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안재욱 "첫 악역, 부담보다 기대감…저 스스로 오디션이었죠"

기사등록 2021/05/21 08:00:00

tvN 드라마 '마우스' 종영 인터뷰

5년만의 안방극장 복귀...성공적

천재 의사이자 살인마 '한서준' 役

"안재욱에 대한 가능성 계기 되길"

[서울=뉴시스]배우 안재욱. (사진=제이블엔터테인먼트 제공) 2021.05.20.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강진아 기자 = "'한서준'은 분량을 떠나 역할이 주는 매력이 컸어요. 오랜만의 드라마 복귀이기도 했고, TV에서 보여주지 않았던 캐릭터에 대한 도전이었죠. 제 마음속에서는 일종의 오디션처럼 생각했어요."

배우 안재욱이 tvN 드라마 '마우스'에서 천재적인 뇌신경외과 의사이자 잔인무도한 살인마 '헤드헌터'로 색다른 변신을 하며 5년 만의 안방극장 복귀에 성공했다.

그는 지난 20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서 진행한 '마우스' 종영 인터뷰에서 "조금이라도 좋은 평가를 받는다면, 이번 작품이 안재욱에게 다양한 시도와 도전을 해볼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한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 19일 종영한 '마우스'는 자타공인 바른 청년인 줄 알았던 '정바름'(이승기)이 사이코패스 프레데터로 권력자의 실험쥐였고, 이후 자신의 아버지 '한서준'(안재욱)을 직접 처단하고 참회의 눈물로 죽음을 맞으며 막을 내렸다.

극 중 안재욱은 천재적인 뇌신경외과 의사로 뛰어난 언변에 매너를 갖춰 많은 팬과 환자를 거느리고 있는 '한서준' 역을 맡았다. 하지만 한서준은 사실 웃는 얼굴 속에 잔인한 엽기 살인마라는, 숨겨진 비밀을 갖고 있는 잔인무도한 '헤드헌터'였다. 그는 첫 회부터 두 얼굴의 캐릭터를 그려내며 시선을 사로잡았다.
[서울=뉴시스]배우 안재욱. (사진=제이블엔터테인먼트 제공) 2021.05.20. photo@newsis.com
"대본 보고 바로 출연 결정…드라마 키 쥐고 있어 매력적"
안재욱은 '마우스' 대본을 보고 바로 출연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마우스'를 연출한 최준배 PD가 연극 '더 드레서' 포스터 속 반듯한 모습의 안재욱을 보고 '한서준' 캐릭터에 순간 그를 떠올렸다고 했다.

"처음엔 특별출연 형식의 작품이 들어왔다고 들었어요. 대본을 봤는데 한 회만 나오는 카메오라도 무조건하고 싶다고 얘기했죠. 일단 '한서준' 역할에 저를 떠올려주고, 거론한 자체가 고마웠어요. 애초에 시작을 안 했다면 '한서준'은 제 것이 아니었으니까 소중한 기회였죠. '한서준'은 분량을 떠나 의미 있었던 캐릭터였고, 기꺼이 하겠다고 했어요."

그가 곧바로 출연 결정을 한 건 첫 회의 강렬함 때문이었다. "1회 대본이 너무 셌다. 주인공 '정바름'과 '고무치'(이희준) 등 극을 이끌어가는 네 명이 있지만, '한서준'으로 인해 모든 일이 비롯된다"고 설명했다.

"악역을 떠나 인물의 반전 요소가 강하고, 잘만 표현하면 드라마의 키를 쥐고 있는 역할이라고 생각했어요. 1부 시작부터 '한서준'의 반전, 그가 꿈꾸고 있는 이상이 시청자들에게 와닿지 않으면 앞으로 나머지 인물들이 펼쳐나갈 이야기에 공감이 안 가는 거잖아요. 비중에 비해 첫 회의 임팩트가 컸고, 역할이 주는 굉장한 매력이 있었죠."
[서울=뉴시스]안재욱. tvN '마우스' 스틸. (사진=tvN '마우스' 제공) 2021.05.20. photo@newsis.com
'한서준'을 연기하며 우리 곁에 흔히 볼 수 있는, 일반적인 사람처럼 보이려 했다. 그는 "기존의 다른 작품에서 봤던 악역들처럼은 못 할 것 같았다. 내 옆자리에 있었고, 내 등 뒤에 앉아있었던 사람이지만 속으로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게 반전의 포인트"라고 밝혔다.

