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라진 야권통합 시계…'통합 캐스팅보트' 尹이냐 安이냐

기사등록 2021/06/26 05:00:00

윤석열의 대선 출사표, 야권통합에도 중대 변수로 등장

국민의힘 입당? 제3지대行? 尹결단 따라 대선판도 술렁

安, 국민의힘과 합당 틀어지면 尹에 다시 구애 나설 수도

[서울=뉴시스]조성우 기자 =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9일 오후 서울 중구 남산예장공원 개장식에서 마스크를 고쳐쓰고 있다. 2021.06.09. xconfind@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준호 기자 =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대선 출사표를 던지기로 하면서 야권 통합의 캐스팅보트 주도권을 잡기 위한 눈치 싸움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야권 통합은 내년 대선 경쟁구도에도 영향을 미치는 핵심 변수이자, 정권교체를 목표로 한 반문(反文) 빅텐트를 현실화시킬 첫 단추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치권이 예의 주시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대선 플랫폼'을 자처하며 야권 통합 주도권을 쥐려 하고 있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야권 '맏형'과 합당 기싸움을 한창 벌이고 있다. 윤 전 총장에 이어 최재형 감사원장,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도 대권 도전 수순을 밟고 있어 야권 통합의 판은 깔렸지만 통합을 둘러싼 셈법은 더 복잡해지게 됐다.

현재로서는 야권 통합의 최대 변수가 국민의힘과 합당을 논의 중인 안 대표와 야권 잠룡 중 절대 강자인 윤 전 총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 국민의당이 신설 합당, 당명 개정 등을 제안하면서 협상에 제동을 건 상황에서 윤 전 총장이 다음 주 대선 출마 선언 후 어떤 행보를 하느냐에 따라 야권 통합의 향방이 결정될 것이란 관측이다. 

관건은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대선 플랫폼이 무력화되고 이른바 제3지대론에 다시 힘이 쏠릴 지이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간 장외 신경전이 날카로워지면서 갈등의 골도 깊어진 양상이라 합당을 예단할 수 없게 됐다. 윤 전 총장은 국민의힘 입당 여부와 시점을 명쾌하게 밝히지 않고 계속 결정을 미루고 있다.
[대구=뉴시스]이무열 기자 =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5일 오전 민생 탐방을 위해 대구 중구 서문시장을 찾아 시민들과 셀카를 찍고 있다. 2021.06.25. lmy@newsis.com

윤 전 총장이 출마 선언을 하더라도 당분간 정치권과 거리를 두며 민심 읽기에 전념하기로 한 만큼 이 과정에서 정책 비전을 다듬는 일 뿐만 아니라 국민의힘 입당에 관한 의견을 수렴하고 결정할 수도 있다.

일각에선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에 입당하더라도 이준석 당대표와 호흡을 맞추는 게 쉽지 않아 관계 설정이 변수가 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윤 전 총장은 상명하복을 철통 같이 따르는 검찰의 조직문화에서 보스 기질이 강했던 반면, 이 대표는 개성과 주관이 뚜렷해 자기 목소리를 내는 성향이 강한 만큼 서로 충돌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윤 전 총장이 소위 'X파일' 논란으로 지지율이 휘청거릴 때 이 대표가 당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사격을 하지 않고 오세훈 서울시장, 원희룡 제주도지사 접촉이나 홍준표 의원 복당 결정 등 사실상 자강론을 띄우는 작업에 나선 점도 윤 전 총장으로선 거슬릴 수밖에 없다. 이 대표는 전당대회 경선 때도 '정시 버스론'을 내세워 윤 전 총장을 압박한 바 있다.

