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교육정책 공약 이행 '드라이브'...교육청·시의회 '예견된 반발'

기사등록 2021/06/10 05:00:00

조희연 서울교육감 '해직교사 특별채용' 수사 와중에

시 혁신·공정교육위원장에 '反전교조' 조전혁 전 의원

"정치적으로 대립할 생각 없다"지만…교육계서 뒷말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4일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제300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1.05.04. 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김정현 기자 = 서울시가 오세훈 서울시장의 교육 공약을 추진할 자체 위원회를 가동하면서 서울시교육청의 권한을 침해한다는 이른바 '패싱(passing)' 논란이 커지는 모양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수사를 받는 와중 반(反) 전교조 성향의 전직 국회의원이 위원장을 맡은 교육 정책 위원회를 꾸리자, 정치권에선 내년도 교육감 선거를 의식한 것이 아니냐는 뒷말이 무성하다.

10일 서울시와 교육청에 따르면, 시는 지난 8일 전문가 15명이 참여하는 '서울 혁신·공정 교육위원회(혁신·공정위)'를 구성하고 위원장에 조전혁 전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전신) 국회의원을 호선했다.

시는 혁신·공정위가 미래교육 지원정책 수립을 본격화하기 위한 민·관 협력기구라고 밝혔다. '미래를 선도하는 혁신·공정 교육도시'라는 비전을 갖고 6개월간 전체회의와 심층논의를 갖는다. 특히 빅데이터,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한 공공플랫폼을 개발, 양질의 교육 콘텐츠를 시민들에게 제공할 방침이다. 대상은 취약계층 아동, 청소년을 시작으로 초·중·고교 전 학년, 학교 밖 청소년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 측은 위원 구성과 관련해 "공모를 거치지 않고 언론 기고문 등 활동을 바탕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자체 선정했다"고 밝혔다.

교육청은 사전 협의 없이 교육 정책 관련 위원회가 꾸려지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지방교육 사무를 집행할 법적 권한은 교육청에 있기 때문이다. 전임 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당시에도 교육 정책 관련 위원회를 구성할 때 교육청에 관련 위원을 추천해달라는 문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청 내부에선 "앞으로 혁신·공정위와는 협의가 쉽지 않겠다"는 말도 나온다. 당장 위원장인 조 전 의원은 지난 2010년 '학부모 알 권리'를 이유로 전교조 조합원 명단을 인터넷에 공개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서울=뉴시스]새누리당 역사교과서개선특위의 조전혁(왼쪽 세번째) 전 의원이 지난 2015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역사교과서 정상화추진 당정협의에서 발언하는 모습. (사진=뉴시스DB). 2015.10.11. photo@newsis.com
조희연 교육감의 한 측근은 "박 전 시장 시절에는 교육의제를 교육청이 제안하고 시청과는 예산 배분을 놓고 줄다리기 식의 조율이 있었으며 이런 식은 아니었다"며 "서울시의 속뜻이 무엇인지를 포함해 내부 논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전혁 위원장은 10일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교육청과 정치적으로 대립할 생각은 없다"며 "학교 교육과 관련해서는 건드릴 생각이 없다. (혁신·공정위는) 교육청이 할 수 없는 걸 지원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혁신·공정위가 추진하는 정책이 '월권'이라는 논란에 대해서는 "서울시엔 사회적으로 많은 교육 자원이 있지만, 교육감에겐 동원할 수 있는 자원도, 능력도 권한도 한계가 있다"면서 "학습자 입장에서 어느 게 더 도움되는지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가 3년간 272억원을 들여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서울 런(Seoul Learn)' 사업도 갈등조짐을 보이고 있다. 서울 런 플랫폼은 유명 사교육 강사의 온라인 강의를 저소득층, 대안교육기관 학생, 학교 밖 청소년 등 취약 계층에 지원하는 게 골자다. 이 사업 역시 교육청과 사전 조율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교사노동조합은 지난 8일 "국민 세금으로 사교육 업체와 강사들에게 도움을 줘 사교육을 부추길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교육청과의 사전 협의를 요구하는 성명을 냈다. 이튿날인 9일 전교조 서울지부도 비판 성명을 냈다.

[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이 19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제300회 시의회 임시회'에 참석해 의원들과 인사 나누고 있다. 2021.04.19. park7691@newsis.com
이 같은 '패싱' 논란을 두고 서울시는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모습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실행 방안과 추진 과제가 나오면 정책 현장이 학교인 경우가 많아 교육청과 협의해야 할 것이 분명히 있다"며 "혁신·공정위 명단도 교육청에 넘겼고, 정책 추진 시 교육청과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당장 10일부터 시작되는 서울시의회 정례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성향의 위원들이 서울시의 교육 정책 '월권'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지난 7일시의회 기획경제위원회 회의에서는 여러 의원들이 '서울 런' 사업과 관련해 교육청과의 업무 중첩 여부를 문제삼은 것으로 전해졌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시의원은 "서울시의 최근 행보는 조 교육감의 정책에 대해 동의할 수 없고, 다음 교육감 선거에서 자신들의 구상대로 가야 한다고 방향을 제시하는 것처럼 보인다"며 "당분간 시와 교육청·시의회간 치밀한 수싸움이 있을 것"이라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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