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씨엘, 6월 '뷰티풀 민트 라이프 2021'에서 실시
"사용 적합성 평가연구 위해 관객 동의 받아" 해명
개인 검체 활용하려면 사전동의·설문평가 꼭 필요
전문가들 "미국 등 선진국도 8천명 평가 유례 없어"
식약처 "외부 법률 자문 받아 적법 여부 조사 중"
국내 체외진단키트 제조사인 피씨엘은 논란이 일자 "사용자의 편의성을 조사하는 '사용 적합성 평가' 연구 목적으로 적법한 절차를 거쳤다"고 해명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피씨엘이 관련 법에 따라 관객 8천여 명에게 사전 동의를 받고 자가검사를 진행했는지 여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사용 적합성 평가란 의료기기 인허가를 받기 위해 꼭 필요한 절차다. 의료기기를 개발하고 상용화하기 전 사용 오류로 인체에 위해를 끼치는 상황을 개선해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식약처는 지난달 26~27일 양일간 서울 송파구에서 열린 야외 음악 축제('뷰티풀 민트 라이프 2021') 주최 측이 관객 8천여 명을 대상으로 피씨엘의 코로나19 신속항원진단키트 'PCL COVID Ag Gold'를 활용해 타액(침) 자가검사를 하도록 한 사실을 인지하고 의료기기법과 체외진단의료기기법 위반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실제로 피씨엘은 최근 보건복지부가 지정하는 기관생명윤리위원회(IRB) 기관으로 등록된 한 병원에 'PCL COVID Ag Gold' 사용 적합성 평가를 의뢰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생명윤리법에 따르면 IRB 기관은 인체 조직이나 세포 등 인체유래물을 심의할 수 있다.
다만 식약처 관계자는 "(피씨엘의 사용 적합성 평가는)개인의 검체를 쓰는 인체유래물 연구에 해당되기 때문에 반드시 생명윤리법에 따라 (평가대상으로부터) 사전 동의, 즉 서면동의를 무조건 받고 설문조사를 한 설문평가지도 있어야 한다"면서 "자료를 수집하고 외부로부터 법률 자문도 받아 사용 적합성 평가의 적법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8천여 명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사용 적합성 평가는 선진국에서도 사례를 찾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피씨엘이 실제로 8천여 명 규모로 사용 적합성 평가를 시행하겠다며 심의를 거쳤는지, 해당 관객들로부터 사전 동의를 모두 받았는지 여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평가 대상으로 8천 명을 모집해 일일이 사전 동의를 받는 것이 특히 야외에서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이유다.
지난 3월 식약처가 발표한 '코로나19 체외진단의료기기 허가심사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자가사용 목적 제품은 다양한 교육 수준과 연령, 성별의 비전문가 100명을 대상으로 사용 적합성 평가를 거치도록 돼 있다.
B 대형병원 사용적합성센터 관계자는 "8천여 명을 대상으로 한 사용 적합성 평가는 이 분야에서 유례가 없다"면서 "사용 적합성 평가를 먼저 도입한 의료기기 선진국인 미국에서도 그 정도 인원을 대상으로 (사용 적합성 평가를)했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고 했다.
사용 적합성 평가를 야외 공간에서 진행한 것 자체도 의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C 대형병원 사용적합성센터 관계자는 "보통 사용 적합성 평가는 시설이 갖춰진 병원의 통제된 환경(룸) 안에서 모집 인원을 대상으로 진행한다"면서 "야외에서 진행하면 확진자가 진단키트를 가져가 버리는 등 안전상 문제가 발생했을 때 신속한 조치가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식약처는 피씨엘이 사용 적합성 평가 관련 모든 서류를 기관에 제대로 제출했는지 여부 등도 종합적으로 파악해 가능한 빠른 시일 내 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무허가 의료기기 제품을 제조해 판매하면 제조업체의 경우 모든 제조 업무정지 6개월과 함께 경찰 고발 조치가 별도로 이뤄진다"며 "식약처 내부 규정에 따라 과징금을 부과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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