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주빈, 강훈 등이 범죄집단 박사방 조직"
"2019년 9월 시작돼 2020년 3월까지 유지"
"박사방 생성 후 조주빈 범죄 압도적 증가"
서울고법 형사9부(부장판사 문광섭)는 1일 오후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음란물 제작·배포 등) 및 범죄단체조직 등 혐의로 기소된 조주빈 항소심에서 징역 45년을 선고한 1심과 달리 징역 42년을 선고했다.
항소심의 쟁점은 텔레그램 등 온라인에서 주로 활동한 박사방을 형법이 규정하는 '범죄집단'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였다. 1심에 이어 항소심도 박사방이 범죄를 목적으로 하는 집단이라고 봤다.
범죄집단은 다수의 구성원들이 장기 4년 이상의 범죄를 저지르겠다는 목적으로 가지고 서로 역할을 분담해 이를 반복해 실행할 수 있을 정도로 구성된 조직체를 말한다.
'범죄단체'와 달리 최소한의 통솔체계를 갖출 필요는 없다. 최근 대법원 판례는 범죄집단의 요건으로 범죄를 계획하고 실행할 수 있을 정도의 조직적 구조를 갖추면 된다고 했다.
조주빈은 성범죄 관련 혐의는 인정했지만 박사방이 범죄집단이라는 점은 전면부인했다. 범죄를 저지를 공동의 목적도 없었고 역할 분담도 뚜렸하지 않았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조주빈은 5명의 피해자를 상대로 성착취 범행을 저질렀지만 박사방 이후 70명 이상의 피해자를 상대로 성착취물이 제작됐다"며 "박사방 생성 이후 단독범행보다 압도적으로 증가한 것은 범죄집단의 조직적 행위"라고 판단했다.
이어 "2019년 9월 중·하순 경에는 박사방이 소규모 그룹방을 중심으로 조직적 체계를 갖춰 관리를 시작했고 이를 조주빈, 강훈 등 특정 다수인이 계속적 운영을 했다"며 "이 조직은 2020년 3월까지 유지됐다"고 판시했다.
다만 재판부는 박사방이라는 범죄집단을 조직한 인물은 천모씨가 아닌 조주빈과 강훈, 그리고 성명불상자라고 봤다. 천씨는 범죄집단조직 혐의는 무죄를 선고받고 범죄집단 가입·활동 혐의는 유죄를 받았다.
다만 항소심 형은 1심 형의 합산보다는 줄었다. 조주빈은 1심에서 성범죄와 범죄단체조직 등 혐의로 징역 40년을 선고받고 항소했다. 또 범죄수익은닉 혐의로도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고 항소심에서 두 사건이 병합됐다.
한 사람이 수개의 죄를 범할 경우 모두 판결이 확정되지 않아 병합 심리될 경우 그 형을 합산해 정할 수 있다. 이 경우 각 40년과 5년을 선고받은 1심 사건을 병합해 양형심리를 한 결과 재판부는 그 형이 42년이 적절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장기간 수형기간을 통해 교정 개전될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할 수 없다"며 "아버지의 노력으로 원심에서 일부 피해자와 합의했고 당심에서도 추가 합의가 이뤄졌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별건재판이 진행 중인 점도 참작됐다.
법조계에서는 항소심에서도 박사방이 범죄집단으로 인정된 것이 향후 관련 재판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강훈 등 조주빈의 공범들의 재판이 진행 중이고 N번방 관련 사건에서도 조주빈 사건이 일종의 '이정표'가 될 것이라는 뜻이다.
앞서 1심도 조주빈의 성범죄 관련 혐의를 모두 유죄 판단하며 '박사방'이 다수의 구성원으로 이뤄진 상태에서 조주빈을 중심으로 한 통솔 체계 하에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는 공동의 목적을 가진 범죄집단이 맞다고 판단했다.
1심은 범죄단체조직죄 구성요건 중 박사방 조직이 텔레그램상 '닉네임'으로 특정 가능한 다수의 구성원으로 이뤄진 게 맞고 성착취물 제공이나 고액방에 들어가기 위한 공동의 목적 역시 충족한다고 판단했다.
또 박사방 조직은 장기간 다수에게 성착취물을 유포해 시간적인 계속성을 가진다고 했다. 나머지 통솔체계의 경우 구성원들이 각자 역할을 분담해 조주빈 지시에 따르며 범행을 용이하게 했기 때문에 '범죄집단'에 해당한다고 봤다.
1심은 기존 성범죄 혐의와 범죄집단 조직 혐의 등으로 조주빈에게 징역 40년을 선고했다. 조주빈은 범죄 수익을 은닉한 혐의로도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아 항소심에서 병합돼 심리가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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