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을 직접적으로 괴롭힌 임원 A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수 있도록 비호한 최 COO는 네이버뿐만 아니라 전 계열사에서 경영자로서 직무를 수행할 자격이 없는 만큼 모든 보직에서 해임돼야 한다며 반발한 것이다. 노조는 요구안이 수용되지 않을 경우 집회, 고발까지 검토하고 있어 네이버의 내부 갈등은 쉽사리 수습되기 힘들 것으로 관측된다.
네이버노조는 이날 경기 성남시 분당구 본사에서 동료 사망 사건 자체 조사결과 최종 보고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이 발표했다.
앞서 네이버 직원 A 씨는 지난달 25일 업무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메모를 남기고 안타까운 선택을 한 바 있다.
이에 노조는 5월 31일부터 6월 23일까지 총 24일에 걸쳐 고인의 전·현직 동료 60여명을 대상으로 전화 심층 면접, 대면 인터뷰하며 확보한 증언, 메일·메신저·녹취·동영상 자료를 바탕으로 진상 규명 최종보고서를 작성해 공개한 것이다.
◇"고인 죽음 명백한 업무상 재해이자 타살"
보고서는 직원 A 씨 사망 원인을 ▲야간, 휴일, 휴가 중에도 업무를 진행해야 할 만큼 과도했던 업무와 이를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없게끔 한 상급자의 인력 통제와 불분명한 업무지시 ▲해결이 불가능한 무리하고 부당한 업무지시와 모욕적인 언행을 포함한 회사 생활 전반에서 폭력적인 협박과 이를 거부할 수 없게 한 임원 A의 절대적인 인사권 ▲문제의 임원 A와 B에 대해 직원들이 2년 이상 회사 내에 존재하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문제를 제기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묵살하고 오히려 비호한 경영진과 인사시스템의 무책임한 대처 등 총체적 문제 3가지를 지목했다.
특히 보고서는 2년 넘는 기간 동안 경영진 면담, 퇴사와 전배 시 인사조직 면담, 상향평가를 통한 부정적 의견 전달, 사내 신고채널을 통한 문제제기 등 회사 생활에서 할 수 있는 모든 방식을 통해 문제를 호소했으나 어떠한 조치도 이뤄지지 않았고, 오히려 임원 A와 임원 B에게 더 강한 권한을 부여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고인의 죽음은 명백한 업무상 재해이자 타살이라고 결론 내렸다.
◇"최인혁 경영진으로서 업무수행 자격 없다"
이런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먼저 최 COO가 네이버뿐만 아니라 모든 계열사의 보직에서 해임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최 COO는 1999년 네이버에 입사한 창립 멤버로,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와 삼성SDS 시절부터 함께했다. 한성숙 대표의 뒤를 이을 유력한 차기 최고경영자(CEO)로 꼽히던 인물이기도 하다.
앞서 네이버 이사회와 리스크관리위원회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직장 내 괴롭힘을 인정하고 새로운 조직 문화와 경영체계 수립을 지난 25일 약속했다. 이와 함께 고인 A 씨를 괴롭힌 것으로 지목되는 임원 A와 B에 대해 징계를 내렸다. 이와 함께 최 COO는 이번 사건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지고 네이버의 COO와 비즈CIC 대표 직위에 대한 사의를 표했고, 이사회는 이를 받아들일 것이라고 발표했다. 단, 별도 법인인 네이버파이낸셜의 대표, 공익재단 해피빈 대표 등은 이번 사태와 무관하다는 판단 아래 계속 맡기로 했다.
노조는 "고인을 직접적으로 괴롭힌 주 행위자는 임원 A임이 분명하나 임원 A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수 있었던 배경에는 매우 큰 권한을 가진 최 COO의 비호를 받았기 때문"이라면서 "칼을 잘못 휘두른 자에게 칼을 쥐어주고, 심지어 더 좋은 칼을 쥐여준 것은 명백한 비호이며,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 관리, 감독하고 조직원들이 안전한 상태에서 일하게 할 책무가 있는 최 COO의 잘못은 결코 임원 A의 잘못보다 작다고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사측은 최 COO가 이번 사태에서 네이버 본사에 한해 도의적인 책임이 있다고 봤고, 노조는 네이버 본사는 물론 주요 계열사에서 경영진으로 직무를 수행할 자격이 없다며 맞서고 있다.
노조는 또 "임원 B에 대해서도 즉각적인 해임을 요구한다"며 "고인을 포함해 구성원 다수를 두려움에 괴로워하게 한 이 같은 정황을 일절 고려하지 않고, 회의 석상에서 전적인 인사권을 가진 임원 B의 위협적인 발언들에 대해 낮은 수준의 징계 조치를 준 리스크관리위원회의 결정을 노동조합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사측 수용 거부 시 집회·고발도 고려…내일부터 피켓 시위 시작
최 COO 계열사 대표 해임 여부가 이번 사태의 주요 쟁점 중 하나가 됨에 따라 네이버의 내부 갈등 수습이 이른 시일 내에 이뤄지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노조는 오는 29일부터 관련자 사퇴와 대책위원회 구성 등을 요구하는 피켓 시위를 시작할 예정이다. 노조는 요구안이 수용되지 않으면 집회, 더 나아가 고발까지 단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노조는 재발방지 대책위원회를 노조와 함께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조건으로는 직장 내 괴롭힘 등 내부 채널을 통한 신고부터 조사·징계 결정까지 책임지는 기구를 노사 동수로 구성해야 한다고 내걸었다.
또 조직장에게 과도하게 몰려있는 권한을 축소하고 좋은 리더십을 만드는 노사 공동 시스템을 구축해 소수 경영진의 권한 독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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