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선 대표' 이준석, 이동훈이 살렸다?…'尹지키기'로 리스크 돌파

기사등록 2021/07/14 12:28:44 최종수정 2021/07/14 14:32:57

'전 국민 재난지원금' 합의에…野 "터질 게 터져"

'이준석 리스크' 논란 분분…제왕적 대표 비판도

이동훈 '공작' 발언에 李 "즉각 진상규명" 약속

리더십 논란 잠재우며 野후보 보호 나선 모습

與 정치 공작 부각하며 반문세력 결집도 노려


[서울=뉴시스] 국회사진기자단 =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만찬 회동을 마친 후 악수하고 있다. 2021.07.13.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양소리 기자 = 수일째 '이준석 리스크' 논란에 시달리던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출구를 찾았다.

수산업자 김모(43)씨로부터 금품을 받은 의혹이 제기된 이동훈 전 윤석열 캠프 대변인이 이번 사건을 여권의 '공작'이라고 주장하자 즉각 공격 모드로 돌아서면서다.

야권 '1강' 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지키는 동시에 정부를 공격할 새로운 과녁을 찾아낸 이 대표가 다시 활기를 찾은 모습이다. 당내 친(親) 윤석열계 의원도 이 대표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정치 애송이' 취급 당한 30대 대표…"부모님이 고객센터 가서 환불해야"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김기현(오른쪽)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3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하며 동료 의원들에게 거수경례로 인사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7.13. photo@newsis.com


여성가족부(여가부)·통일부 폐지론으로 균열을 일으키던 이 대표는 지난 13일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합의하며 코너에 몰렸다.

즉각 '0선' 대표가 송 대표에 당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가 박근혜 정권때부터 정치권에 있었다고 해도 곁다리에 존재했을 뿐"이라며 "결국 송 대표의 전략에 넘어간 정치 애송이가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투톱'인 김기현 원내대표는 "(이 대표가) 합의했다는 사실 자체가 팩트가 아니어서 오해가 없었으면 좋겠다"고 상황을 무마했으나 정치권에서는 이를 놓고도 조롱이 이어졌다. 한 정계 관계자는 "부모님의 카드를 들고 나가 마구 결제하고 온 사고 친 아이같다"며 "부모님이 고객센터에 가서 (결제) 취소해온 것 아니냐"고 비유했다.

이 대표의 독단적인 결정도 문제가 됐다. 김 원내대표는 이 대표의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합의과 관련 '이 대표와 사전 교감이 됐는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런 이야기는 없었다"고 했다.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추경 협상은 당초 원내대표 담당이나 이와 관련해 논의조차 없었다는 뜻이다.

대권 주자들의 질타도 이어졌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당 '대표'는 당과 함께 해야 한다"며 "독단적 스타일로 인식되면 당과 함께 하기가 어렵고 리더십이 성립되기 어렵다"고 했다. 윤희숙 의원은 "원칙을 뒤집는 양당 합의를 불쑥 하는 당대표"라며 "자기 마음대로 밀어붙이는 과거의 제왕적 당대표를 뽑은 게 아니다"고 비판했다.

야권에서는 '터질 게 터졌다'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익명을 요구한 국민의힘 당직자는 "어린 대표의 등장에 불만을 드러낸 이들은 계속 있었다"며 "이준석 돌풍이 부는 상황에서는 함부로 말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고조된 불만을 터트릴 기회를 포착한 이들도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치공작' 의혹, 이준석 출구될까…尹캠프도 '환영'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가짜 수산업자에게 금품을 받은 의혹으로 입건된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이 1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에서 조사를 마치고 취재진을 피해 이동하고 있다. 2021.07.13. bjko@newsis.com


공세에 몰리던 이 대표의 출구는 '윤석열'이었다. 13일 저녁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에서 조사를 받고 나온 윤석열 캠프의 전 대변인 이동훈의 입에서 '공작'이라는 단어가 나오자 이 대표는 빠르게 반응했다. '이준석 리스크'를 잠재우는 한편 범야권 주자를 보호하는 대표의 리더십을 보여줄 기회를 찾은 것이다.

 동시에 이 대표는 여권의 정치공작 의혹을 부각하며 정부를 비판, 국면도 전환했다. 이번 사건을 기점으로 반문 세력이 결집된다면 박스권에 갖힌 국민의힘의 지지율도 다시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다.

그는 페이스북에 "충격적인 사안"이라고 평가하며 "(문재인) 정권을 도우면 없던 일로 해주겠다고 회유를 했다니. 당 차원에서 즉각적인 진상규명에 착수하겠다"고 말했다. 이 전 대변인의 발언이 나온 지 채 1시간도 지나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 대표는 곧이어 나온 MBN과의 인터뷰에서 "워낙 사안이 엄중하다"며 "사실이라면 범야권 유력 대선 주자에 대한 음해 공작 시도라고 보여진다. 그래서 소식을 접한 직후 '우리 당 내에서 진상규명을 해야한다'고 말했다"고 거듭 밝혔다. "전직 기자의 명예를 건 폭로"라며 "가볍게 안 들린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14일 오전 KBS 라디오에서도 "저희가 조사단이나 이런 걸 꾸리든지 뭔가 구체적인 행동을 하기 위해서는 이동훈 측에서 상당한 정보를 제공해야 할 것이다"며 당 차원에서 나서겠다고 했다.

윤 전 총장 측도 이 대표의 적극적인 대처를 반기고 있다.

윤석열 캠프 관계자는 이날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윤석열) 캠프 차원에서 사실관계를 규명하기가 상당히 힘들다"며 "국민의힘에서 즉각 반응하면서 알아보겠다고 했다. 내용이 어떻게 나올지 알려주면 그걸보고 판단을 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세력과 정치력이 부족한 윤석열 캠프가 이번 '정치 공작' 의혹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국민의힘과 손을 잡을 수도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중진인 권성동 의원도 이 대표와 한편이 됐다. 당내 자타공인 윤 전 총장의 최측근인 권 의원은 "대선이 가까워지면서 정치공작이 난무할 것으로 우려된다"며 "여권의 습관적 정치공작의 실체를 철저히 규명하겠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ound@newsis.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