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 잣대 삼가라…감정 배제하고 냉정한 조치 취해야"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24일(현지시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등 국제 조직과 많은 서방 국가의 이 사건에 대한 조직적 반응은 놀랍다"라고 지적했다.
자하로바 대변인은 "그들은 로만 프라타세비치 석방을 요구하고 벨라루스를 상대로 엄중한 제재를 제시했다"라며 "그들이 일찍이 다른 국가들이 행한 유사한 사건에는 달리 대응했다는 점을 일깨워주고자 한다"라고 했다.
뒤이은 글에는 미국 정부의 에드워드 스노든 체포 시도가 예시로 언급됐다. 자하로바 대변인은 "지난 2013년 미국 측 요청으로 모스크바에서 출발한 볼리비아 대통령 전용기가 빈에 강제 착륙했다"라고 지적했다.
당시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집권 시기로, 볼리비아에선 에보 모랄레스 전 대통령이 집권 중이었다. 당시 볼리비아 대통령 전용기를 상대로 수색이 이뤄졌으나 실제 스노든은 기내에 없었다고 알려져 있다.
자하로바 대변인은 그보다 앞선 2004년에도 러시아 재무차관의 개인 비행기를 팜비치 공항에 강제 착륙시킨 전적이 있다고 강조했다. 당시 비행기 역시 모스크바를 출발한 상태였다고 한다.
미국 외 국가들의 유사한 전적도 언급됐다. 자하로바 대변인은 "지난 2012년엔 터키가 모스크바에서 다마스쿠스로 향하던 항공기를 착륙시키기 위해 전투기를 동원했다"라고 지적했다.
이 밖에도 이번 강제 착륙을 감행한 벨라루스의 항공사 역시 지난 2016년 우크라이나 측 요구로 자국 영공 진입 직전에 강제 착륙 표적이 된 적이 있었다는 게 자하로바 대변인의 설명이다.
그는 "이 모든 조치는 국제법상 규정을 위반해 의도적으로 이뤄졌다는 특징이 있다"라며 "(그런데도) 이들에 대한 서방의 반응은 사실상 없었고, 어떤 책임 묻기도 이뤄지지 않았다"라고 했다.
자하로바 대변인은 이런 맥락에서 "우리 서방 파트너 국가들이 '이중 잣대'를 허용하는 일을 삼가고, 감정을 배제하고 냉정하게 조치를 취하기를 촉구한다"라며 벨라루스 항공 당국과의 협력을 촉구했다.
그는 아울러 이번 강제 착륙 과정에서 체포된 프라타세비치를 두고는 "극단주의 활동에 연루된 인물 목록에 있다"라며 "우리는 이 문제가 벨라루스 내정이라고 간주한다"라고 했다.
앞서 지난 23일 벨라루스에선 당초 그리스에서 리투아니아로 향하던 라이언에어 항공기가 민스크 공항에 강제 착륙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은 반체제 언론인 프라타세비치를 체포하라는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 지시로 이뤄졌다고 알려졌다.
프라타세비치는 벨라루스 내 반정부 시위 조직 텔레그램 채널 '넥스타(Nexta)'를 운영하는 인물이다. 벨라루스에서는 지난 2020년 대통령 선거 이후 부정 선거 논란이 일며 반체제 시위가 꾸준히 이어져 왔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당시 선거에서 6선에 성공했다.
이 사건 이후 여객기 출발·목적지인 그리스와 리투아니아 정계는 물론 EU 집행부와 회원국, 미국 현 행정부 등 국제 사회에서 규탄 목소리와 조사를 촉구하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imzero@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