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김 의장 지난달 31일 사임 확정"
"화재 발생 이후 사임한 것 아니다"
언론은 '왜 화재 직후 발표했나' 지적
물류센터 불났는데 "글로벌 경영 전념"
쿠팡은 21일 공식 보도자료를 내고 "김 의장은 화재 발생 17일 전에 이미 사임했다. 등기부등본을 통해 명확히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또 "사임등기가 완료돼 일반에 공개된 시점에 공교롭게 화재가 발생한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른바 김 의장의 '무책임 경영'에 대한 지적은 사임 날짜에 관한 것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쿠팡의 이 같은 해명은 또 한 번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당시 언론에서 지적한 건 김 의장 사임 발표가 경기도 이천 덕평물류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한지 5시간 뒤에 나왔다는 것이었다. 쿠팡이 운영하는 100여개 물류센터 가운데 규모가 큰 곳 중 하나에서 화재가 발생했는데, 꼭 이 시점에 김 의장이 국내 직책에서 물러난다는 공식 발표를 했어야 했냐는 지적이다.
당시 쿠팡은 김 의장이 앞으로 "글로벌 경영에 전념할 계획"이라고 했는데, 이 내용 역시 문제가 됐다. 국내 사업장에서 대형 사고가 발생한 상황에서 총책임자인 김 의장이 해외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쿠팡 국내 법인은 미국 회사인 쿠팡Inc가 지분 100%를 갖고 있다. 김 의장은 쿠팡Inc 지분 약 10%를 갖고 있으며, 의결권은 약 76%를 장악하고 있다.
김 의장의 국내 직책 사퇴는 내년부터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과도 관련이 있다는 점에서 더 논란이 되고 있다. 일각에선 김 의장이 배송 기사 과로사 문제 등 쿠팡 노동자 문제와 관련한 이슈를 회피하기 위해 국내 직책을 내려놓은 거라고 보기도 한다.
쿠팡은 김 의장 사퇴가 중대재해처벌법과 무관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시각이 많다. 김 의장은 지난해 과로사 문제로 국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을 요구받은 뒤 같은 해 12월 공동대표이사직을 던진 적이 있다. 쿠팡 물류센터와 외주업체 등에서 노동자 9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잇따라 발생했음에도 김 의장은 단 한 번도 직접 사과한 적이 없다.
쿠팡은 올해 초 미국 증권 시장 상장을 위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증권신고서에도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시행을 기업 경영의 주요 리스크 중 하나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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