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선 여러 백신 접종 시 14일 간격 둬야
"젊은층은 코로나19 백신 우선시 하는게 바람직"
미국은 동시접종 가능하도록 권장사항 개정
[서울=뉴시스] 안호균 기자 = 8월 말부터 18~49세를 대상으로 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다. 4분기에는 예방접종을 받지 않은 국민에 대한 추가 접종이 시행될 예정이다. 코로나19 백신과 독감 백신의 접종기간(10~11월)이 겹칠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하지만 두 백신을 함께 접종해도 되는지에 대한 명확한 근거가 없고 국내외 지침도 제각각이다.
9일 방역 당국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코로나19 백신과 다른 감염병 백신의 동시 접종을 권장하지 않고 있다. 다른 예방백신과 동시접종시 코로나19 백신의 안전성과 유효성 자료가 부족하다는 이유다.
이에 따라 질병관리청은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할 경우 다른 예방접종과 전·후 14일의 간격을 두라고 권고하고 있다. 부주의로 코로나19 백신이 다른 백신과 동시 또는 14일 이내에 접종된 경우 추가 접종도 권고하지 않는다고 안내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는 코로나19 백신과 독감 백신을 동시에 접종할 수 없다. 일선 의료기관에서 사용되고 있는 코로나19 예방접종 예진표에도 최근 14일 이내에 다른 백신을 접종했는지 여부를 표시하도록 돼 있다.
독감 백신 무료접종 대상인 만 65세 이상 어르신은 대부분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했기 때문에 독감 백신에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3분기 이후 코로나19 예방접종을 하게 되는 18~59세다.
전문가들은 질병청의 지침상 동시 접종이 어려운 만큼 코로나19 백신을 우선 접종하는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임상연구를 통해 독감 백신과 코로나19 백신이 (동시접종시) 항체 형성에 문제가 되지 않다는 게 증명돼야 하는데 그런 것을 해본 적이 없으니 동시접종을 할 수 있다고 말을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마 부회장은 "코로나19 백신을 우선 접종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지난해 독감의 유행이 없었던 것을 보면 마스크만 잘 써도 독감 예방 효과를 가질 수 있다. (고령자 등) 고위험군은 적극적으로 접종을 해야하고 젊은 사람들은 독감에 걸려도 증상이 심하지 않은 만큼 순서를 뒤로 늦춰도 될 것 같다"고 언급했다.
지금까지는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임상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코로나19 백신과 다른 백신을 동시 접종하지 않도록 하는게 권장됐다. 하지만 최근들어 코로나19 백신의 안정성에 대한 데이터가 축적된 국가에서는 다른 백신과 동시 접종이 가능하도록 권고를 수정하는 곳이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나라가 미국이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지난달 홈페이지를 통해 시기와 상관 없이 코로나19 백신과 다른 백신을 투여할 수 있다고 권고 사항을 개정했다. 코로나19와 독감의 동시 유행에 따른 의료 시스템 과부하나 동시 감염에 의한 위험 등을 예방하기 위한 시도로 보인다. 코로나19 백신과 독감 백신의 동시 접종을 허용할 경우 접종률을 빠른 시간에 높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CDC는 "다른 백신과 동시에 투여되는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데이터는 없지만 비(非)코로나19 백신에 대한 광범위한 경험을 통해 백신을 단독으로 투여할 때와 동시에 투여할 때 면역원성과 이상반응이 대체로 유사하다는게 입증됐다"고 설명했다.
CDC는 백신 접종시 환자의 백신 접종에 따른 위험성, 반응성 프로파일 등을 고려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또 한번에 여러 종류의 백신을 접종하는 경우 각 주사액을 다른 부위에 투여할 것을 권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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