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일평균 수출 24억불…전년比 60%↑
역대 누적 최고치 경신 행진 이어갈 듯
수출 호조에 반도체·기계 등 생산 회복
지표 반등했지만 소득으로 이어지지 않아
원자재 수요 증가에 물가 상승 우려 키워
[세종=뉴시스] 이승재 기자 =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수출 호조에 힘입어 겉으로 보이는 경제 지표는 살아났지만, 국민들이 체감하는 호주머니 사정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취업난 여파로 소득이 크게 늘어나지 않은 가운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물가 상승 우려까지 커지고 있다.
22일 관세청 자료를 보면 이달 들어 지난 20일까지 하루 평균 수출액은 23억9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59.1% 늘었다.
지난해 5월은 코로나19 확산 여파가 수출에 본격적인 영향을 미친 시기라는 점을 감안해도 24억 달러에 가까운 하루 평균 수출액은 긍정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많다.
올해 들어 4월까지의 하루 평균 수출액은 21억9000달러인데 이는 이 기간 역대 가장 많은 액수다. 연간 수출 최고치를 찍었던 2018년의 경우에도 같은 기간 21억7000만 달러의 하루 평균 수출액을 기록한 바 있다.
이런 추세라면 5월에도 누적 기준 하루 평균 수출액 역대 1위를 무난히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품목별로 보면 반도체(26.0%), 승용차(146.0%), 석유제품(149.7%), 무선통신기기(64.0%), 자동차부품(221.9%), 정밀기기(42.6%) 등에서 강세를 보였다.
국가별로는 중국(25.2%), 미국(87.3%), 유럽연합(78.1%), 베트남(61.1%), 일본(30.6%) 등 주요국에서 대부분 증가세를 이어갔다.
수출이 살아나면서 생산도 코로나19 이전의 정상 궤도를 찾아가는 중이다.
지난 3월 전 산업 생산은 전월 대비 0.8% 증가하면서 2개월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세부적으로 광공업 생산은 2월에 비해 0.8% 줄었지만 전년 대비로 보면 4.7% 증가했다. 특히, 반도체(25.3%)와 기계장비(8.2%), 화학제품(8.2%) 부문에서 강세가 두드러졌다.
수출과 생산 지표는 반등하고 있지만 가계 형편은 여전히 어렵다. 고용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소득이 제자리걸음인 탓이다.
실제로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근로소득은 277만8000원으로 전년 대비 1.3% 줄었다. 같은 기간 사업 소득과 재산 소득도 각각 76만7000원, 3만3000원으로 각각 1.6%, 14.4% 감소했다.
근로·사업·재산소득이 모두 감소한 것은 지난해 2분기 이후 처음이다.
반면 정부의 재난지원금 등을 포함한 공적이전소득은 27.9% 늘어난 49만7000원으로 집계됐다.
즉, 코로나19로 취업자가 감소하면서 근로소득이 줄어든 부분을 정부 재정 지출로 메꾼 것이다. 고용 시장이 회복돼야 진정한 의미의 경기 반등이 시작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소득이 낮고 어려운 분들에 대한 공적 지출과 지원이 집중돼야 한다"며 "결국 소득을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고용 개선을 비롯한 시장 회복이 절실하다"고 진단했다.
이런 상황에서 물가가 상승하는 점은 부담스럽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7.39로 1년 전과 비교해 2.3% 뛰었다. 2017년 8월(2.5%) 이후 44개월 만에 최대 상승 폭이다.
최근 원자재 수요가 늘어나면서 가격이 오르는 점도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소다. 기업의 원가 부담이 커지면 소비자 가격에 일부 반영될 가능성도 있다.
이에 정부는 전일 열린 제18차 혁신성장 전략점검회의 겸 정책점검회의 겸 한국판 뉴딜 점검회의 겸 제12차 물가관계차관회의에서 원자재 가격 동향을 점검하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 자리에서 "글로벌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충격 최소화를 위해 정부가 보유한 비축물자를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할인·외상 방출을 통해 기업의 구매 부담을 완화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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