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도발 지속에 박정희 정부 때 백곰 개발
이후 미국 반대 불구 사정거리 지속 확대
4차 걸친 개정 후 이번 정상회담서 폐지
한미 미사일 지침은 1960년대 북한의 도발로부터 비롯됐다.
196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북한은 1·21 사태, 푸에블로호 사건, 울진·삼척 무장 공비 침투 사건, 미군 정찰기(EC121) 피격사건, 칼(KAL)기 납북사건, 해군 방송선 피랍 사건, 현충문 폭파 사건, 8·15 대통령 저격 사건 등 우리측을 상대로 도발을 감행했다. 이 시기 북한의 대남 침투와 국지도발은 1700여건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북한은 외국으로부터 입수한 미사일을 휴전선 부근에 배치했다.
이런 상황에서 닉슨 독트린(Nixon Doctrine)을 기점으로 주한미군 철수 계획이 가시화되자 박정희 정부는 자체 무기 개발에 주력했다. 박정희 정부는 국방과학연구소(Agency for Defense Development, ADD)를 설립했고 1978년 사정거리 180㎞ 탄도미사일 '백곰'을 개발했다.
그러자 미국은 한국 정부가 핵무기를 개발하려 한다고 의심했다. 당시 존 위컴(John Wickham) 주한미군 사령관은 1979년 9월 탄도미사일 개발을 중단하라는 권고 서한을 우리 정부에 발송했다. 노재현 국방장관은 이에 동의하는 답신을 보냈다. 이후 노 장관이 보낸 이 서한은 국제법상 효력은 없지만 한미 간 미사일 지침으로 간주됐다. 이로써 한국이 개발할 수 있는 미사일의 사정거리는 180㎞, 탄두 중량은 500㎏으로 제한됐다.
이후 수년간 북한은 소련제 스커드 미사일을 바탕으로 미사일을 자체 개발하면서 사거리를 늘렸다. 장거리 미사일 시험 발사를 시도하기도 했다. 또 북한은 1993년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선언하고 핵무기 개발을 공식화했다.
이에 김영삼 정부는 미국 정부에 미사일 지침 개정을 요구했다. 그러나 미국은 한국의 미사일 개발이 동아시아에서 군비경쟁을 촉발한다는 이유로 반대 의사를 지속적으로 밝혔다.
김대중 정부도 미사일 사거리 확장을 요구했다. 김대중 정부는 대북 억지 차원에서 미사일 사거리를 500㎞로 늘려야한다고 주장했지만 미국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2001년 10월17일 미사일 지침 1차 개정을 통해 사거리는 300㎞로 늘어났다. 탄두 중량은 500㎏으로 유지됐다.
이후에도 북한의 도발은 이어졌다. 북한은 3년 주기로 장거리 미사일 시험 발사를 시도했으며 핵실험도 병행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이명박 정부는 미사일 사거리를 1000㎞ 이상으로 늘리자고 미국에 요구했다. 2012년 10월 미사일 지침 2차 개정을 통해 미국은 사거리를 800㎞로 늘려줬다. 탄두 중량은 500㎏으로 유지됐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북한은 군사 도발을 이어갔다. 북한은 문재인 정부 출범과 동시에 미사일 도발을 감행하고 6차 핵실험을 실시했다.
우리 정부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2017년 6월23일 현무-2C 시험 발사를 참관했다. 현무-2는 미사일 지침에 따라 최대 사거리 800㎞, 탄두 중량 500㎏으로 설계됐다. 현무-2는 축구장 5개 면적을 파괴할 수 있다.
2017년 7월29일부터는 문재인 정부와 미국 트럼프 행정부 간 3차 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 논의가 시작됐다. 2017년 11월7일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한 자리에서 3차 개정이 이뤄졌다. 미사일 사거리를 800㎞로 유지하는 대신 탄두 중량 제한이 사라졌다.
3차 개정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미사일이 현무-4다. 지난해 3월 발사 실험에 성공한 현무-4의 탄두 중량은 2t, 최대 사거리는 800㎞로 알려졌다.
현무-4는 '괴물 벙커버스터' 내지 '괴물 미사일'로 불린다. 현무-4는 기존 현무-2 미사일(탄두중량 500㎏ 이상)에 비해 훨씬 크고 무거운 탄두를 장착할 수 있다. 지하를 뚫기 위해 탄두 무게를 키워 운동 에너지를 최대화하도록 설계했다는 후문이다.
게다가 현무-4의 사거리를 300~500㎞로 줄이면 탄두 중량을 4~5t 이상으로 늘릴 수 있다. 세계 각국 단거리 탄도미사일들의 탄두중량이 대체로 500㎏~1t 수준이라는 점에서 4~5t 이상 되는 탄두는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렵다는 평가다. 이 경우 지하 깊숙이 있는 이른바 '김정은 벙커'도 파괴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7월 한미 미사일 지침 4차 개정 때는 우주 발사체의 고체연료 사용 제한이 풀렸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인공위성 등 발사체를 개발할 때 액체연료가 아닌 고체연료를 활용할 수 있게 됐다.
고체연료는 보관과 주입시간 등 측면의 장점 때문에 군사용 미사일에 주로 활용된다. 이 때문에 앞으로는 우리나라가 인공위성을 개발한다는 명목으로 사거리가 대폭 늘어난 고체연료 미사일을 개발할 수 있게 됐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미 미사일 지침이 아예 폐지됐다. 이로써 사거리 800㎞ 제한 규정이 사라졌다.
앞으로 우리 군은 북한뿐 아니라 중국과 일본 등 동북아 전역까지 도달할 수 있는 준중·중거리탄도미사일(MRBM·IRBM)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개발할 수 있게 됐다.
김지일 고려대 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미사일 지침 개정 이후 한국의 미사일 억지 전략 방향' 논문에서 "사실 한미동맹 간 미사일 협정에 있어 1979년 '한·미 미사일 양해각서' 체결은 어떠한 법적 근거도 지니고 있지 못했다"며 "한국은 동맹 상대국인 미국과의 상호방위조약을 통해 '협력적 자주국방'을 추구하는바 협상을 통해 미사일 지침을 개선해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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