27)씨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피해자인 친누나가 평소 행실을 질책해 화가난다는 이유로 살해했다"며 "친누나를 살해하고 농수로에 시신을 유기한바 유가족에게 큰 고통을 남겼다"고 판시했다.
앞선 결심공판에서 검찰 측은 “A씨는 평소 생활태도 지적해오던 누나를 상대로 흉기 끝이 부러질 정도로 강하게 찔러 살해한 뒤 시신을 강화도에 유기했다”며 “범행 5일 뒤 여자친구와 여행을 가고 B씨의 명의로 대출을 받는 등 최소한의 반성의 태도를 보이지 않아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A씨는 최후변론을 통해 "순간의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고 저를 걱정해줬던 누나를 살해했다"며 "누나의 마음을 알아보지 못하고 부모님과 주변 사람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드려 원망스럽다"고 눈물을 흘렸다.
당일 A씨의 아버지는 “지금도 집에 들어가면 자식들이 반겨줄 것 같은데 이제는 반겨줄 사람이 없다”며 “극단적인 생각을 하다가도 저희 부모 마져 없으면 못난 아들놈 건사 할수도 없을 것 같고, 한편으론 외롭게 혼자 있을 딸을 생각하면 눈물이 앞을 가린다”고 호소했다.
이어 “저희의 소중한 딸은 부모를 잘못 만난 탓으로 고생만 하다가 꿈도 제대로 한번 펼쳐보지 못하고 동생에 의해 하늘나라로 갔다”며 “오전에는 아들의 면회를 가고 오후에는 딸이 잠들어있는 가족공원으로 가고 있다. 그리고 진심으로 사랑하는 우리 딸 정말 미안하다. 그래도 못난 아들이 저희 품에 빨리 돌아 올 수 있게 선처를 부탁드리며 아들과 같이 딸에게 용서를 빌며 평생 죄인으로 살겠다”고 덧붙였다.
A씨는 지난 5월12일 검찰에 구속기소 된 이후 37차례에 걸쳐 반성문을 제출했다.
그는 B씨의 시신을 10일 동안 아파트 옥상에 방치하고 지난해 12월28일 시신을 여행용 가방에 넣어 렌터카에 실은 뒤 석모도의 한 농수로에 페인트통, 소화기 등을 이용, 가방이 농수로 바닥에 가라앉게 했다.
A씨는 당시 B씨가 평소 늦은 귀가와 신용카드 연체 및 과소비 등의 행실을 문제로 잔소리를 하자 “○○ 나한테 신경 그만 써. 누나가 무슨 부모야”라고 소리쳤다.
이후 B씨가 “망나니네 부모님에게 네 행실을 말하겠다”고 말하자 분노를 억제하지 못하고 침대에 앉아있던 누나의 옆구리를 흉기로 찌른 뒤 쓰러진 누나의 가슴 부위 등을 30여차례 찌른 것으로 조사됐다.
남매의 어머니는 남동경찰서 관할 지구대에 지난 2월14일 딸 B씨의 가출 신고를 했으나 A씨가 누나로 위장해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를 받고 가출 신고를 취소했다.
조사결과 A씨는 범행 후 누나 B씨의 카카오톡 계정을 이용해 자신과 부모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누나가 살아있는 것처럼 위장, 가출 신고를 취소하게 한 것으로 확인됐다.
남동생은 B씨의 장례식에서 자신이 살해한 누나의 영정도 들고나오는 등 경찰과 가족에게 범행을 은폐한 것으로 드러났다.
인천경찰청 수사전담반은 지난 4월21일 농수로에서 숨진 채 발견된 B씨의 통신·금융 기록을 분석한 결과, 유력 용의자를 남동생 A씨로 특정하고 같은달 29일 오후 4시39분께 경북 안동에서 검거했다.
경찰은 법원으로부터 통신 및 금융계좌추적용 영장을 발부받아 용의자를 추적했으며 B씨의 재산이 A씨의 계좌로 들어간 정황 등을 포착했다.
B씨는 남동생과 함께 인천 남동구의 아파트에서 지낸 것으로 확인됐다. 농수로에서 발견될 당시 B씨는 물에 잠겨 부푼 상태였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 부터 “흉기에 의한 대동맥 손상”이라는 정밀 검사 결과를 전달 받았다.
경찰은 범죄분석관을 투입해 A씨에 대한 사이코패스 진단 및 분석을 진행했으나 특이점은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에서 A씨는 “부모님께 죄송하다. 선처를 부탁드린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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