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부산·경기 자사고 10개교 1심서 모두 승소
교육부 "판결문 검토후 입장" 교육청 항소 수순
"정권 바뀌면 뒤집을 수도…헌법소원 대비해야"
"시행령 위헌 판결 시 고교학점제 타격 불가피"
2025년부터 자사고와 외국어고(외고), 국제고를 일반고로 일괄 전환하는 근거가 법률이 아닌 시행령이기 때문에 다음 정권에서 얼마든지 뒤집을 수 있기 때문이다.
8일 교육계에서는 대선이 1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사법부의 판결이 나온 만큼 자사고 폐지 정책을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김성천 한국교원대 교육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날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대선이 얼마 남지 않아 자사고 폐지가 공약 또는 쟁점이 될 것"이라며 "자사고·특목고를 살리는 쪽으로 정치적 이슈가 될 것이고 정권이 바뀐다면 살아날 가능성도 있다"고 관측했다.
서울·부산·경기도 교육청은 지난 2019년 6~7월 평가를 통해 부산 해운대고, 서울의 배재고·세화고·숭문고·신일고·이대부고·중앙고·경희고·한대부고와 경기 안산 동산고 등 자율형사립고(자사고)가 기준점수를 넘기지 못했다며 자사고 지위를 박탈했다. 교육부도 이 결정에 동의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지난해 12월 부산 해운대고를 시작으로 서울 8개 자사고, 8일 동산고의 손을 들어줬다.
판결 이후 보수성향의 교육시민단체에서는 교육 당국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하윤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회장은 "자사고 폐지에 매몰돼 억지로 공약을 밀어붙인 정권, 위법·불공정 평가로 폐지 수순만 밟은 교육청, 무기력한 편승과 동의로 줄소송 사태를 초래한 교육부는 지금이라도 사과하고 책임져야 한다"면서 "자사고 폐지 시행령을 철회하고 국민 혈세만 낭비하는 항소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한국사립초중고법인협의회도 이날 입장문을 내고 "교육정책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고 학생·학부모의 선택권 박탈로 자괴감을 주는 교육정책을 즉각 철회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부는 당초 이날 1심 소송 결과에 대한 입장과 고교체제개편 추진방향을 발표할 계획이었으나 하루 전 유예했다. 재판부의 판결문을 검토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교육 당국은 자사고·외고 등 일괄 폐지 정책을 굽히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2019년 평가 결과와는 관계 없이 2025년 자사고와 외고, 국제고가 일반고로 전환된다. 교육부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해 2025년부터 자사고와 외고, 국제고의 운영 근거를 삭제했기 때문이다.
2025년 고교학점제가 전면 시행되는데, 고교서열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다양한 교육을 실시한다는 제도의 취지가 무색해진다는 이유에서다.
자사고·외고·국제고 25개교를 운영하는 학교법인 24곳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이 학생·학부모의 교육선택권을 침해한다고 보고 지난해 5월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한 상태다.
헌재까지 위헌이라고 판결할 경우 자사고 등의 지위가 유지되는 것은 물론 고교학점제까지 유명무실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고교학점제에서는 내신 성취평가제(절대평가)가 도입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대학입시에서 자사고·특목고는 더 유리해질 가능성이 높다.
교총은 "정권과 정부, 교육부와 교육청은 이번 1심 판결 결과를 겸허히 수용해 지금이라도 사과하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자사고 등을 2025년 일괄 폐지하는 시행령을 즉각 철회하고, 고교의 종류와 운영을 법률에 직접 명시해 안정성을 기하는 입법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김성천 교수는 "고교체제 개편은 고교학점제와 내신 절대평가제, 대학입시까지 맞물리는 문제"라며 "고교체제개편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고교학점제를 실시하면 상대평가가 사라진 자사고 쏠림 현상과 일반고 슬럼화 현상이 심화되는 등 공교육의 혼란과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법조인들 중에서도 자사고·특목고 출신 인사들이 상당수"라며 "헌법재판 전에 대응논리와 근거를 탄탄히 준비하지 않으면 결코 쉽지 않은 과정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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