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오후 1시40분 예술의전당 내 객석 관리 사무실. '하우스 어텐던트'(House Attendant·공연장 안내원) 조회시간이다.
손민지(30) 하우스 매니저가 평소처럼 차근차근 업무내용을 전달했다. 지난해부터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지침이 주를 이루고 있다.
마티네(낮 공연)가 몰려 있는 수요일 오후는 어텐던트의 평일 일과 중 가장 바쁜 때다. 복합공연장인 예술의전당은 특히 국내에서 마티네 공연이 가장 많다. 오페라하우스·음악당 내 다양한 공연장에서 여러 공연이 동시다발적으로 열린다.
예술의전당 하우스 어텐던트 인원은 50명. 많을 때는 하루에 7개 공연의 안내를 담당한다. 이날은 5개 공연을 담당했다. 오페라하우스 내 오페라극장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광화문연가'에만 25명이 투입됐다.
이날 마티네 공연 시작은 오후 2시30분. 오후 1시50분께 조회가 끝나자마자, 어텐던트들은 오페라극장 안과 주변으로 걸음을 재촉했다. 오페라극장 객석 수는 2200석. 코로나19 시국엔 띄어앉기가 적용되지만, 어텐던트들은 빈틈 없이 모든 의자의 팔걸이 등을 소독약으로 싹싹 닦아냈다.
공연장 밖 어텐던트들도 바쁘기는 마찬가지다. 미리 와 로비에 있는 관객들에게 전자 문진을 위한 QR코드를 안내했다. 포토월 촬영 시, 마스크를 벗는 관객에겐 정중히 자제 요청도 한다.
하우스 어텐던트는 감정 노동자들이다. 같은 말과 설명을 반복하면서 끊임없이 사람들을 응대해야 한다. 코로나19 시국엔 꼼꼼하게 더 챙겨야 할 것이 많아졌다. 일부 관객들의 무례한 행동의 종류가 더 늘었다. 백신을 맞았다며 마스크를 벗는 관객, 수기 문진표에 글씨를 휘갈겨 쓴 관객들을 상대하다보면 진이 빠지기 일쑤다.
어느덧 시침과 분침은 오후 2시25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딩동댕~" 공연 시작 5분 전 알림이 울리면, 어텐던트들은 더욱 바빠진다. 미처 입장을 못한 관객들의 줄이 늘어서고, 로비 입구에선 다른 관객들이 부리나케 뛰어온다.
어텐던트들은 관객마다 티켓과 문진표를 일일이 확인하고, 동선을 안내한다. 어텐던트들은 당연히 손을 소독하고 장갑을 착용한다. 그럼에도 어텐던트들의 수표(티켓의 절취선을 끊어주는 행위)가 부담스러운 관객들에겐 직접 표를 끊고 들어갈 수 있도록 안내한다.
손민지 매니저는 "불특정 다수의 관객분들을 응대해야 하지만 저희가 방역 지침만 잘 따르면 안전하다는 걸 믿고, 지금까지 그것이 증명돼왔다"고 말했다. 우다영(26) 부매니저도 "갈수록 안전하게 공연이 진행이 되고 있다는 믿음이 생긴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어텐던트와 이들을 관리하는 매니저들 중엔 '공연 마니아'들이 많다. 음악 전공의 공연 애호가인 손 매니저는 약 8년 전 아르바이트로 어텐던트 일을 하다, 하우스 바이저와 부매니저를 거쳐 매니저가 됐다. 역시 공연 마니아인 우 부매니저는 3년 전 어텐더드를 일을 시작했고, 4개월 전에 부매니저가 됐다.
손 매니저는 "음악당 로비가 텅 빈 채, 샹들리에만 덩그러니 매달려 있는 모습을 보고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고 돌아봤다. "다행히 공연이 재개됐죠. 코로나19 관련 방역 근무 매뉴얼이 추가되는 등 더 분주해졌지만, 공연을 다시 한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했습니다."
"턱스크 등을 한 관객에게 마스크를 올바르게 착용해달고 정중히 요청 드리면 '왜 나를 부끄럽게 만드느냐'며 역정을 내는 분도 계세요. 괜히 죄송하기도 하죠. 하지만 그게 저희의 일인 걸요."
공연의 막이 올라간 뒤에도 어텐던트들은 여전히 바쁘다. 티켓 수와 관객 수가 맞는지 재집계를 하고, 늦게 온 관객들의 입장 시간 등을 조율하는 등의 업무가 계속 이어진다.
공연장 내 객석 끝에 앉아 있는 어텐던트들 역시 바쁘기는 마찬가지다. 무대가 아닌 객석을 바라보며, 혹시나 돌발상황이 생기지 않을까 끊임없이 지켜본다. '무대 관람'이 아닌 '객석 관람'이다.
손 매니저는 공연뿐만 아니라 사람들과 같이 근무하는 것이 좋아 이 직업을 택했다. "공연을 보러 오시는 관객분들이 좋은 에너지를 받는 걸 보면, 제게도 그 에너지가 전달된다"고 미소지었다. "공연 뒤 흡족한 표정으로 공연장을 나가시는 분들을 볼 때 가장 뿌듯해요."
우 매니저는 "관객분들이 함성을 내지 않고, 마스크를 내리지 않는 걸 보면 (우리의) 안내가 잘 전달된 거 같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공연이 짜릿한 이유는 같은 작품이더라도 매일 똑같은 것이 없다는 점이에요. 관객분들이 공연장을 찾아주실 때 저희와 공연장을 믿고 오신다는 생각에 또 짜릿하고 감사해요. 방역 수칙을 잘 지켜주시는 분들을 보면 더욱 감사하고요."
이날 어텐던트와 매니저들은 관객을 응대할 때마다, 일정 간격 '거리두기'를 했다. 하지만 그들 사이에 심리적 거리는 없었다. 공연의 힘이요, 코로나19 시대 문화예술의 존재 가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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