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청약 분양가 시세 대비 60~80% 수준
인천계양 분양가 시세 차이 없다는 지적도
"거품 낀 시세 기준으로 분양가 책정 분노"
정부 "구축과 비교 한계…최대한 저렴하게"
성남·위례 시세와 차이 커 청약 쏠림 전망
17일 국토교통부는 3기 신도시 사전청약 1차 물량 4333가구의 모집공고를 내고 28일부터 인천 계양을 시작으로 청약 접수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1차 사전청약 지역은 인천 계양(1050가구) 위례신도시(418가구 ) 성남 복정1(1026가구) 의왕 청계2(304가구) 남양주 진접2(1535가구) 등 5곳에서 모두 4333가구다.
수요자들의 관심을 모았던 분양가격은 최저 3억412만원에서 최고 6억7616만원으로 책정됐다. 주변 시세의 60~80% 수준이라는 게 국토부 설명이다.
분양가가 공개되자 청약 대기자들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가장 불만이 많은 곳은 3기 신도시 중 한 곳인 인천 계양지구다. 이곳의 사전청약 물량은 인천지하철 1호선 박촌역 인근에 배치됐다. 분양가는 전용면적 59㎡가 3억5628만원으로 책정됐다. 74㎡는 4억3658만원, 84㎡는 4억9387만원이다.
그러나 박촌역 인근 주변 아파트 시세와 비교할 때 사전청약 분양가가 20% 이상 저렴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천 계양구 박촌동 한화꿈에그린 59㎡가 이달 4억2000만원에, 계양한양수자인 59㎡가 지난 3월 3억7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 5월 인천 계양구에서 분양한 계양하늘채파크포레 전용 59㎡ 분양가는 3억9000만원대였다.
부동산 커뮤니티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분양가에 대한 비판 글이 넘쳐난다. 한 누리꾼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분양가를 보고 두 눈을 의심했다"며 "정부가 집을 사지 말고 3기 신도시를 기다리면 저렴하게 분양하겠다고 해놓고 거품이 잔뜩 낀 비정상 시세를 기준으로 분양하겠다니 분노가 치민다"라고 적었다.
다른 누리꾼은 "공공분양 주택은 정책적 배려가 필요한 계층에게 건설 원가로 저렴하게 주택을 공급한다는 취지로 알고 있는데 시세를 기준으로 분양하는 게 맞다고 생각하느냐"라며 "정부가 집값 잡겠다고 해서 믿어준 결과가 이렇게 크게 절망감을 안겨줄지 몰랐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시민단체 참여연대도 "인천 계양 신도시 등의 사전 분양가는 도시근로자가 부담 가능한 가격을 초과해 무주택 실수요자들이 빚 없이 사기 힘들다"며 "부담 가능한 주택가격이 되려면 3기 신도시 분양가는 3억원 이하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무주택 실수요자들의 부담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고 버블 가격이라고 할 수 있는 주변 시세의 60∼80% 수준의 사전 분양가를 추정한 것은 문제"라고 비판했다.
비교대상 단지들은 구도심에 위치하고 있는데다 15년 이상 된 아파트라 역세권 입지에 신축 아파트로 들어서는 사전청약 아파트의 분양가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다는 주장인 셈이다.
일부 지역의 경우 '로또' 수준으로 분양가가 저렴하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성남 복정1 지구 전용 59㎡ 분양가는 6억7616만원으로 3.3㎡당 분양가가 2600만원 선이다.
해당 지역 인근에 위치한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신흥동 산성역프레스티아의 경우 전용 59㎡의 직전 거래가격이 10억5000만원이었다. 시세가 3.3㎡당 4500만원이 넘는 점을 감안할 때 이번 사전청약 대상지의 분양가가 로또 수준이라는 게 부동산 업계의 판단이다.
위례 지구 역시 마찬가지다. 위례 지구 전용 55㎡ 분양가는 5억5576만원으로 책정됐다. 2013년에 입주를 시작한 위례24단지꿈에그린 전용 51㎡의 직전 거래가격이 11억4000만원으로 분양가와 시세의 차이 가 크다.
이에 따라 입지나 가격 측면에서 경쟁력이 높은 복정과 위례 지구로 청약 수요가 쏠릴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노형욱 국토부 장관도 지난 13일 국토위 전체회의에서 "사전청약 분양가격에 대해 상반된 견해가 있는 것 같다"며 "분양가가 너무 높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시세와 동 떨어져서 로또 청약이 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신도시 청약에 참여하는 분들이 신혼부부와 젊은 층이 많기 때문에 정부는 최대한 저렴하게 공급하는 것이 맞다고 해서 이렇게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의왕 청계2 지구 전용 55㎡ 분양가는 4억8954만원으로 책정됐다. 의왕시 내손동 의왕내손이편한세상 전용 59㎡가 지난달 8억원4000만원~8억7800만원에 거래된 바 있다.
다만 실제 분양가격은 2년 후 이뤄지는 본청약 때 최종적으로 결정된다. 이 때문에 본청약 때 분양가가 오를 수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토부는 이와 관련해 "지가·건축비 등이 상승하는 경우 분양가가 조정될 수 있지만 물가상승률 수준으로 변동 폭을 최소화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3기신도시 분양가가 전반적으로 시세보다는 저렴하게 책정된 만큼 실수요자들의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임병철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비교적 입지가 좋은 지역에서 주변시세 보다 저렴한 분양가격으로 내 집 마련이 가능하기 때문에 무주택 실수요자들의 관심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5곳을 비교했을 때 성남 복정이나 위례가 인천 계양이나 남양주 진접에 비해 압도적으로 가격 만족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청약을 통해 내 집 마련을 하려는 계획이 있다면 신축에 대한 프리미엄을 감안할 때 청약을 안 하는 것보다 하는 게 유리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사전청약이 집값 안정에 미치는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사전청약 물량 중 신혼부부가 대상인 신혼희망타운과 신혼부부 특별공급 물량이 전체의 60%를 차지한다. 이 때문에 오히려 다른 세대는 기회가 줄어들고, 결과적으로 사전청약이 시장의 주택수요를 모두 충족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사전청약이 갈팡질팡하는 30대들의 수요를 분산하는 효과는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청약하는 계층과 기존 주택의 수요층이 다르기 때문에 분산 효과가 일부에 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인근 시세보다 저렴하게 공급하기 때문에 무주택 실수요자들에게 기회가 될 수 있지만 사전청약 물량이 시장의 주택수요를 모두 충족하기 어렵다"며 "지금의 시장안정 효과를 가져오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kangse@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