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돌아선' 친문 마음 잡기 총력… "당해보니 죄송"
이낙연, 적통 후보 자처…"대통령 당청관계 환상적 극찬"
정세균, 적자 자임…"김대중·노무현·문재인이 중용한 사람"
추미애, 검찰 개혁 매개로 호소…김두관도 노·문 계승자 자처
[서울=뉴시스] 이재우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막판에도 더불어민주당 보다 높은 40% 안팎의 지지율을 유지하면서 민주당 대권 주자 사이에서 '친문(親문재인)' 지지층을 향한 구애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문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율을 의식한 대권 주자들이 '문재인 마케팅'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문 대통령의 40%대 지지율 유지는 콘크리트 지지층인 40대의 탄탄한 지지를 받고 있는데다 임기 말에 매번 터져나왔던 권력형 비리가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역대 대통령들이 임기말 지지율 하락으로 레임덕에 빠져 여권 대권 주자들이 외면하던 것과 대조적이다.
민주당 최대 계파인 친노·친문은 이번 대선 경선에서 직계 주자 없이 이재명·이낙연·정세균 등 각 캠프로 흩어졌다. 친문이 구심점 없이 각자도생에 나서면서 문심(文心·문재인 대통령 마음)은 쉽사리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대권 주자들이 '문재인 마케팅'을 통해 친문 끌어안기에 적극 나서고 있는 모양새다.
선두 주자인 이재명 지사는 친문의 돌아선 마음을 돌리기 위해 매진하고 있다. 그는 지난 2017년 대선 경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거칠게 비난해 친문의 반감을 샀다. 일부 강성 친문은 이 지사가 2018년 경기지사 경선에서 친문계인 전해철 의원을 꺾자 차라리 야당 후보를 찍겠다고 반발하기도 했다.
이 지사는 문 대통령을 지난 대선 경선에서 거칠게 비난한 것을 수차례 사과했지만 친문 지지층에서는 여전히 이 지사에 대한 반감이 존재한다. 이 지사가 경선에서 과반 득표에 실패하면 반(反)이재명 연대가 형성돼 결선 투표에서 패배할 수 있다는 전망이 존재하는 것도 친문의 반감과 무관하지 않다.
이 지사와 이 지사 캠프는 출마선언문와 기자회견 등에서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정부를 계승하겠다'고 거듭 공언하고 있다. 이 지사가 당선되면 '문재인 정부 계승이 아니라 이재명 1기(이낙연 전 대표 캠프)' 등 경쟁 진영의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지지율 1위인 이 지사는 비토론과 별개로 친노·친문 인사를 흡수한 상태다. 친노 좌장 격인 이해찬 전 대표도 이 지사를 지원하고 있다. 그는 지난 14일 유튜브 '박시영TV'에 출연해 "문 대통령에게 '마음고생 많았네'라며 위로를 받았다. '막상 당해보니 죄송하다'고 했다"고 친문에 거듭 화해의 손을 내밀었다.
이 지사는 지난 14일 부인 김혜경씨를 보내 장인상을 당한 '친문 적자' 김경수 경남지사를 조문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 일가를 맹비난한 트위터 계정 '혜경궁 김씨'의 계정주라는 의혹을 휘말렸던 김씨의 조문은 친문을 향한 러브콜로 해석돼 세간의 큰 관심을 끌었다.
이낙연 전 대표와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민주당 적통 후보'를 자처하며 친문에 구애하고 있다. 이 지사는 성남시 시민사회 출신으로 민주당 주류와는 거리가 멀다. 되려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과 각을 세운 정동영 당시 후보를 지원하기도 했다.
이 전 대표와 정 전 총리는 민주당 기반인 전남 영광과 전북 진안이 고향이다. 이 전 대표와 정 전 총리는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DJ) 시절부터 민주당에 몸 담고 다선 국회의원과 국무총리, 당대표를 지낸 주류다. 반면 이 지사는 경북 안동 출생이고 당력도 상대적으로 일천하다.
이 전 대표는 출마 선언문 등을 통해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를 계승할 적통 후보를 자처하고 있다. 친문 직계는 아니지만 문재인 정부 초대 국무총리로 대권 주자 중 그나마 친문 성향이 강한 편이다.
이 전 대표는 4.7 재보궐 참패 직후 차기 대권 주자로서 문 대통령과 차별화해야 한다는 주변의 조언에 '내가 죽는 한이 있어도 문재인 대통령을 지키겠다'고 선을 그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문 정부를 부정하는 것은 자신을 부정하는 것이라는 취지라고 캠프 측은 설명한다.
그는 '빵점짜리 대표였다'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공격에 "대통령께서는 당정 관계가 환상적이었다고 극찬을 해주셨다. 설마 빵점짜리 대표가 당정관계를 환상적으로 만들 수 있겠느냐(지난 15일 KBS 라디오 주진우 라이브)"고 응수하기도 했다.
이 전 대표 측근들은 지지층 결집을 위해 이 지사에 대한 친문의 반감도 자극하고 있다. 캠프 정무실장인 윤영찬 의원은 지난 11일 "이 지사가 성공해 만드는 차기 정부는 문재인 정부 계승이냐, 아니면 이재명 1기냐는 의구심이 지지자들 사이에 굉장히 넓게 퍼져가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정 전 총리는 지난 4월 총리직에서 사임한 이후 줄곧 김대중·노무현·문재인 대통령을 잇는 '적통 후보'를 강조하고 있다. 친문 핵심으로 꼽히는 홍영표 의원이 정 전 총리를 공개 지지하고 나섰고 노영민, 최재성, 강기정 등 청와대 전직 수석들도 그를 돕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 전 총리는 지난 5일 친노 핵심인 이광재 의원과 단일화에 합의한 뒤 '노무현 정신과 문재인 정부를 계승하겠다'고 공언했다. 지난 13일 캠프 출범 기자간담회에서도 "다른 분도 훌륭하지만 순도가 가장 높은 민주당원은 (자신과 단일화한) 이광재와 정세균"이라고 강조했다.
정 전 총리는 15일 YTN라디오 '이동형의 정면승부'에 출연해서는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세 분의 대통령에 의해서 중용이 된 사람"이라며 "노선이나 태도나 당의 이념 부분에 매우 충실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제가 적자"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추미애 전 법무장관은 문재인 정부의 최대 과제인 검찰개혁의 적임자를 자처하면서 강성 친문에 구애하고 있다. 그는 지난 14일 뉴시스와 인터뷰에서 "내가 출발이 가장 늦었지만 이렇게 치고 올라갔던 것은 개혁에 대한 열망을 거의 포기할 뻔 했던 지지층들이 내가 깃발을 들고 개혁완수를 외치니까 반응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012년 대선 경선에서 문 대통령과 대립했던 김두관 의원도 '노무현, 문재인의 확실한 계승자'를 자처하고 있다. 그는 16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영남에서 지역주의 타파를 위한 도전과 희생이 있었다. 아래에서부터 민주주의를 위해 살아왔기 때문에 민주당 정신을 가장 많이 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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