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토류 中의존도 심각…국내 공급망 구축 시급"(종합)

기사등록 2021/06/13 20:43:00
[서울=뉴시스] 희토류 생산량 및 국가별 생산 비중.(그래픽=한국무역협회 제공) 2021.6.13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정규 기자 = 전기차 생산 등에 사용되는 희토류 영구자석 같은 소재의 중국산 의존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 우리나라도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등과 같이 희토류의 중국 수입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자체 공급망 구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13일 내놓은 '우리나라와 주요국의 희토류 공급망 현황 및 시사점'에 따르면 희토류의 주요 응용분야 중 하나인 네오디뮴 영구자석(NdFeB)은 전기차 모터, 풍력발전 터빈 등의 핵심 소재로 사용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네오디뮴 영구자석의 대(對)중국 수입비중이 88.0%에 달해 중국 의존도가 심각하다는 분석이다.

희토류는 환경오염 발생 등으로 생산이 어려운 데다 소량으로도 소재의 기능을 향상시키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고 다른 원소로 대체하기도 어려워 예전부터 세계 각국은 희토류의 전략적 가치에 주목해 왔다. 희토류는 반도체용 연마제, 석유화학 촉매, 레이저, 전투기 등 첨단산업에 폭넓게 사용될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전기차, 풍력발전 등 친환경 산업에 필수적인 영구자석의 핵심원료로 그 수요가 더욱 늘고 있다.

하지만 공급 측면에서는 중국이 전 세계 생산량의 70%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게다가 채굴에서 분리, 정제 등 단계별 가공 공정과 고부가가치 소재·부품의 생산능력까지 갖춰 글로벌 희토류 시장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EU, 일본 등은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희토류의 안정적인 조달을 위한 역내 공급망 구축에 사활을 걸고 있다. 특히 미국은 지난 8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NdFeB에 대해 무역확장법 232조 적용 여부를 검토할 것을 권고하면서 국가안보 차원에서 중국산 영구자석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것임을 시사했다.

보고서는 우리나라도 산업안보의 차원에서 희토류 원료 확보·공정기술 개발·비축 및 자원 순환의 전 과정을 고려한 공급망 구축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핵심 전략품목의 공급망 리스크를 관리할 국가 차원의 컨트롤타워를 구축하는 한편 수요·공급기업 간 협력을 통해 희토류 산업 생태계가 국내에 안정적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또 네오디뮴 등을 비축 대상 광종에 포함시키는 방안과 희토류의 HS코드(국제적으로 통일된 품목 및 부호체계) 원소별, 가공단계별 세분화도 함께 제안했다.

아울러 희토류의 국내 공급망 구축 사례로 최근 호주 광산기업과 국내 스타트업, 자석 생산업체 및 제품 수요 대기업이 협력해 네오디뮴 영구자석 생산에 성공하고 곧 양산시설 구축에 나서기로 한 사례를 소개했다.

호주의 광산 개발회사인 ASM사가 친환경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 지론텍에 투자한 뒤 자회사를 통해 NdFeB 합금의 시험 생산에 성공한 사례다.

이를 통해 ASM은 희토류의 채굴, 정제 및 산화물을 공급하고 자회사 KSM은 네오디뮴 금속 및 합금을 제조한다. 또 국내 유일의 전기차 구동모터용 영구자석 생산업체인 성림첨단산업은 그동안 중국에서 들여오던 자석을 국내에서 생산하게 된다. 해당 영구자석은 현대모비스 등 대기업에 납품될 예정이다.

수요·공급기업 간 협력을 통해 영구자석의 원료 공급부터 최종 양산 및 납품에 이르기까지 중국에 의존하지 않는 자립적인 공급망을 국내에 구축하는 첫 번째 시도다.

보고서는 "해외 기업의 국내 투자와 협동 연구개발, 국내 유턴이라는 새로운 협력모델을 제시했다는 점뿐만 아니라 수요·공급기업 간 협력으로 영구자석 생산 전 단계에 걸쳐 자립적인 공급망을 국내에 구축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김경훈 무역협회 연구위원은 "우리나라가 친환경 및 첨단 산업 분야에서 글로벌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핵심 원료인 희토류의 안정적 확보가 필수"라면서 "미국이 4대 핵심품목의 공급망 구축을 위해 동맹국과의 협력을 강조하고 있어 이를 기회로 우리나라도 우방국과의 협력을 통해 희토류 공급처 다변화와 공급망의 국내 구축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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