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연배의 이야기와 함께하는 와인] 캘리포니아 와인의 시작, 산타바바라

기사등록 2021/05/15 06:00:00

미국 서부의 역사와 캘리포니아 와인⑥

영화 '사이드 웨이'의 한 장면. (사진=IMDB 캡쳐)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센트럴 코스트 지역을 여행하는 와인 애호가들은 샌프란시스코를 벗어나면서 캘리포니아 1번 주도(SR1)와 Route101를 놓고 어떤 길을 택해야 할지 딜레마에 봉착한다.

캘리포니아 1번 주도는 태평양의 확 트인 아름다운 경치를 즐길 수 있는 반면 Route101은 센트럴 코스트 내륙의 주요 와이너리들을 통과하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 1번 도로는 샌프란시코에서 출발하면 남쪽으로 산타 크루즈, 몬터레이, 카멜, 빅서, 산타바바라, 산타모니카, 라구나 비치로 이어진다. 미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안길로 불리기도 한다.

Route101은 실리콘 밸리를 지나 산호세, 산타클라라, 산타마가리타, 샌베니토, 파소 로블레스, 샌루이스 오비스포, 산타마리아, 산타이네즈, 로스알라모스, 산타리타 힐스, 산타바바라와 같은 와이너리 지역을 거쳐 로스앤젤레스까지 이어진다. 길 주변 도처에 와이너리가 위치해 있다. 그래서 이번엔 Route 101을 타기로 한다. 이 길을 따라 와이너리를 탐방하면서 캘리포니아 와인 역사의 시발점이자 이번 캘리포니아 와인 기행의 종착지인 산타바바라로 간다.   

센트럴 코스트 AVA는 샌프란시스코 만 남쪽에서 산타바바라에 이르는 광대한 지역이다. 해안 지역의 특성 상 기온이 선선하고 습기가 많아 샤르도네, 피노누아, 시라 품종을 주로 재배한다. 특히 산타바바라 지역은 캘리포니아 와인이 처음 생겨난 곳이다. 스페인 신부가 미사용으로 쓸 와인을 얻기 위해 1783년 지금의 산타바바라 공항 근처 골레타에 ‘산호세 와이너리’를 처음 설립했던 것이 기원이다.

캘리포니아 와인 하면 나파 밸리가 먼저 떠오르지만 센트럴 코스트 지역에도 유명한 와인 브랜드가 적지 않다. 그 중에서도 ‘시네쿼넌(Sine Qua Non)’은 특급 컬트 와인으로서 예술적인 라벨과 비싼 값으로도 유명하다. 생산량이 적어 엄선된 고객에게 직접 택배로 배송한다.  2018년에는 원하는 와인을 구매하기 위해 무려 9년을 대기한 고객도 있었다고 한다. 산타바바라에서 Route101로 30분 거리 남쪽에 있는 벤츄라에 와이너리가 있지만 대부분의 포도밭은 산타바바라에 있다.    

산타크루즈에 있는 리지 빈야드(Ridge Vineyard)는 카베르네 쇼비뇽과 진판델 품종으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일본 오츠카 제약회사의 소유인 것이 눈에 뛴다. 파소 로블레스에 위치한 색섬 빈야드(Saxum Vineyard)는 그레나츠와 시라 와인을 주로 생산하는데 2010년에는 2007년 빈티지로 와인 스펙테이터지의 올해의 와인 1위로 뽑혔다. 로버트 파커는 이 해 생산된 와인에 100점 만점을 주기도 했다.  

산타바바라는 2004년 개봉된 영화 ‘사이드 웨이(Sideways)’의 무대이기도 하다. 산타바바라에 거주하고 있던 작가 렉스 피켓의 소설을 알렉산더 페인 감독이 영화로 만들었다. 폴 지어마티(마일즈), 토머스 헤이든 처치(잭), 버지니아 매드슨(마야), 산드라 오(스테파니)가 출연했다. 우리나라에서도 개봉되었는데 그 당시 와인 인구가 많지 않아서였는지 흥행성적은 좋지 않았다. 아카데미 각색상과 골든 글로브 작품상을 받을 정도로 영화 자체도 훌륭하지만 와인에 관한 상당히 구체적인 묘사와 명대사가 많아 와인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적극 추천하고 싶은 영화다.

[서울=뉴시스] 변연배 와인칼럼니스트
영화는 샌디에이고에 사는 마일즈가 LA에 사는 친구 잭을 만나 산타바바라 지역으로 1주일 간 와이너리 투어를 겸한 ‘총각여행’을 하는 버디 무비이다. 포도밭 사이 풀숲에 앉아 빨갛게 지는 석양을 바라보면서 와인을 마시는 장면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와이너리에는 대부분 ‘데이스팅 룸’이라 불리는 와인 시음 공간이 있다. 이곳에는 ‘푸어러(Pourer)’라 불리는 시음 와인을 따르는 직원이 있는데 마시고 싶은 와인을 주문하면 직접 따라 준다. 보통 ‘Wine Flight’라 불리는 3~5잔 단위로 묶어 유료로 시음을 할 수 있다. 부속 레스토랑에서 주문하여 식사와 함께 마시기도 한다. 

다음 편에는 사이드 웨이의 주인공 마일즈와 잭을 영화속에서 만나 그들의 여정을 따라 산타바바라 지역의 와이너리와 영화에 나오는 와인을 알아볼 예정이다. 산타 바바라는 Route101을 통해 샌프란시스코에서 출발하면 남쪽으로 5시간이나 걸리지만 LA에서 출발하면 북쪽으로 1시간 반 거리의 가까운 곳에 있다.

▲와인 칼럼니스트·경영학 박사·우아한 형제들 인사총괄 임원. ybbyu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