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안팎에서 선두 '이재명 흔들기' 본격화
이재명 측 역선택·지라시에 날선 반응도
이 지사, 언제까지 버티기 일관 미지수
이재명 동반하락…'반등' 이낙연 맹추격
더불어민주당 유력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는 12일 당내 대선주자들의 집중포화에도 '사이다 화법'으로 반격을 못하는 자신의 처지를 이렇게 표현했다.
이 지사는 당내 경선판 구도를 '손발 묶인 권투'에 비유하며 선두 주자의 고충을 토로하면서 화합을 통한 1위 수성을 다짐하고 있다. 이 지사는 이날 라디오에서 '"전 본선을 걱정해야 될 입장으로, '원팀'을 살려 손실을 최소화하고 본선에서 역량이 최대한 발휘되도록 해야 해 심하게 공격하면 안 된다"며 "손발 묶인 권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본선 경쟁력을 내세운 이 지사가 후발 주자들의 협공과 추격에도 전략적으로 인내하는 '로키 전략'을 고수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대선 승리라는 대승적 차원에서 경쟁자의 도발을 감내해 내겠다는 게 이 지사의 지론이다.
하지만 이 지사의 로키 전략 속에 '바지 발언' 논란 등이 경쟁자들에게 집중 공격을 받으면서 지지율이 하락세로 돌아서고 있다. 이 때문에 이 지사가 1대 5의 전선 구도에서 언제까지 버티기로 일관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특히 정권말 예측불허의 돌출 악재가 터져나올 수 있는 상황에서 결국 어느 시점에서 경쟁자에게 반격을 가하거나 여권 후보로서 차별화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 지사의 지지율 하락에는 맞수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휘청인 것도 한 요인이다. 위협적 주자이던 윤 전 총장과 야권이 주춤하자 친문 주류와 지지층도 '대안'을 돌아볼 여유를 갖게 됐다는 것이다.
더불어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최근 상승하며 이와 연동되는 '친문' 후보인 이 전 대표가 상대적으로 수혜를 본 측면도 있다.
12일자 TBS 의뢰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차기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에 따르면, 윤 전 총장은 29.9% 이 지사는 26.9%로 각각 1.5%포인트와 3.4%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이 전 대표는 5.9%포인트 오른 18.1%로 나타났다.(9~10일 조사)
이 전 대표가 최근 일부 조사에서 소폭 오르긴 했지만 이처럼 급반등한 것은 KSOI가 처음이다.
이에 대해 이 지사 측은 "예비경선 기간 동안 치열한 네거티브가 이뤄졌고, 우리는 포용 기조를 유지해온 만큼 지지율에 일부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것은 인지하고 있었다"며 "본경선이 앞으로 두달 남은 만큼 정책 토론을 활발히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지사 측은 이처럼 표정관리를 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당 안팎의 도발에 부글부글 끓고 있다. 최근 윤 전 총장 지지층과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을 고리로 불거진 '역선택' 논란에 부대변인 명의 논평을 내어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민주당 후보를 만들려는 얄팍한 꼼수"라고 날선 반응을 보였다.
최근 당 내 일각에서 이 지사의 지지율 하락과 이 전 대표의 반등세를 도드라지게 비교한 자료가 유포되는 데 대해서도 캠프 내에서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불만이 팽배해 있다.
지난 11일 예비경선 컷오프 결과가 발표된 후 특정 후보가 득표율상 앞선다는 여러 지라시가 경쟁적으로 돌자, 이상민 당 선관위원장이 급거 "유포되고 있는 후보자별 득표율 관련 내용은 모두 허위사실"이라고 공지하는 등 물밑 신경전이 계속되고 있다.
이처럼 여권 대선구도가 출렁인 배경에는 야권의 퇴조와 문재인 대통령의 상승세가 맞물려 있다는 게 정가의 판단이다. 특히 윤 전 총장의 하락세가 결정적 요인으로 풀이된다.
윤 전 총장의 경우 엑스(X)파일을 시작으로 장모 최모씨의 실형, 부인 김건희씨의 접대부 의혹 등 사생활 문제가 돌뿌리로 튀어나왔다. 국민의힘도 이준석 대표의 통일부, 여성가족부 폐지 주장에 당내에서도 우려가 나오며 주춤하는 분위기다.
그간 '윤석열 대항마'로 이 지사가 입지를 고수할 수 있었지만 위협적 야권 주자인 윤 전 총장이 흔들리며 친문 주류와 지지층도 더는 '전략적 선택'을 강요받지 않게 된 셈이다.
지난 5~7일 실시돼 8일 발표된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4개 기관 합동 전국지표조사(NBS)에서 이낙연 대 윤석열 가상 양자대결 시 양자는 36%로 팽팽했다. 이재명 대 윤석열의 경우 이 지사 43%, 윤 전 총장 33%로 격차가 벌어졌지만 이 지사가 아니어도 윤 전 총장이 '해볼 만한 상대'가 된 것이다.
최근 일련의 조사에서 이 지사의 대세론이 흔들리는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 여권 지지층의 선택이 다변화되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여기에 한때 30%선까지 붕괴됐던 문 대통령 국정수행평가 회복세도 한 몫을 했다.
KSOI 조사에서 문 대통령 국정수행 긍정 평가는 2.7%포인트 상승한 45.8%로 지난 2월 19일 정례조사 시작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부정평가는 1.8%포인트 하락한 51.7%로, 긍·부정 격차는 역대 최소치인 5.9%포인트로 좁혀졌다.
12일자 YTN 의뢰 리얼미터 조사(5~9일 실시)에서도 문 대통령 지지율은 전주 대비 3.1%포인트 오른 41.1%로 18주만에 40%대에 다시 진입했다. 부정 평가도 3.2%포인트 내린 54.9%였다.
문재인 정부 초대 총리를 지낸 이 전 대표 지지율은 당대표 시절에도 문 대통령과 연동된다는 분석이 나온 바 있다. 이 전 대표 스스로도 재보선 참패 후인 지난 4월 "죽는 한이 있더라도 문재인 대통령을 지키겠다"면서 '호위무사'를 자임했다.
다만 임기말 선거 성격상 필연적으로 '정권 심판 바람'이 불 수밖에 없는 구도다.
지난 2일 한국갤럽(6월 29일~7월 1일) 조사에 따르면 내년 대선을 놓고 '여당 후보 당선'을 꼽은 응답은 38%, '야당 후보 당선을 꼽은 응답은 49%로, 정권심판론이 높게 나타났다.
여기에 코로나19 4차 유행이 본격화되는 등 정권말 돌출 악재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방역 피로감이 높은 상황에서 또다시 심판론이 힘을 받을 경우 여권 주자에겐 현 정권과의 차별화가 제1과제가 되는 것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이재명은 윤석열의 대항마로서 존재하고 있어서 윤 전 총장이 떨어지면 이 지사도 떨어진다. 역설적으로 한 배를 탄 셈"며 "반면 이낙연 전 대표는 문 대통령 지지율과 같이 가는 측면이 있다"고 짚었다.
신 교수는 "다만 또다시 코로나가 번지면서 실제 국민적 불안이 불만으로 이어진다면 대통령 지지율 뿐 아니라 대선판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그 불안이 불만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현 정권의 대처가 될 지가 관건"이라고 했다.
기사에 인용한 여론조사들의 보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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