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셔먼에 "관계 악화 중국을 '가상적'으로 보기 때문"(종합)

기사등록 2021/07/26 13:42:10

"잘못된 사고방식·대중정책 바꿔라" 요구...고위급협의 '평행선'

[서울=뉴시스]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2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외교부에서 한미 외교차관 전략대화를 마친 뒤 도어스테핑을 하고 있다. (사진=외교부 제공) 2021.07.2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재준 기자 = 중국 외교부 셰펑(謝鋒) 부부장은 26일 미중 관계가 악화한 것이 미국이 중국을 '가상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신화망(新華網) 등에 따르면 셰펑 부부장은 이날 오전 톈진(天津) 빈하이 호텔(濱海一號酒店)에서 조 바이든 행정부 들어 처음 방중한 미국 웬디 셔먼 국무부 부장관을 만나 양국 간 고위급 외교대화를 열었다.

셰펑 부부장은 셔먼 부장관에 미중 관계가 교착상태에 빠져 엄중한 곤란에 직면했다며 이는 근원적으로 미국 일각에서 중국을 '가상적'으로 간주하는 탓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미국이 중국을 2차대전 때 일본, 냉전시기의 소련처럼 사악하게 만들어 자국 정치와 경제, 사회에 대한 미국민의 불만, 내부 구조적 모순을 중국에 돌리도록 하는 한편 정부와 사회를 총동원해 전방위적으로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셰펑 부부장은 미국이 마치 중국의 발전만 막으면 자국의 국내외 난제를 모두 쉽게 해결하고 미국 패권시대를 계속 이어갈 것으로 착각하는 듯하다고 힐난했다.

이어 셰펑 부부장은 미국의 '규칙에 기초한 국제질서' 유지가 자국과 소수 서방국가의 법규를 국제규칙으로 포장해 타국을 압박하는데 불과하다며 미국이 보편적인 국제법과 국제질서를 도외시하고 다른 길을 가려는 것은 자신의 이익만을 도모하는 '약육강식'과 '정글의 법칙'을 강행하는 일이라고 질타했다.
[서울=뉴시스] 중국 외교부 셰펑(謝鋒) 부부장이 작년 5월25일 홍콩 주재 외국 공관, 상업회의소, 국제기구 관계자를 상대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출처: 중국 외교부 사이트> 2020.05.26



또한 셰펑 부부장은 미국이 툭하면 중국을 건드리지 않고는 말도 일도 못하는 것 같다며 이런 대단히 잘못된 사고방식과 위험천만한 대중정책을 당장 고치라고 강력히 촉구했다.

셰펑 부부장은 미국의 '경쟁 협력 대항'이라는 삼분법이 중국을 견제하고 억압하는 '속임수'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아울러 셰펑 부부장은 미국의 신장 위구르와 홍콩 인권 문제 비판에 맞서 "미국 측에는 민주주의와 인권을 중국에 가르칠 자격이 없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애초 셔먼 부장관의 회담 파트너로 중국 외교부에서 동격인 러위청(樂玉成) 상무 부부장로 원했지만 중국 측이 응하지 않아 결국 셰펑 부부장을 만났다고 한다.

셔먼 부장관은 중국 측에 오는 10월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최초로 별도 정상대좌하는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회의에서 셔먼 부장관은 신장 자치구의 인권문제, 대만과 북한을 둘러싼 문제 등을 거론하며 논의를 진행했다.

셔먼 부장관은 남중국해와 인권 문제 등에선 중국의 행태 시정을 요구하는 한편 북한 문제, 기후변화 대책을 놓고선 협력을 당부했다고 한다.

하지만 중국은 미국의 코로나19 기원을 규명하는 추가 조사와 자국의 사이버 공격 비판, 양국 현안에 거세게 반발하면서 양측 주장이 평행선을 그렸다.

특히 중국은 주권과 안전보장 등에서는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왕이 부장은 24일 파키스탄 외무장관과 만난 자리에서 "미국이 다른 나라와 대등하게 어울리는 것을 모른다면 이를 가르쳐주는 게 우리의 책무"라고 견제한 바 있다.

전날 베이징에 인접한 톈진에 도착한 셔먼 부장관은 이날 셰펑 부부장에 이어 왕이(王毅) 외교부장과도 연이어 회동한다.

미중이 고위급 대면접촉을 가진 것은 지난 3월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에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양제츠(楊潔篪) 중국공산당 외교 담당 정치국원과 왕이 부장이 2+2 외교톱회의를 가진 이래 4개월 만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yjjs@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