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피해 女중사, 국선변호사 교체·조사 지연에 압박

기사등록 2021/06/08 14:58:08

국회 국방위 소속 이채익 국회의원 주장

[성남=뉴시스]김종택기자 = 3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 영현실에 성추행 피해 신고 뒤 극단적인 선택을 한 공군 여성 부사관 고(故) 이모 중사의 영정사진이 놓여 있다. 지난 3월 선임 부사관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며 신고한 이중사는 두달여만인 지난달 22일 관사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2021.06.03.jtk@newsis.com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성추행 피해 후 극단적 선택을 한 공군 여군 이모 중사가 국선변호사 교체와 2차 가해 등으로 심적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국회 국방위 소속 이채익 의원(국민의힘, 울산남구갑)이 8일 공군으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 중사의 첫 국선변호사였던 A법무관은 결혼식 하루 전인 5월7일 이 중사에게 전화를 걸어 "결혼식 등으로 국선변호사가 바뀔 것"이라며 동료 B법무관 이름을 알려줬다.

이에 따라 공군 검찰은 1주일 뒤인 5월14일 A법무관과 같은 팀에 소속된 B법무관을 국선변호사로 추가 지정했다.

새로 지정된 국선변호사인 B법무관은 5월17일 이 중사에게 처음 전화해 군검찰 조사일정을 5월21일에서 6월4일로 변경했다.

B법무관이 조사일정을 변경한 것은 나흘 만에 첫 검찰 조사에 대응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라고 이 의원은 분석했다.

새 국선변호사는 검찰조사에 앞서 피해자·가해자·참고인 진술자료, 증거자료 등 사건자료를 분석·파악해야 했다. 필요에 따라서는 피해자인 이 중사를 직접 만나 사건 경위와 피해 상황 등을 직접 확인했어야 하는데 시간이 촉박했다는 게 이 의원의 설명이다.

아울러 이 중사는 B법무관과 통화한 다음날인 5월18일 20비행단(충남 서산)에서 15비행단(경기 성남)으로 전속 이동해야 하는 등 바뀐 국선변호사를 만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 의원은 "이 중사는 성남 비행단에서 다시 만난 동료로부터 '난 네가 왜 여기 온 줄 안다'는 말을 듣고 심리적 충격이 컸다"며 "결국 이 중사는 조사연기와 2차 가해 등에 따라 심리적 압박감이 커지면서 당초 조사일이었던 5월21일 밤 극단적 선택을 결심하게 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그러면서 "고인에 대한 군 검찰의 피해 조사가 사건발생 후 석 달, 검찰 송치 후 두 달 만에 이뤄지는 등 늦어지게 됐다"며 "만약이라는 가정도 조심스럽지만 피해자가 당초 예정됐던 21일에 검찰 조사를 받았더라면 그 날 밤 극단적인 선택도 하지 않았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안타까움이 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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