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주빈, 항소심 징역 42년 '3년 감형'…여성단체 "아쉽다"(종합2보)

기사등록 2021/06/01 16:56:57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제작·유포 혐의 등

1심 징역 40년…'범죄수익은닉' 5년 추가

2심 징역 42년…"피해자와 합의" 감형돼

시민단체 "범죄집단 조직 인정은 환영"

"피해 방지 위해 강력한 처벌 이뤄져야"

[서울=뉴시스] 텔레그램에서 불법 성착취 영상을 제작, 판매한 n번방 사건의 주범 조주빈이 지난해 3월25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검찰에 송치되기 위해 호송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DB).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류인선 박현준 기자 = 아동·청소년 8명을 협박해 성착취 영상물을 제작·유포하고 범죄집단을 조직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6)이 항소심에서도 중형을 선고받았다. 다만 일부 감형을 받았다.

서울고법 형사9부(부장판사 문광섭)는 1일 오후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음란물 제작·배포 등) 및 범죄단체조직 등 혐의로 기소된 조주빈 항소심에서 징역 45년을 선고한 1심과 달리 징역 42년을 선고했다.

공범들도 일부 감형을 받았다. 재판부는 '도널드푸틴' 강모(25)씨에게 징역 16년을 선고한 1심과 달리 징역 13년을, '랄로' 천모(29)씨는 징역 15년을 선고한 1심과 달리 징역 13년을 선고했다. '블루99' 임모(34)씨 등은 1심과 같은 형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조주빈·강훈이 성명불상자와 시민의회에 모여 모두가 범죄조직을 조직했다는 점에서는 원심과 달리 판단했지만 그 무렵 박사방이 범죄집단으로 조직됐다는 원심의 판단은 충분히 수긍이 간다"고 판단했다.

이어 "디지털 성범죄를 오락거리로 만들어 수많은 가해자를 양산했고 피해자의 피해도 누적시켰다"면서 "특히 조주빈은 피해자의 신상을 공개하며 회복할 수 없는 피해 뿐 아니라 추가피해에 노출되게 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조주빈은 나체사진과 신상정보를 얻어 피해자를 협박해 복종하게 하고 성적 사진, 동영상을 촬영하게 한 뒤 유포했다. 신상정보까지 공개해 큰 고통을 줬다"며 "모방범죄의 예방적 차원에서 엄벌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성착취물들이 수많은 참여자들을 통해 배포됐고 앞으로도 무한히 배포될 우려가 있다"며 "피해자들은 앞으로 다시는 예전과 같은 삶을 살 수 없다. 모두에게 엄중한 처벌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조주빈의 양형에 관해 "장기간의 수형기간을 통해 교정 개전될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다"며 "조주빈 아버지의 노력으로 원심에서 일부 피해자와 합의했고 당심에서도 추가 합의가 이뤄졌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또 "원심의 두 사건이 항소심에서 병합돼 당심에서는 경합범으로 하나의 형이 선고돼야 하고 별건으로 추가기소 돼 그 사건에서 추가로 형이 부과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조주빈은 항소심에서 사건 두 건이 병합됐는데 재판부는 두 사건을 한번에 판결했을 경우와 형평을 고려해 형을 선고할 수 있다.

재판부는 천씨의 위법수집증거 주장은 배척했지만 "다른 피고인들에 비해 구체적인 역할분담은 크지 않다"고 감형 이유를 설명했다. 강씨 감형과 관련해 "야스퍼거 증후군이 심신미약 상태는 아이지만 영향을 미친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피해자 지원단체들은 이날 항소심 선고가 마친 뒤 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판결 결과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박사방 관련자들을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은호 변호사는 "이 사건에서 범죄집단 혐의 적용은 산업화되고 조직화된 성착취는 더이상 개인의 일탈 개인의 범죄가 아닌 조직적 범죄임을 천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조 변호사는 "이들은 수십명의 피해자를 양산하고 성착취물을 제작했다. 이 점이 앞으로 디지털 성범죄 사건에 분명한 의미를 가질 수 있길 바란다"며 "이 사건은 디지털 성범죄의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 활동가는 "형량이 감형돼 다소 아쉬웠지만 범죄단체 조직죄를 인정한 이번 판결은 (N번방 같은) 유사 사건에 엄중히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고 평가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4일 열린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검사도 인간인지라 흉악범이 범행을 후회하고 반성하면 측은한 마음이 느껴지는데 조주빈은 범행 축소만 급급할 뿐 반성을 찾기 힘들다"며 1심과 같이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조주빈은 지난 2019년 8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아동·청소년 8명과 성인 17명으로부터 협박 등 방법으로 성착취 영상물 등을 제작하고 영리 목적으로 텔레그램을 통해 판매·배포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2019년 9월 나머지 조직원들과 함께 여성들을 협박해 성착취물 제작·유포 범죄를 저지를 목적으로 박사방이라는 범죄집단을 조직한 혐의 등으로 추가 기소됐다. 이후 기존 성범죄 사건에 병합됐다.

1심은 '박사방'이 공동의 목적을 가지고 각자의 역할을 분담한 통솔 체계가 있는 범죄집단이 맞다며 조주빈에게 징역 40년을 선고했다.

조주빈은 박사방 범죄수익을 가상화폐로 지급받아 환전하는 방법으로 53회에 걸쳐 약 1억800만원의 수익을 은닉한 혐의로 추가 기소돼 1심에서 징역 5년을 추가로 선고받았고 항소심에서 기존 성범죄 재판에 병합돼 심리가 진행됐다.

조주빈은 최근 강제추행 혐의로도 추가기소돼 첫 재판을 앞두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ryu@newsis.com, parkhj@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