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지급' 정부 반대에 소득 상위 80% 선별지급 검토 선회
신용카드 캐시백으로 보완…"사실상 전국민지원금" 주장
당 일각서 보편지급 주장…"홍남기 선별지급 고집 말라" 비판
당초 민주당 지도부는 전국민지급을 주장했지만 정부가 재정건전성을 이유로 난색을 표하면서 선별지급으로 한발 물러서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소득 하위 70% 지급을 주장하자 그 절충안으로 소득 하위 80%에게 선별지급하되 신용카드 사용액 일부를 카드 포인트로 돌려주는 캐시백을 병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이다.
신용카드 사용액 일부를 카드 포인트로 돌려주면 사실상 전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효과가 발생하다는 게 당정의 입장이다. 신용카드 캐시백은 올해 2분기(4∼6월)에 신용카드로 사용한 금액보다 3분기(7~9월)에 더 많이 쓸 경우 초과 금액의 10%를 돌려주는 방안이다.
송영길 대표는 전날 t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우리당은 전국민 지급을 주장하고 있는데 정부는 하위 70% 정도로 하자고 해서 우리는 안 된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면서도 "중간에 절충할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송 대표는 "(지급 대상) 갭을 줄이면서 신용카드 캐시백을 하게 되면 전국민이 대상이 되는 것"이라며 "지난 3개월치 평균소비액을 초과한 만큼 소비액의 10%를 캐시백으로 돌려주는 것이다. 3종 패키지를 잘 논의하는 중"이라고 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현실적 대안으로 선별지급을 논의중이지만 전국민 지급이 기본 기조라는 점에서 최대한 지급 대상 비율을 끌어올리겠다는 생각이다. 이에 따라 당정 간 조율 과정에서 소득 하위 80~90%선에서 절충이 이뤄질 전망이다. 소득하위 80%를 대상으로 할 경우 4인 가구 기준으로 100만원 가량이 지급될 것으로 보인다.
유동수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은 이날 민주당 정책조정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지난번 회의때 70%를 얘기했고 80% 얘기는 정식으로 못하고 있지만 (비율 상향 가능성은) 열어놓고 있다"고 말했다.
90%까지 상향조정할 수 있냐는 질문에는 "얼마든지"라며 "우리는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하는 게 좋다지만 (정부는) 나누는 데 행정비용이 많이 든다고 한다. 홍 부총리는 진짜 부자들한테 돈 주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고 하는데 그 철학도 이해가 간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선별지급으로 당 지도부가 가닥을 잡아가고 있는 것을 놓고 보편지급 기조에서 후퇴했다는 비판과 함께 전국민 지급 주장이 쏟아지고 있다.
이수진(동작을) 의원을 비롯한 29명의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성명서를 발표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밝힌대로 K방역의 성과는 모든 국민이 함께 애써준 덕분이다. 코로나19는 인종, 나이, 성별, 빈부 차이를 두고 발생하지 않는다"며 "5차 재난지원금은 1차 재난지원금 지급과 마찬가지로 전국민을 대상으로 지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전국민 지원시 가계 전체 평균 소득은 1년 전보다 3.5% 증가했지만 선별지원시 3분의 1도 되지 않는 1.1%에 불과했다"며 "국민 대다수가 동의하고 의회가 동의하는 검증된 지급 방법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기획재정부는 '재정건전성'을 이유로 선별지급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내수는 아직 어렵고 소상공인들은 여전히 힘들어 하고 있다. 위축된 내수 경기를 회복시켜야 한다"며 "하반기 소비 증대를 극대화할 필요가 있는데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이 그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에게는 충분히 검증된 1차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의 경험이 있다"고 했다.
이들은 "재난지원금은 국민 모두에게 지급하는 위로금이다. 당연히 차별 없이 지급돼야 한다"며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더는 선별지급을 고집하지 말고 즉시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데 협조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진 의원은 성명서 발표 뒤 기자들과 만나 "당의 기본 방침도 전국민 재난지원금으로 알고 있다. 당정협의 과정에서 기재부가 소비진작 효과를 거두기 위해 소득 상위 20%에게 신용카드 사용에 따른 캐시백 방식으로 지원하겠다는데 무제한이 아니라 1인당 30만원 한도"라며 "그렇다면 소요되는 재정은 (전국민 지급과) 똑같다고 본다 소득수준에 따라서 차별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해서 이런 점들을 감안해 당정이 협의해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 최대 의원 모임이자 86운동권이 주축이된 더좋은미래(더미래)도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성명서를 발표하고 "올해 국세수입은 4월까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조원이 늘어나는 등 당초 전망했던 282조7000억원을 훌쩍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따라서 나라 빚을 더 내지 않고도 코로나19 피해지원을 위한 추경 편성이 가능한 상황"이라며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당정에 요구했다.
더미래는 "전세계 모범이 되는 K방역은 우리 정부의 역량도 출중했지만 국민들의 적극적인 협조와 희생 덕분이었다"며 "실내외 마스크 착용, 4인 이상 집합금지 등 불편과 피해를 고스란히 감수하면서 정부의 방역지침을 충실히 따른 국민들께 국가는 가능한 범위에서 최대한 보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1차 재난지원금이 지급된 2~3개월은 소비매출이 전년 수준을 뛰어넘기까지 했다. 지역화폐 등으로 지급됨으로써 소비매출이 늘 수 밖에 없었고 정부의 행정명령으로 가장 피해가 큰 소상공인 점포 등에서만 사용이 가능하게 하여 골목상권에 숨통이 트였다"며 "이러한 보편적 지역화폐의 지급은 가계소득 증대에 기여하는 복지정책일 뿐만 아니라 소상공인 매출증대로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강력한 경제정책"이라고 강조했다.
더미래 소속 우원식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우리나라는 국가부채비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가장 건전한 나라인 반면에 가계부채비율은 OECD 국가 중 가장 나쁜 나라"라며 "코로나19 위기를 겪으며 국가가 재정을 통해 국민을 보호해야 하는데 그것을 제대로 하지 못함으로 인해 피해를 가계가 온전히 감당해야 했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대선주자인 이광재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국가의 예산, 즉 나라의 곳간은 국민을 위해 쓰는 것이다. 곳간의 주인은 국민이다. 이번 재난지원금은 전국민을 대상으로 지급돼야 마땅하다"며 "기재부는 대체 무슨 권리와 자격으로 국민 세금의 주인 행세를 하고 있느냐. 우리나라는 기재부의 나라가 아니고 국가의 권력과 예산은 국민의 것"이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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