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폭력 신념' 병역 거부, 첫 무죄 확정
"병역기피자 늘지 않겠냐" 우려 있지만
병역법 헌법불합치 이후 증가세 없어
"악용은 군대 환경 개선으로 막아야"
26일 법원에 따르면 대법원은 지난 24일 병역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모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정씨는 2017년 11월14일까지 입영하라는 서울지방병무청장 명의의 현역 입영통지서를 전달받고도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일로부터 3일이 지난 같은 해 11월17일까지 입영하지 않은 혐의를 받았다.
정씨가 입영을 거부한 이유는 전쟁과 폭력 등에 반대하는 기독교적 신앙과 정치적 신념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는 2007년 대학 입학 후 여러 선교단체에 가입해 활동하면서 사회적 약자에게 고통을 안기는 전쟁과 타인을 향한 폭력을 전제로 존재하는 군대가 기독교의 교리와 양립할 수 없다고 생각하게 됐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을 심리한 2심 재판부는 "여러 사정을 종합하면 신앙과 신념이 정씨의 내면 깊이 자리 잡혀 분명한 실체를 이루고 있고 이는 타협적이거나 전략적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도 "진정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라면 병역법이 규정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며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수긍했다.
정씨의 무죄가 확정되자 온라인에선 대법원 선고에 대한 반발도 잇달아 나왔고, 이 과정에서 제도를 악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양심적 병역거부가 논란이 될 때마다 반대 측의 논리로 쓰였던 근거다.
일부 네티즌들은 관련 기사 댓글에서 "개신교도가 폭력반대 선언하면 군대 안 갈 수 있겠다", "국방력에 구멍이 생기겠다" 등 불만을 표출했다.
하지만 실제 관련 통계를 살펴보면 병역기피 현상이 현실화 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분석된다. 과거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게 유리한 법원의 판단이 나왔어도 병역기피 수는 증가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입영을 연기하다 지난해 6월 대체역 심사위원회가 생기며 대체복무를 신청한 사람은 지난해 말까지 1206명으로 파악됐다. 약 2년반이라는 기간 동안의 규모라는 점에서 1년 기준으로 환산하면 480여명이 대체복무에 지원한 것으로 계산된다.
대체역심사위원회 관계자는"2013년~2017년 연간 입영거부로 고발당한 평균 인원이 500명대 초반이었다"며 "헌재 판결 전후 병역거부자의 수는 거의 유사한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병역 거부자가 늘지 않은 이유로는 엄격한 대체역 심사, 현역보다 긴 복무 기간 등이 거론된다. 현재 대체복무자는 일반 군인보다 2배 더 긴 3년의 기간동안 교정시설에서 근무한다.
전쟁없는세상 이용석 활동가는 "현역병의 2배가 되는 기간 동안 대체복무를 해야하는데 가뜩이나 취업도 어려운 시기에 합리적인 판단을 한다면 대체복무를 고를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이어 "다만 대체복무제도의 악용을 막기 위해서 기간을 늘리는 등 조건을 더 힘들게 한다는 주장이 있는데, 이는 현역병과 누가 더 나쁜지 경쟁하는 꼴"이라며 "부작용은 군복무 환경을 개선하는 방식으로 해소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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