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라면 가격 오른다"…애그플레이션 현실화 우려↑

기사등록 2021/07/28 11:03:00

원유 8월1일부터 1ℓ당 947원으로 인상…우유·유제품 등 도미노 가격 예상

제분업계, B2B향 밀가루 가격 인상 협상중…라면·과자 등 가격 인상 '임박'

[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우유 원유 가격이 8월 1일부터 ℓ당 21원 인상하는 가운데 23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우유를 고르고 있다. 원유 가격은 기존 926원에서 947원으로 2.3% 인상하는 셈이며, 인상 폭은 3년 전인 2018년(ℓ당 4원)보다 5배에 달한다. 2021.06.23. yes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김동현 기자 = 원유(原乳)와 밀가루 가격 인상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원유 가격 인상은 시중에 판매되는 우유 가격으로 먼저 이어질 수 있다. 이후 우유를 원재료로 사용하는 치즈, 빵, 아이스크림 제품 가격을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제분업계도 밀가루 가격 인상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밀가루 가격 인상은 라면을 비롯해 밀가루를 사용하는 과자 등의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식료품 가격의 연쇄 상승이 현실화될 경우 장바구니 물가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28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낙농진흥회는 다음달 1일부터 우유의 원재료인 원유 가격을 1ℓ당 926원에서 947원으로 21원(2.3%) 인상을 결정했다. 원유 가격 인상은 지난해 7월21일 열린 '2020 원유가격조정 8차 협상'에서 결정됐다.

원유 가격은 1999년 이전까지는 정부고시가격에 의해 결정됐지만 2013년부터는 원유가격연동제로 결정된다. 2013년에는 원유 가격이 1ℓ당 834원에서 940원으로 인상됐고 2018년에는 1ℓ당 922원에서 926원으로 4원(0.4%) 가격이 올랐다. 

원유 가격 인상은 유업계 우유 제품 인상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2018년 원유 가격이 인상됐을 당시 서울우유협동조합과 남양유업은 우유 제품군 가격을 3.6~4.5% 인상한 바 있다. 매일유업은 2013년 이후 제품 가격을 동결하고 있다.

올해의 경우 우유 제품 가격 인상이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서울우유협동조합을 비롯해 유업계는 8월 원유 인상에 맞춰 주요 제품에 대한 출고가 인상을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업계 내부에서는 3년전 대비 인상폭이 큰 점을 비롯해 최저임금 인상과 물류비 상승, 우유 판매율 저조로 인한 실적 압박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우유 제품 가격 인상폭이 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우유 제품 가격이 현실화될 경우 더 큰 문제는 우유를 사용하는 주요 제품군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우유를 재료로 사용하는 치즈와 아이스크림, 빵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수 있다.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 등 프랜차이즈 업체에서 판매되고 있는 빵 가격의 경우 올해 초 가격을 한 차례 인상한 바 있는데 우유 제품 가격 인상을 빌미로 하반기 또 다시 가격 조정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올해 1월 뚜레쥬르는 원재료와 인건비 인상을 반영해 90개 제품 가격을 평균 9% 올렸고 파리바게뜨는 2월 총 660개 품목 중 약 14.4%에 해당하는 95개 제품을 대상으로 가격을 인상한 바 있다. 평균 인상폭은 5.6%다.

[서울=뉴시스] 백동현 기자 = 오뚜기가 원재료 가격 인상과 지속적으로 상승세를 보이는 인건비, 물류비 부담 가중에 다음 달 1일부터 진라면 가격 인상(684원에서 770원으로 12.6%)을 결정함에 따라 비슷한 제품군을 생산하는 경쟁사 제품가 인상도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16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라면을 둘러보고 있다. 2021.07.16 livertrent@newsis.com
밀가루 가격 인상에 따른 라면 등 2차 가공식품 가격도 줄인상이 예고된다. 대한제분, CJ제일제당, 삼양사 등 주요 밀가루 제조사는 라면업계 등 주요 고객사와 올해 첫 가격 인상을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제분업계는 그동안 고객사의 요청에 따라 B2B(기업간 거래) 물량에 대해 가격을 동결해 왔지만 국제 밀 가격 상승에 따른 제품 생산 가격이 치솟아 더 이상 가격을 미루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밀가루 가격 인상폭은 10% 안팎으로 예상된다. 

밀가루 가격 인상이 현실화됨에 따라 라면업계의 가격 인상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라면업계는 서민음식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가격 인상을 자재해 왔지만 밀가루 가격 인상은 도미노 가격 인상의 방아쇠가 될 수 있다.

오뚜기는 다음달부터 주요 제품에 대한 가격을 결정한 상황이다. 가격 인상을 고민하던 농심, 삼양식품은 밀가루 가격 상승 폭에 맞춰 주요 제품 가격 인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밀가루를 사용해 만드는 제품 가격도 비상이다. 칼국수, 밀가루떡, 밀가루로 만드는 과자 등이 밀가루 공급가 인상 영향을 받아 판가를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애그플레이션 현상으로 인한 경기 부진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애그리컬처(agriculture)와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인 애그플레이션은 곡물가격의 상승 영향으로 모든 물가와 인건비 등이 상승하는 것을 뜻한다.

서민물가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식료품 가격의 연쇄 상승으로 인해 가계는 물론 골목상권이 초토화될 수 있다. 치솟는 물가로 인해 소비자들의 소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기업들이 실적 부문에서 타격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제분업계의 경우 그동안 라면 업계의 가격 인상 동결을 받아들여 밀가루 가격을 올리지 않았지만 국제 밀 가격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기 위한 협상을 라면업계 등과 진행하고 있다"며 "B2B향 밀가루 가격이 어느 정도 오를 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밀가루, 계란, 우유 등의 가격이 오를 경우 식료품의 도미노 인상이 이어질 수 있고 소비자들의 체감 물가도 크게 뛸 수 있다"며 "우려되는 부분은 물가 상승으로 인해 소비가 둔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가격 인상 후 제품이 팔리지 않아 기업 매출도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애그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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