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아닌 호재"…거래허가제 반기는 재건축 단지 왜?

기사등록 2021/04/24 05:00:00

서울 아파트값 2주 연속 상승폭 확대…재건축 기대감↑

재건축 단지 호가 2억 급등…재건축 '속도 조절'로 선회

전문가 "재건축 거래가 줄고 집값 강보합세 유지할 듯"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의 부동산 규제완화 기대감에 따른 서울지역 집값 상승률이 2주째 커진 22일 오후 서울 용산구 남산에서 바라본 강남지역 아파트 모습. 2021.04.22. dahora83@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토지거래허가구역 발표 전후로 매수 문의가 늘었지만, 거래는 안 돼요."

지난 23일 강남의 대표적인 재건축 단지인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단지 인근 공인중개사 대표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는 대신 안전진단 규제가 완화될 것으로 기대하는 주민들이 많아졌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이후에 재건축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매물을 다시 거둬들이고 있다"며 "매물이 워낙 부족하다 보니 사실상 부르는 게 값"이라고 전했다.

서울시가 목동과 여의도 등 주요 재건축·재개발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한 가운데 해당 단지 주민들은 오히려 반기고 있다.

규제 완화와 민간 정비사업 활성화를 앞세워 10년 만에 서울시장직에 복귀한 오세훈 시장이 당선 이후 되레 규제를 강화했으나, 재건축사업의 첫 단계인 안전진단 규제가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집값의 바로미터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를 비롯해 목동과 여의도 등의 재건축 주요 단지가 토지거래허가제로 묶이면서 오히려 희소성이 부각되는 양상이다. 서울시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지정하는 대신 안전진단 기준 완화를 국토교통부에 요청하면서 '규제'가 아닌 '호재'라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정부의 잇단 부동산 규제로 이른바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수요가 여전한 상황에서 재건축 기대감까지 맞물리면서 집값이 심상치 않다. 재건축 기대감이 지속되면서 서울 아파트값 상승 폭이 2주 연속 확대했다. 압구정과 여의도, 목동 등 주요 재건축 단지에서 신고가를 경신하면서 집값 상승을 견인했다.

한국부동산원이 지난 22일 발표한 주간아파트가격동향에 따르면 이달 셋째 주(19일 기준) 서울의 주간 아파트 매맷값은 0.08% 올라 전주(0.07%)보다 상승 폭을 키웠다.

서울 아파트값은 올해 2월 첫째 주(0.10%) 이후 꾸준히 상승 폭이 둔화하며 이달 첫째 주에는 0.05%까지 낮아졌다. 하지만 지난주 10주 만에 다시 상승한 데 이어, 2주 연속 상승폭을 키웠다.

주요 재건축 단지들이 서울 아파트값 상승 폭을 키웠다. 노원구는 지난주와 동일하게 0.17% 올라 서울에서 가장 많이 올랐다. 강남구(0.10→0.14%), 송파구(0.12→0.13%), 서초구(0.10→0.13%), 동작구(0.08→0.10%), 양천구(0.08→0.08%), 마포구(0.05→0.08%), 영등포구(0.07→0.07%) 등이 상승했다.

노원구에서는 월계동 재건축 단지와 상계동 중저가 단지 위주로, 강남구는 압구정 재건축 위주로 상승 폭이 두드러졌다. 서초구는 서초·방배·잠원동의 재건축 단지 위주로, 송파구는 잠실·가락동 위주로, 양천구는 목동, 영등포구는 여의도동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상승했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규제 완화 기대감이 커지는 가운데 강북권은 개발 호재가 있는 지역 위주로, 강남권은 강남3구 재건축 단지 위주로 매수세가 증가하면서 서울 전역의 상승폭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 22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4월 셋째주 서울 지역 아파트 매매가격은 0.08% 올라 전주(0.07%) 대비 상승폭이 확대됐다. 다만 이번주 조사대상기간은 지난 13~19일로 지난 21일 발표된 3기신도시 등 사전청약 물량확정과 서울 재건축·재개발 사업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에 대한 내용은 반영되지 않았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서울시는 지난 21일 압구정아파트(24개 단지)와 여의도 아파트 지구 및 인근단지(16개 단지), 목동택지개발사업지구(14개 단지), 성수전략정비구역 등 4곳(4.57㎢)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 주택(18㎡ 초과)과 상가(20㎡ 초과) 등을 거래할 때 해당 지자체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2년간 매매나 임대가 불가능하고, 실거주를 해야 한다. 허가 없이 토지거래계약을 체결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이나 토지가격의 30% 상당 금액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오 시장은 이날 문재인 대통령과의 오찬에서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완화를 요청하고, 서울시는 이 같은 내용의 공문을 국토부에 전달했다.

서울시의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은 '한강변 35층 층고 제한‘ 완화 등 민간 재건축 규제를 완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읽힌다. 재건축의 첫 단계인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완화에 대한 정부와 시의회의 동의를 이끌어내기 위한 조치라는 것이다.

부동산 시장에선 재건축 단지 중심의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으로 당분간 거래가 줄고, 집값은 강보합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정부는 지난해 대치·삼성·청담 등 집값이 급등한 지역의 투기를 차단하기 위해 토지거래허가제를 시행했으나, 거래량이 줄면서 오히려 집값이 상승하고, 상승세가 다른 지역으로 번지는 풍선효과가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토지거래허가제로 급등한 재건축 단지 집값을 안정화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시장 선거를 기점으로 재건축 기대감이 커지면서 집값이 급등한 강남과 노원 지역 등을 규제지역으로 묶을 경우 주변 다른 지역의 집값을 자극하는 등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며 "이미 지난해 강남의 절반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었지만, 거래가 줄고 오히려 집값이 오르는 등 당초 기대한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현재 재건축은 조합 설립 이후 소유권이전등기 때까지 입주권 거래가 불가능한데 이를 추진위 단계로 앞당기면 투기 수요를 차단할 수 있을 것"이라며 "서울시와 중앙정부가 충분한 협의를 통해 공공과 민간의 재건축 기준과 방향성 등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sky0322@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