만약 윤 총장이 국민의힘에 입당하지 않고 제1야당 경선에 불참한다면, 결국 연말 '원샷 경선'을 통해 단일화하려는 전략을 선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윤 전 총장이 중도층 뿐만 아니라 문재인 정권에 등을 돌린 탈문(脫文) 세력과 진보세력까지 광범위하게 아우르는 '빅텐트'를 구상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보수정당 국민의힘이 매력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런 관점에서 현재로서는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지만 안철수 대표가 지난 대선 때 제3지대를 지향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연대를 검토했던 것처럼 보수 진보로 양분된 기성 정당 대신 탈(脫)이념을 내걸고 윤 전 총장과 손을 잡을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안 대표는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도 '철석(안철수+윤석열)연대'를 띄워 윤 전 총장에 러브콜을 보낸 바 있다. 한때 안 대표가 제3지대론을 주창한 바 있지만 국민의당이 야권의 주도 세력으로 크기에는 한계가 있어 별다른 힘이 실리지 않았다. 만약 윤 전 총장이 힘을 보태주면 무게감은 확연히 달라진다.

[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 이준석 국민의힘 당 대표가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예결위 회의장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6.14. photo@newsis.com
윤 전 총장 입장에서도 당분간 중도 외연 확장에 초점을 둔 행보를 펼치기로 한 만큼 야권 대선주자 중 안 대표가 가장 중도층에서 흡인력이 높은 잠룡이란 사실을 간과할 수 없다. 국민의힘에 입당할 경우 중도층의 반발과 이탈이 예상된다는 점도 윤 전 총장의 제1야당 입당 딜레마를 키우는 요소다.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 입당설이 흘러나오자 즉각 반박하고 나선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된다. 윤 전 총장이 다양한 민심을 수렴한 뒤 국민의힘 입당 여부와 시기를 결정하기로 한 점도 '명분 쌓기'에 불과하다는 의견도 있다.

정의화 전 국회의장 등 야권의 중량감 있는 인사들이 최재형 감사원장의 우군으로 나섰듯이 윤 전 총장도 대선캠프에 노련한 원외 중진의 조력이 필요해 국민의힘과 섞이지 않고 중도노선을 추구하는 안 대표가 '절충점'이 될 수도 있다. 윤 전 총장을 제외한 야권 대선주자들의 지지율이 한 자릿수로 미미하지만 안 대표가 순위권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있는 점도 윤 전 총장이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치권에선 윤 전 총장의 대선 출마로 야권 통합의 시계도 빠르게 돌 것으로 보고 있다. 야권 통합의 '캐스팅보트' 1순위는 윤 전 총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전언정치', '간보기' 논란 등으로 피로감이 커져 있는 시점에 X파일 논란까지 겹쳐 위기를 맞은 윤 전 총장이 모호한 스탠스로 또 다시 일관할 경우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이미 윤 총장이 진로를 놓고 장고가 길어지자 윤사모(윤석열 전 검찰총장 팬클럽·윤석열을사랑하는모임) 회원들이 창당한 원외정당에 윤 총장이 입당할 것이란 소문이 온라인을 중심으로 퍼지고 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뉴시스와 통화에서 "윤석열 전 총장의 대선 출마 선언으로 야권 통합도 당연히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 만약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에 입당하지 않는다면 야권 통합 문제는 복잡해지게 된다"며 "국민의힘은 보수 성향인 윤 전 총장이 당연히 자신들과 함께 할 것이라고 믿겠지만, 중도 성향인 안철수 대표나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등과 전략적으로 연대하는 방향을 윤 전 총장이 모색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뉴시스에 "야권통합은 중도 외연을 확장하려는 국민의힘과 의석수가 3석이라 원내에서 힘이 없는 국민의당이 서로의 필요에 의해 두 당을 중심으로 진행될 것"이라며 "당(黨)을 필요로 하는 이유는 나를 보호해주고 대응을 하기 위해서인데 그렇게 하기 위해선 정당의 역사에 비례한 경험과 의석수가 중요하다. 안 대표는 윤 전 총장과 손을 잡고 싶겠지만,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 대신 소수 정당이나 당 밖에 있는 개인과 손을 잡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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