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유탄' 맞은 추미애, 원죄론 부각에 노심초사

기사등록 2021/07/22 08:40:00

金, '드루킹 댓글' 공모 유죄 확정…정치생명 치명상

추미애 "동지로서 아퍼…당시 대표로서 결백 믿는다"

與 대표때 평창올림픽 네이버 악성 댓글 수사 의뢰

드루킹 검거 역풍…野 특검 총공세에 고육지책 수용

경선 국면 '책임론' 암초…친문 지지층 쏠릴까 걱정

추미애 측 "오해 풀린지 오래…허위사실 강력 대응"

【진주=뉴시스】차용현 기자 = 김경수 경남지사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사진은 지난 2018년 6.13 지방선거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이던 추 전 장관이 김 지사 지원유세에 나선 모습. 2018.06.02. con@newsis.com
[서울=뉴시스]정진형 기자 = 친문 적자 김경수 경남지사가 '드루킹 댓글조작' 공모 혐의로 최종 유죄 판결을 받자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졸지에 유탄을 맞았다.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시절 네이버 포털 뉴스의 댓글 조작 의혹 수사 의뢰를 한 것과, '드루킹 특검'을 받은 책임론을 여권 지지층 일각에서 펴기 시작해서다. 추 전 장관은 이를 강하게 반박하고 있지만, 지지기반이 됐던 친문 강성 지지층의 이탈 가능성에 긴장하는 모습이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지난 21일 컴퓨터 등 장애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기소된 김 지사의 상고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관해서는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피선거권 박탈 5년을 감안하면 오는 2028년 4월에야 정치활동이 가능해 사실상 정치생명에 치명상을 입게된 것이다.

이에 추미애 전 장관은 페이스북을 통해 "김 지사의 오랜 정치적 동지로서 이번 대법 판결에 표현할 수 없는 아픔을 느낀다"며 "지난 대선을 주관했고 김 지사에 대한 특검 여부로 고심했던 당시 당대표로서 저는 그때나 지금이나 김 지사의 결백함을 믿는다"고 유감을 표했다.

이어 "원래가 선하고 사람을 잘 믿는 김경수 지사의 성정상 광신적 지지자 그룹에 대해 베푼 성의와 배려가 뜻하지 않은 올가미가 됐을 수도 있다"고 했다.

추 전 장관으로선 난감한 형국이다. 김 지사가 유죄를 받은 '드루킹 사건'이 불거진 계기가 포털 네이버의 댓글에 대한 당대표 시절 문제제기에서 기인했다는 일각의 시각 때문이다.

[창원=뉴시스] 김기진 기자 = 김경수 경남지사가 21일 오전 경남도청 현관입구에서 이날 징역형을 확정한 대법원의 최종 판결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1.07.21. sky@newsis.com

김 지사가 유죄 판결을 받은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은 지난 2018년 1월 평창동계올림픽 여자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구성 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를 비방하는 댓글 매크로 조작이 이뤄진다는 의혹이 여권 지지층에서 제기된 데서 시작됐다. 당시는 추 전 장관의 민주당 대표 시절이었다.

추 전 장관은 그해 1월 17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내 대표적 포털사이트인 네이버의 댓글은 인신공격과 욕설, 비하와 혐오의 난장판이 되어버렸다"며 "익명의 그늘에 숨어 대통령을 '재앙'과 '죄인'으로 부르고, 그 지지자들을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말로 농락하고 있는 것"이라며 '가짜뉴스'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이에 당내에 '가짜뉴스, 댓글조작 신고센터'를 설치하고 네이버와 SNS 상의 댓글을 모니터한 민주당은 ▲좌표 찍기 ▲기계적 매크로 조작 등의 정황 증거를 확보해 같은달 31일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 고발했다. 최민희 당시 디지털 소통위원장이 2월 7일 최고위에 이같은 조치사항을 보고하면서 지난 2012년 국정원 댓글 사건에 빗대어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경찰 수사결과 '드루킹' 김동원씨와 민주당 당원 등 3명이 댓글 조작 혐의로 체포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여기에 김씨와 김 지사가 대선 국면에서 이른바 '댓글조작'을 공모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당시 야권이 국회 보이콧을 하며 특검 수용 총공세를 폈다.

여야간의 줄다리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김경수 당시 의원이 4월 19일 경남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하며 "정쟁중단을 위한 신속한 수사를 촉구한다. 필요하다면 특검에도 당당히 응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5월 4일 경찰에 출석하면서 "필요하다면 특검이 아니라 그보다 더 한 조사에도 당당히 임하겠다"고 했다.

이 당시 추가경정예산(추경) 처리가 시급했던 민주당 지도부는 결국 국회 정상화를 조건으로 같은달 14일 '드루킹 특검' 도입에 합의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 추 전 장관의 네이버 댓글 조작 수사 의뢰와 드루킹 특검 수용이 김 지사를 코너에 몰리게 한 게 아니냐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의식한 듯 추 전 장관은 페이스북에서 "평창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당정청이 총력을 다하던 시점에 국내 최대 포털사이트인 네이버의 주요 기사 댓글에 대통령을 모독하거나 평창올림픽 성공적 개최를 바라는 국민적 염원에 찬물을 끼얹는 댓글이 대규모로 조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신고와 민원이 계속되었고 청와대 청원까지 등장한 상태였다"면서 수사의뢰 불가피성을 설명했다.

[무안=뉴시스] 류형근 기자 =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인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이 15일 오후 전남 무안군 전남도의회 5층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1.07.15. hgryu77@newsis.com

그러나 민감한 대선경선 국면에서 '김경수 유죄' 책임론 암초가 튀어나오며 추 전 장관도 휘청이는 모습이다. 이낙연 전 대표가 상승세를 타면서 3위까지 치솟았던 추 전 장관의 지지율도 조정 국면에 진입한 데다가 김 지사 문제로 돌아선 친문 지지층이 이 전 대표에게로 쏠릴 경우 격차가 더 벌어지며 중위그룹에 발이 묶일 수도 있다.

당장 경쟁 주자의 공격도 시작됐다. 경선 후보인 김두관 의원은 "당도 원망스럽다"며 "조금 더 세심했어야 했는데, 의도는 그렇지 않았겠지만 결과적으로 당시의 정무적 판단이 한탄스럽다"고 했다. 당시 당대표인 추 전 장관을 에둘러 겨냥한 셈이다.

위기감을 느낀 추 전 장관 측도 책임론 공세를 떨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당대표 시절 평창올림픽을 겨냥한 악성 댓글 대응은 불가피했고 '드루킹' 검거는 네이버의 수사의뢰에 따른 것으로 당시로선 예상할 수 없었다는 해명을 연거푸 내놓았다.

추 전 장관 측 관계자도 뉴시스에 "당시 평창올림픽을 향한 악성 댓글이 달리는 상황에서 민주당이 이를 좌시해선 안된다는 당원들의 요구가 빗발쳤는데 눈 감고 있어야 했다는 얘기가 아니냐"며 "김 지사 본인도 자신이 있으니 특검을 하자고 했고, 추 전 장관이 경남지사 후보 공천장까지 줬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나아가 "지난 1심과 2심 과정에서 이미 지지층 사이에선 오해가 다 풀린 상황인데 일부 후보와 캠프에서 악용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사실과 다른 얘기를 하는 것은 허위사실 유포에 해당하기 때문에 강력대응할 예정"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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