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청·관평원 정조준 예고한 경찰…'제2 LH사태' 되나

기사등록 2021/05/24 08:00:00 최종수정 2021/05/24 08:07:20

행복청, 간부 투기 의혹에 직원 전수조사

관평원, 유령청사 특공 논란…위법 점검

줄줄줄 수사의뢰 전망…경찰도 예의주시

권익위·공직자윤리위 등도 자체 조사중

[세종=뉴시스]예산 171억원을 들여 세종시 반곡동에 6783㎡ 규모로 지하 1층, 지상 4층으로 지어진 관세평가분류원 전경. 해당 건물은 지난해 5월 완공됐지만, 텅빈 상태로 방치돼 세금 낭비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2021.05.21. ssong1007@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윤희 기자 = 공직사회가 다시 한번 투기 의혹의 중심에 서는 모양새다. 세종시 도시계획 수립에 관여하는 행복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 공무원들의 투기 의혹이 최근 추가로 제기되고, 관세청 산하 관세평가분류원(관평원)의 유령청사 및 특별공급 논란도 불거졌다.

정부합동 특별수사본부(합수본)는 이미 두달 넘게 대대적인 투기 수사를 진행해왔는데, 공직사회 투기 의혹이 잇따르면서 관련 수사의뢰도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24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에 따르면 경찰은 행복청 간부 2명의 세종시 투기 의혹 내사에 착수했다. 관평원 의혹과 관련해서는 정부 의뢰가 있을 경우 수사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이다.

경찰은 일찌감치 A 전 행복청장과 행복청 사무관 B씨를 피의자로 입건해 수사 중이었고, 최근 행복청 과장급 공무원 2명의 투기 의혹이 추가로 불거져 확인에 나섰다.

행복청은 세종시 신도심 내 도시계획 수립, 광역도시계획 허가 등을 최종 집행하는 기관이다. 미공개 개발정보를 다루다보니, 직원 투기 의혹이 '제2의 LH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행복청은 투기의혹이 불거진 과장급 2명을 부패방지법 위반 등 혐의로 수사의뢰하는 한편, 전 직원을 상대로 세종시 내 부동산 보유 현황과 거래내역 전수조사에 나섰다.

한편에서는 관평원이 세종시 특별공급 아파트를 목적으로 '유령 청사'를 지었다는 의혹이 불거져 공직사회를 향한 불신을 키웠다.

관평원은 세종시 이전 대상 공공기관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세금 171억원을 들여 세종시에 새 청사를 짓고 이전을 추진하려다 최종 무산됐다. 이전이 이뤄지지 않았음에도 소속 직원 49명이 '공무원 특공'으로 아파트를 분양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지난 18일 "엄정 조사해 관평원의 위법 사항이 확인되면 수사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라"고 지시했고, 국무조정실이 조사에 착수했다.
[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지난 3월2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서 국수본 소속 직원이 이동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3.24. photo@newsis.com.
경찰도 행복청과 국무조정실의 자체 조사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조사에서 투기나 위법 소지가 발견될 경우 수사의뢰로 이어질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국수본 관계자는 "국조실 등에서 먼저 조사가 이뤄지고 나면 조치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이 밖에도 국민권익위원회 등 여러 정부기관이 각자 조사를 진행 중이라 공직자 수사의뢰가 줄을 이을 것으로 전망된다.

권익위는 지난 3월부터 공직자 직무 관련 투기행위 집중신고를 접수해 10건을 검·경에 이첩하고, 31건은 계속 조사 중이다. 금융당국은 투기 의혹 관련 금융회사 현장점검을 진행해 이미 공직자 등 25명을 수사의뢰했고, 공직자윤리위원회는 공직자 재산 신고 내역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지난 17일 기준 경찰이 부동산 관련 범죄 의혹으로 내사 또는 수사한 인원은 총 2319명이다. 국가공무원 80명, 지방공무원 164명, 국회의원 5명, 지방의원 50명,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64명 등으로 공직자는 전체의 15%를 조금 넘는 수준에 그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LH 등 공직자 투기 의혹에서 시작된 수사가 결국 일반인들에게만 매서운 칼끝을 휘두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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