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모녀 살해 사건, 1일 1차 공판 열려
김태현 측, 일부 우발적 범행 주장해
변호인 "도주 안했고, 자살 시도했다"
유족, 어이없다는듯 "하하" 법정 실소
1일 오전 11시15분께, 서울북부지법 법정 302호 안. 방청석에서 이같은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서울 노원구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태현(25)의 1차 공판이 진행된 가운데, 방청석에서 재판을 지켜보던 피해자 유족 10여명 중 1명이었다. 김태현 측이 범행 사실을 모두 인정하면서도 세 모녀 피해자 가운데 어머니와 둘째 딸은 우발적으로 살해했다는 취지로 주장했기 때문이다.
이날 김태현 측 변호인은 법정에서 "김태현이 처음 두 피해자를 제압하고 세 번째 피해자는 살해한 뒤 자살하려고 한 것"이라며 "처음부터 두 명을 살해할 계획은 없었다"고 했다. 이어 "김태현이 범행 뒤 도주하지 않고 자살하려고 시도한 점도 참작해달라"고 덧붙이자 한 유족은 어이가 없다는 듯 실소를 터뜨렸다.
특히 김태현이 재판을 앞두고 반성문을 제출한 사실을 언급되자 유족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기도 했다.
검찰 측이 공소사실을 밝히면서 김태현을 고인들을 살해하게 된 과정을 설명하자 유족은 울음을 터뜨렸다. 김태현이 범행 당일 자신이 훔친 흉기를 이용해 피해자들의 급소를 찔렀다는 부분에서 유족의 울음소리는 점점 커져 법정 안을 가득 메우기도 했다. 이들은 김태현의 범행으로 소중한 가족을 한순간에 잃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한숨을 내쉬는 모습도 보였다.
유족들은 재판이 끝날 때쯤 발언자로 직접 나섰다.
유족 A씨는 "김태현 살인마가 사람을 3명 죽여놓고 자기는 살고 싶어서 저렇게 반성문을 쓰는 것 자체가 어이가 없다"며 "재판부가 김태현이 이 사회에 나와선 안 된다는 걸 증명해주길 바란다"고 울먹였다. 또다른 유족 B씨는 "전국민이 경악을 금치 못하는 저 인간한테 내 가족을 왜 가슴에 묻어야 하냐"며 "두 번 다시 법정에 불러세워 재판이란 이름을 거론할 필요조차 없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김태현은 지난 3월25일 밤 9시8분께 서울 노원구 중계동의 한 아파트에서는 숨진 채 발견된 세 모녀를 목 등 급소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김태현은 범행도구로 사용할 흉기 등을 훔친 뒤 피해자들 집을 찾아 귀가하는 어머니와 둘째 딸을 시작으로 자신이 스토킹한 것으로 알려진 큰 딸 A씨까지 참혹히 살해한 것으로 전해졌다.
어머니와 동생이 살해된 후 가장 나중에 집에 들어온 A씨는 범행 현장을 직접 목격한 이후에도 침착하게 김태현을 진정시키려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김태현은 범행 직후엔 A씨 휴대전화에서 자신과 주고받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대화 내용을 삭제하는 등 증거를 인멸하려 한 혐의도 있다.
검찰은 지난 4월27일 김태현을 5개(살인·절도·특수주거침입·정보통신망침해·경범죄처벌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김태현의 2차 공판은 오는 6월29일에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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