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朴탄핵' 승부수 던졌다…윤석열·유승민 고려했나

기사등록 2021/06/03 17:49:00 최종수정 2021/06/03 21:08:11

朴탄핵 찬성한 나도 '애국자'…李, 대구·경북에 호소

탄핵 정국에 탈당한 정치인으로서의 '원칙' 보여줘

'적폐 수사'한 尹 입당…朴탄핵 반성하면 논리 무너져

탈당파 유승민도 '배신자 프레임'서 벗어날 수 있을 듯

[대구=뉴시스]이무열 기자 = 국민의힘 당 대표 출마 후보들이 3일 오후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1차 전당대회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1.06.03. lmy@newsis.com
[서울·대구=뉴시스] 김승민 양소리 기자 = 국민의힘 당권 레이스에서 선두를 달리는 이준석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대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보수당의 적폐 프레임을 깨는 동시에 국민의힘 입당 초읽기 중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위한 판을 깔았다는 해석이 나온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에 찬동했다는 이유로 대구·경북에서 비난받는 유승민 전 의원을 '배신자 프레임'에서 벗어나게 만들 수도 있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 문제를 정면 돌파해 당내 유효한 대권 주자를 최대한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준석 작심발언…"朴탄핵, 대구·경북과 난 다른 생각"
이 전 최고위원은 3일 대구광역시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국민의힘 전당대회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 작심한 듯 "여러분은 다른 생각과 공존할 자신감이 있는가"라고 물었다.

그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이라크 전쟁에 찬성하는 사람도 애국자요, 반대하는 사람도 애국자'라는 발언을 인용하며 "내 생각과 다른 의견을 이야기하는 사람도 선한 사람이고, 애국자라는 것을 입 밖으로 내어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의 고향인 대구·경북 지역의 당원들이 탄핵에 불만이 있다는 점을 충분히 알고 있으나 자신은 '다른 생각', 즉 탄핵의 타당성을 주장하겠다는 뜻이다. 동시에 대구·경북의 당원과 달리 탄핵의 정당성을 주장하지만, 자신 역시 애국자임을 인정해달라는 호소를 함께 담았다.


이 전 최고위원은 "저를 영입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감사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저를 영입하지 않았다면 저는 이 자리에 서 있지 못했을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저는 제 손으로 탄생에 일조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호가호위하는 사람들을 배척하지 못해 국정농단에 이르는 사태가 발생하게 된 것을 비판하고, 통치불능의 사태에 빠졌기 때문에 탄핵은 정당했다고 생각한다"고 강하게 발언했다.

그는 "이번 전당대회에서 제가 탄핵에 관한 이야기를 굳이 꺼내 드는 이유는, 세상이 우리를 지켜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적폐'로 상징되는 박 전 대통령을 끊어내고 정권교체의 준비가 돼 있음을 대구·경북 당원들이 직접 보여줘야 한다는 설득의 메시지다.

박상병 시사평론가는 "현재 이 전 최고위원이 국민의 지지를 받는 건 예전의 국민의힘의 (적폐) 프레임을 깨고 있기 때문이다"며 "대구·경북 시민에는 소극적인 공감, 전국의 국민에는 상당한 감동을 불러 일으킬 발언"이라고 평가했다.

이 전 최고위원의 정치인으로서의 원칙과 자신감을 보여주는 부분으로도 보인다.

박 평론가는 "이 전 최고위원은 박 전 대통령의 탄핵에 찬성해 탈당을 하고, 바른정당 창당에 나선 사람이다. 그가 대구·경북에서 박 전 대통령의 사면을 이야기한다면 오히려 진정성에 의구심이 생겼을 거다"고 했다.

그는 "박 전 대통령을 밟고 갈 새로운 인물은 당원들 입장에서도 신선하다. 또 야권에서 꾸준히 함께 한 이 전 최고위원의 입에서 이같은 말이 나온다면 충분히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고 했다.

李, '탄핵 정당성' 강조…'윤석열 입당·유승민 보호' 일거양득
[서울=뉴시스]김병문 기자 =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1일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복합문화공간 연남장에서 모종린 연세대 교수와 모임을 갖고 있다. (사진=시사평론가 장예찬씨 페이스북 캡처) 2021.06.0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야권의 대선 1위 주자인 윤 전 총장을 겨냥한 대목도 주목할 부분이다.

이 전 최고위원은 이날 연설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지휘했으나 문재인 정부의 부패와 당당히 맞섰던 검사는 위축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더 큰 덩어리에 합류하여 문재인 정부에 맞서기를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을 인정하는 게 윤 전 총장이 '큰 덩어리', 즉 국민의힘에 합류할 수 있는 전제조건이라는 뜻을 내포했다.

국민의힘의 또다른 대선 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을 보호해 당내 유효한 대권 주자를 최대한 확보하겠다는 전략으로도 보인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에 찬동했던 유 전 의원은 여전히 대구·경북에서 '배신자'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이 전 최고위원은 연설을 마친 후 '대구·경북에서 유 전 의원과 관련해 비판적인 이야기를 들은 게 있는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런 적이 없다"며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이어 "'유승민계'라는 계파 논란이 열흘 넘게 동작하고 있는데도 지지율 격차가 더 벌어지는 조사가 나오는 데 다른 후보들이 원인 분석을 하셨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대권 적합도 조사에서) 윤 전 총장의 1위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을 수사한 사람인데도 대권 후보로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한다"며 "보수 지지자들도 이제는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과 거리를 두는 게 정권교체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징후"라고 했다.

이 전 최고위원이 당심을 정확하게 파악한 뒤 메시지를 내놨다는 해석이다.

엄 소장은 "이미 보수당 지지층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에 묶이지 않은, 자유로운 이 전 최고위원을 지지하고 있다"며 "대구·경북의 책임 당원이 이 전 최고위원의 탄핵 찬성 발언 때문에 지지를 철회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이어 "이들(국민의힘 당원)이 봤을 때 이미 '이준석 당대표-윤석열 대권주자'의 궁합은 환상의 정권교체 카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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