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다주택자가 집을 팔고 '1주택자가 되는 시점'부터 계산해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제) 혜택을 적용하는 개편안을 확정한 가운데, 양도세 중과에도 집을 팔지 않고 버티던 다주택자들이 또다시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민주당이 1주택자 양도세 비과세 기준금액(시가)을 현행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높이고, 장특공제 혜택을 축소하기로 했다. 민주당 유동수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이 지난 2일 이같은 내용이 담긴 소득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여당의 이달 임시국회에서 처리할 방침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양도세 감면 기준선인 '고가주택' 기준이 현행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상향했다. 민주당은 당초 소급 적용을 추진하려 했으나, 기존 주택 보유자들의 반발로 적용 대상을 신규 취득자로 한정했다.
장특공제 대상 요건이 까다로워진다. 장특공제는 1주택 장기보유자에게 보유 및 실거주 기간에 따라 최대 80%까지 양도세를 공제해주는 제도다. 앞으로 1주택자가 된 시점부터 보유 및 거주 기간을 다시 산정한다. 거주기간 최대 공제율 40%는 유지하되, 보유기간별 공제율의 경우 양도차익이 15억원을 초과하는 초고가 주택은 현행 40%에서 10%로 축소하는 등 양도차익에 따라 차등 적용한다.
특히 해당 주택을 3년 이상 보유하고 2년 이상 실거주해야 장특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보유 및 거주 기간 산정 기준 변경은 2023년 1월 1일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하지만 개편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양도차익 5억원 초과∼10억원 이하면 공제율 30% 적용 ▲10억원 초과∼15억원 이하면 20% ▲15억원 초과는 10%로 낮아진다. 다만, 양도차익과 상관없이 거주기간이 10년 이상이면 공제율 40%가 그대로 적용된다.
집값을 올리고 주택시장을 교란하는 주범이 다주택자라는 게 당정의 판단이다. 당정은 다주택자들의 세금 부담을 강화해 매물 출회를 유도해 집값 안정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다주택자들이 보유한 부동산이 시장에 나오면 부동산 시장의 무게 중심이 본격적인 집값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 2017년 8·2대책을 통해 비과세 실거주 요건을 '2년 보유'에서 '2년 거주'로 바꾸고, 다주택자의 양도세율을 최대 40%에서 60%까지 올렸다. 또 2019년 12·16 대책에선 1주택자의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 조건으로 '거주 요건'을 포함했고, 지난해 7·10 대책에선 다주택자의 양도세율을 최대 75%까지 상향시켰다. 올해 6월1일부터 강화된 양도세율을 적용했다.
하지만 정부의 예상이 빗나갔다. 다주택자들이 양도세 중과를 앞두고, 보유 주택을 매각하기보다는 증여하거나 버티기에 나서면서 시장에서 매물 잠김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다주택자들이 버티기에 들어가 매물 잠김 현상이 심화하고, 집값이 강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달 서울 주택 거래량이 지난해보다 급감했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6월 주택 거래량 통계에 따르면 서울의 주택 거래량이 1만1721건으로 집계됐다. 전달(1만3145건) 대비 10.8%, 지난해 동월 대비 39.8% 감소했다.
주택 거래량이 줄어든 대신 증여는 큰 폭으로 늘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월간 아파트 거래 현황(신고일자 기준)에 따르면 지난 6월 서울의 아파트 증여는 1698건으로, 전달(1261건) 대비 1.3배 증가했다.
또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서울의 아파트 증여 건수가 3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부동산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거래원인별 서울아파트 거래 현황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 전체 거래 건수 중 증여가 차지하는 비중은 문재인 정부 출범 첫해인 2017년 4.5%에서 2020년 14.2%로 3배 이상 급증했다. 올해는 5월(1~5월 누계) 기준으로 12.9%를 기록했다.
지난 6월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가 시행된 지 2달 여 만에 서울 아파트 매물은 급감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파트 실거래가(아실)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3만9454건으로, 4만 건 이하로 떨어졌다. 양도세 중과가 시행된 첫날인 6월1일에 4만5223건의 매물이 나왔으나, 이후 감소세가 뚜렷해졌다.
정부와 여당은 양도세 중과 등으로 세금 부담을 느낀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내놓으면서 공급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했으나, 일선 현장에서는 절세를 위한 급매물 출회도 없는 상황이다.
부동산시장에선 양도세 개편안이 시행되더라도 다주택자들이 버티기에 들어가면서 매물 잠김 현상이 심해질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가뜩이나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상황에서 내년 대선을 앞두고 규제 완화와 개발 호재 등이 겹치면서 매도 요인 사라졌기 때문이다. 다주택자들이 거액의 양도세를 내느니 차라리 증여를 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일각에선 버티기에 나선 다주택자들이 세금 부담을 세입자에게 전가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집값과 전월세가 함께 급등하면서 늘어난 세금을 임차인에게 전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여당의 양도세 개편안이 시행되면 매물잠김 현상이 더욱 심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금도 양도세 중과로 인해 매물을 내놓기가 부담스러운 상황인데 다주택자에 대한 장특공제율까지 낮춘다면 매물 출회 요인이 사라져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내놓기가 더 어려워진다"며 "개편안이 시행되더라도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처분하는 대신 증여를 선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2023년 이후 매물 잠김 현상이 더욱 가중될 수 있다"며 "정부의 목표인 집값 안정화를 위해서는 다주택자들이 집을 내놓을 수 있도록 양도세 중과세율 자체를 낮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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