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수출 증가에도 경상수지 흑자 감소할 듯"

기사등록 2021/04/29 06:00:00

수입 증가세 지속으로 경상 흑자 축소

원자재가격 반등, 상품수지 축소 요인

"우리 경제 회복 흐름 반영하는 것"

위기 후 흑자→흑자폭 축소→균형 패턴

포스코 광양제철소 제품부두에서 철강제품을 하역 하고 있다. (사진=광양제철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수출 증가에도 불구하고 올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지난해보다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수입이 높은 증가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은은 그러나 내수 회복으로 수입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우리 경제의 회복 흐름을 반영하는 결과라고 해석했다.

29일 한국은행의 BOK 이슈노트 '최근 수입 동향 및 평가'에 따르면 최근 우리나라 수입(통관기준)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면서 올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상품수지를 중심으로 지난해 보다 축소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2~3분기 큰 폭의 감소세를 보였던 수입은 올 1분기 들어 두 자릿 수 증가로 전환하며 코로나19 확산 이전 수준을 상회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1분기 수입은 1년 전보다 12% 증가한 1361억달러를 기록했고, 일평균 금액 기준으로는 20억6000만달러로 역대 최대 수준을 경신했다.

한은은 최근의 수입 증가 원인으로 ▲수입의존도가 높은 수출 및 투자의 회복세 ▲내구재 소비 확대 ▲원자재가격 반등에 주로 기인한 것으로 평가했다.

반도체, 자동차, 화공품 등 주력산업의 수출·투자가 견조한 회복세를 보이면서 관련 소재·부품·장비 수입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평가됐다. 비대면 활동 등으로 반도체 수출이 확대되면서 반도체 제조장비 등 수입이 큰 폭 증가했고, 코로나19 확산 이후 대중교통 기피로 자동차 수출이 늘면서 차부품, 철강재 등 수입이 회복된 영향이다. 코로나19로 의료·위생·일회용품 수출이 호조를 보이면서 화학소재·의약품원료 등 수입도 크게 반등했다.

GDP 지출항목별 수입의존도가 고려된 수입결정모형으로 추정한 결과 최근 수입 증가에 수출·투자의 회복세가 크게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투자의 기여도가 큰 데는 우리 경제에서 수출·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고, 수출 ·투자의 수입의존도가 다른 지출항목을 상회하는 점이 주로 작용했다.

내구재 소비 확대는 외국산 내구재 수입 뿐 아니라 국산 내구재에 투입되는 중간재 수입도 증가시킨 것으로 평가됐다. 승용차는 개별소비세 인하 등으로 지난해 4분기 이후 수입이 뚜렷한 증가세를 이어갔고, 가전은 재택근무 증가 등으로 지난해 하반기 이후 수입 증가세가 크게 확대됐다. 고급 소비재도 고소득층 소득개선 등으로 유럽산 가죽가방·의류 등의 수입이 큰 폭 증가했다.

올해 초를 전후해 코로나19 백신접종 확대, 주요국의 추가 경기부양책 시행 등으로 원유, 철강·금속 등의 가격이 반등하면서 원자재 수입이 크게 늘었다. 올해 들어 원유 수입단가는 2020년 4분기 전년동기 대비 -31.0%에서 2021년 1~2월 -19.0%로 하락세가 축소되고, 같은기간 철강·금속 수입단가는 -0.3%, 14.4%로 오름세로 반전했다.

한은은 최근 원자재가격 반등이 원자재 수입 회복을 주도하면서 상품수지를 축소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수입의 경우 원자재가격 변동이 직접적으로 반영되는 원자재 비중(2020년 기준 44.1%)이 상대적으로 큰 반면 수출은 원자재 비중(25.5%)이 작고 여타 주력품목에 대한 원자재가격 변동의 수출단가 전가율 또한 낮다. 이에 따라 원자재 가격 상승시 수입금액이 수출금액보다 더 크게 증가하면서 상품수지가 축소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주욱 한은 조사국 국제무역팀 과장은 "국제유가 변동이 상품수지에 미치는 영향을 시산해 보면 국제유가가 배럴당 10달러 상승시 석유류 수출은 39억9000달러 늘어나지만 석유류 수입이 129억5000만달러 증가해 상품수지는 89억6000만달러 축소되는 것으로 추정됐다"고 말했다.

한은은 최근 수입 증가 배경을 감안해보면 향후에도 수입은 높은 증가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했다. 수출·투자가 견조한 흐름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내구재 이외 소비도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주 과장은 "이러한 수입 증가세를 감안하면 올해 경상수지는 수출 증가에도 불구하고 상품수지를 중심으로 지난해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며 "이는 수출경쟁력 저하가 아닌 내수 회복에 따른 수입 증가가 주요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어 우리 경제의 회복 흐름을 반영하는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주 과장은 "과거에도 주요국 무역수지는 경제 위기 직후 큰 폭 흑자를 보였다가 점차 흑자폭이 축소되면서 균형 수준에 도달하는 패턴을 보였다"며 "위기가 발생하면 내수가 크게 줄어들기 때문에 '불황형 흑자'라고 해서 흑자폭이 줄어드는 데 이후 국내 경기가 회복되면서 수입이 점차 증가하면서 경상수지가 축소되는 패턴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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