"그래서 악역에 포커스를 두지 않았어요. 무섭게 보이려고 인위적으로 꾸미면 오히려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았죠. 표정에 큰 변화 없이 최대한 힘을 빼려고 했어요. 그게 오히려 소름 끼치게 다가가지 않았나 싶어요. 조심스러운 역할이기도 했고, 현장에서 최 PD와 의논을 굉장히 많이 했어요."

데뷔 후 첫 악역에 도전해 부담이 없진 않았지만, 기대감이 더 컸다고 했다. 안재욱은 "새로운 이미지를 표현하는 데 스스로 기대감이 컸다"며 "하지만 반신반의하기도 했다. 공연 무대에서는 다양한 역할을 했지만, 드라마는 주로 정의감 있는 역할 등을 많이 해 시청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까 걱정도 했다"고 말했다.

"다행히 방송 후 안재욱이 아니라 '한서준'에게 포커스가 가더라. 반감을 조금 사지 않을까 우려도 했는데, 오히려 제가 생각지 못한 반응이 나와서 놀랐어요. ''한서준'이 왜 안 나오냐' 그러더라. 안재욱이 아닌 인물(캐릭터) 이야기를 많이 해줄 때가 기분이 제일 좋아요."
[서울=뉴시스]배우 안재욱. (사진=제이블엔터테인먼트 제공) 2021.05.20. photo@newsis.com
그러면서 "악역을 많이 하는 배우들이 실제론 숫기가 없고 내성적인 이유를 알겠더라. 혹여 행동을 잘못하면 실제도 그렇다고 할까 봐 현장에서 굉장히 조심스러웠다"고 너스레를 떨며 "못된 쪽 역할을 하면 현장에서 외로워진다"고 웃었다.
아내 최현주도 '마우스' 출연 지지…"새로운 캐릭터 갈증 커"
'한서준' 역할이 자신에게는 좋은 기회였다고도 돌아봤다. 그는 "비중으로 보면 반발 물러선 상태에서 다른 배우들을 지켜보고 한편으로 여유도 생기면서 깊이 고민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예전에 드라마를 많이 할 때 현장 시스템에 많은 피로감을 느꼈어요. 제작진이 제게 익숙한 모습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다양한 캐릭터에 대한 갈증이 있었고, 이를 무대에서 많이 풀기 위해 노력했죠. 제가 만약 큰 역할로 드라마에 복귀했다면 하루하루 정신없이 돌아가는 현장 분위기에 늘 그렇듯이 휩쓸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어요."

아내인 뮤지컬배우 최현주가 '마우스' 출연을 적극 지지했다고도 했다. 방영 중에는 꼬박꼬박 드라마를 챙겨보며, 스토리에 대한 궁금증을 쏟아냈다고 전했다.
[서울=뉴시스]배우 안재욱. (사진=제이블엔터테인먼트 제공) 2021.05.20. photo@newsis.com
안재욱은 "하겠다고 하고 마음속으로 갈등도 있었는데, 아내가 적극 추천했다"며 "제 팬으로서도 이런 역할을 하면 (다른 팬들이) 더 좋아할 것 같다고, 궁금하다고 해보라고 하더라"라고 웃었다.

당시 최현주는 둘째를 임신 중이었다. "1부에서 만삭인 아내와 행복한 가정을 꾸미는 것처럼 하다가 반전이 있는데, 실제 아이가 태어날 시기와 거의 겹쳤어요. 아무리 드라마라고 해도, 아내와 같이 첫 방송을 봐도 되나 걱정했는데 아이가 예정보다 2주 빨리 나왔어요. 첫 방송 전날인 3월2일에 태어났죠. 출산하고 다음 날 병실에서 편안하게 같이 첫 방송을 봤죠."

지난 1994년 연기 생활을 시작한 안재욱은 데뷔 때부터 27년차인 지금도 늘 어떤 작품이 주어질지 기대감 속에 산다고 밝혔다. "3년 후에 30주년이 된다는 걸 사실 실감하지는 못한다. 제가 경력에 비해 다작한 편은 아니다"라며 "장르 구별 없이 기회가 있으면 많이 표현하고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늘 해왔던 역할을 또 하는 걸 안 좋아해요. 악역을 마다할 이유는 없지만, 이번에 했다고 굳어질 이유도 없죠. 가능성에 대한 도전을 좋아하고, 역할에 선을 그어놓지 않아요. 드라마든, 영화든, 무대든 새로운 캐릭터에 대한 갈증이 크죠. 저 자신을 가장 잘 아는 것도 저지만, 스스로 제일 궁금해하는 것도 저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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