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부터 위반 아파트 단지 최대 30만원 과태료
경비원 투명페트병 관리…잘못된 분리배출 여전
라벨 제거·압착·세척 안 지켜…"골라내기 힘들다"
단속 7월부터 할 듯…분리배출도우미 배치 느려
年 10만t↑ 재활용…내년 4종 플라스틱 4종 확대
26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한 아파트 단지에서 만난 경비원은 버려진 투명 페트병에 붙은 라벨(상표띠)을 떼면서 이같이 말했다.
'폐기물관리법 시행령'에 따라 이날부터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 위반으로 적발된 공동주택법상 의무관리대상 공동주택(아파트) 관리사무소는 과태료를 내야 한다.
지난해 12월25일 시행된 공동주택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제는 지난 25일까지 6개월간 계도기간을 거쳤다. 이날부터 지자체 단속에서 분리배출 위반으로 적발된 아파트 단지의 관리사무소에 과태료가 부과된다. 적발 횟수에 따라 1차 10만원, 2차 20만원, 3차 이상 30만원이 부과된다.
투명 페트병은 고품질 페트 재생원료로 재활용하면 장(長)섬유, 플라스틱 용기 등으로 재탄생할 수 있어 선별이 중요하다.
계도기간 지났지만…분리배출 완전 정착까진 아직
과태료 부과 시행에 앞서 현장의 모습은 어떨까. 취재다닌 아파트 단지 곳곳에 투명 페트병 분리수거함이 마련돼 있었지만, 실제 분리수거가 완벽하게 이뤄지고 있지 않았다.25~26일 이틀간 분당구 일대 아파트에서 만난 경비원들은 주기적으로 분리수거함을 살펴보며 잘못 버려진 폐기물들을 골라내고 있었다. 투명 페트병도 예외는 아니다.
한 경비원은 "페트병 라벨 떼고 페트병이 아닌 쓰레기들을 빼내 다른 데로 옮기는 것이 주 업무지만 골라내지 못하는 것들이 있다"며 "병도 발로 찌그러뜨려야 하는데 일일이 다 골라내 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경비원이 일하는 분리수거함 앞엔 "음료, 생수 무색(투명) 페트병만 담아주세요", "내용물을 비우고 라벨을 제거한 후 압착해 배출해주세요"라 쓰인 안내문이 붙어 있지만, 이를 완벽히 지킨 페트병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일반 플라스틱을 모아두는 곳에 투명 페트병이 버려져 있는 경우도 많았다.
플라스틱 쓰레기로 가득 찬 분리배출 봉투엔 들어가서는 안 될 투명 페트병들이 군데군데 보였다. 어떤 것들은 라벨이 그대로 붙어 있어 눈에 잘 띄었다.
한 아파트 단지 관리사무소 직원은 "단지 차원에서 엘리베이터에 분리수거 방법을 자세하게 설명한 안내문을 붙이고, 주민들이 쓰레기를 버리실 때 최대한 안내하면서 조금씩 나아졌다"고 설명했다.
다른 경비원은 "그래도 겨울(시행 초기) 때보단 많이 나아졌다. 그땐 주민들이 아예 아무렇게 버리셨다"며 "그래도 안심할 수는 없어 계속 살펴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 아파트 단지에선 주민들이 분리수거함 앞에 분리수거 요령을 자세히 담은 큰 포스터를 걸었다. 다른 곳에선 투명 페트병 분리수거함 앞에 라벨이 없는 압축된 투명 페트병을 걸어두거나 라벨을 쉽게 뗄 수 있도록 가위·칼을 뒀다.
실제 단속 7월부터 할 듯…분리배출 도우미 배치 안된 곳도
단속과 과태료 부과 권한을 위임받은 지자체는 다음 달부터 실제 단속에 나설 것으로 보이지만, 일부 현장에선 단속과 과태료 부과에 대해 명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성남시 관계자는 "단속은 구청에 위임한 사무다. 30일 이후부터 구청에서 단속할 것으로 보인다"며 "법 시행 초기 단계라 유예 기간이 더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어 유예 기간을 더 줄지는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시 관계자가 밝힌 내용과 달리 자치구별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 단속 부서 관계자들은 경기도나 성남시로부터 전달 받은 사항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지난 24일에 시·도 담당자들에게 메일을 보내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함이 설치돼 있는지, 제대로 분리수거가 되고 있는지 점검하도록 안내했다"며 "과태료 부과는 기초지자체 소관이라 일괄 점검 지시를 하지는 않았다. 지자체에선 6월 말까지 점검과 과태료 부과가 가능하도록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 5월 말까지 지자체 168곳에서 1112명을 채용해 현장에 배치했다. 이달 말까지 6400명, 7월 말까지 8000명을 채용해 배치할 계획이다.
즉,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제 계도기간 이후에도 도우미가 배치되지 않은 지역들이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성남시는 오는 7월 도우미를 채용해 배치할 예정이다.
성남시 한 자치구 관계자는 "아직 분리수거 지침 기준을 받은 것은 없다. 분리배출 도우미에 대해서도 아직 채용 공고 등을 전해 받은 바 없다"며 "기준이나 공고 등이 나와야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 밝혔다.
제도 정착 시 年 10만t 이상 재활용…내년 4종 플라스틱 확대
구체적으로 ▲300세대 이상 공동주택 ▲150세대 이상 공동주택 중 승강기나 중앙집중식 난방이 설치된 공동주택 등 전국 아파트 단지 1만7000여곳이다.
과태료 액수는 적발 횟수에 따라 1차 10만원→2차 20만원→3차 이상 30만원으로 늘어난다.
투명 페트병은 겉에 붙은 비닐 라벨을 떼고, 깨끗이 씻어서 안에 담긴 이물질을 모두 비워야 한다. 그 후 발로 페트병을 압축한 뒤 뚜껑을 닫아 별도로 마련된 분리수거함에 버리면 된다.
색이 입혀진 페트병, 겉면에 글자가 인쇄된 투명 페트병은 분리배출 대상이 아니다.
의무화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단독주택이나 의무관리대상이 아닌 공동주택에선 올해 말 시행된다.
전국 시행 확대에 앞서 분리배출제 시행이 쉽지 않은 단독주택 지역에는 재활용 품목별로 '배출·수거 요일제'를 운영할 계획이다.
환경부는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이 정착되면 내년에 페트 재활용량이 10만t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일본, 대만, 중국 등에서 수입되는 폐페트병을 충분히 대체할 수 있는 규모다.
환경부는 내년까지 투명 페트병을 포함해 사용량이 많은 4종 이상의 플라스틱 분리배출제를 시행할 계획이다. 4종은 선별·재활용 업체 상황을 고려해 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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