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과 유리해진 수능 수학…문과 대입서 밀릴까

기사등록 2021/04/16 07:08:52 최종수정 2021/04/16 10:35:40

서울 주요대학, 자연계 분리·인문계 교차지원 추세

"수시 최저학력기준·정시 인문사회 학과 영향 있어"

가채점 추정 결과 수학 1등급 94% 미적분·기하 택

"유·불리 발생할 수는 있으나 파급 규모 알 수 없어"

[수원=뉴시스] 김종택기자 = 2021학년도 고3 전국연합학력평가가 시행된 25일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수원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시험을 보고 있다. 2021.03.25.jtk@newsis.com
[서울=뉴시스]김정현 기자 = 처음으로 국어·수학 선택과목이 도입되는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첫 모의고사 결과가 나오자, 올해 대학 입시에서도 인문계열 학과를 지망하는 수험생들이 실제 불리할지 여부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자연계열 학과에서는 수학 선택과목인 '미적분·기하', 탐구영역 '과학탐구' 과목을 응시하도록 제한했지만 인문계열 학과는 제한이 없어진 대학이 많다. 대학가에서는 이로 인해 수시모집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해야 하거나 인문계열 정시모집에서 문·이과 유·불리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6일 수도권 주요대학 입학처장과 입학사정관들은 올해 정시 모집 경영·상경계열과 같은 전통적인 인문계열 선호 학과에서 이른바 교차지원이 있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수능 수학 영역에서 문과가 주로 택하는 '확률과 통계'를 응시자에 비해 '미적분' 또는 '기하' 응시자가 보다 높은 점수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김현준 전 경기대 입학처장은 "전통적인 인문계 모집단위에서 미적분을 응시한 학생들이 합격할 가능성이 있다"며 "확률과 통계를 본 수험생은 예년보다 원하는 수능 등급을 획득하기가 더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임진택 경희대 입학사정관팀장은 "경영·상경계열 등 인문계열 모집단위에서는 미적분을 응시한 학생들이 지원할 수 있다"며 "수학에서 유·불리 문제가 있어 지난해 4개 영역 중 등급 합이 4 이내였던 인문계열 최저학력기준을 올해 5로 낮춰놓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올해 처음으로 수능이 문·이과 통합형으로 치러지지만, 많은 대학은 계열에 따라 선택과목을 정해놨다. 올해 대입에서 의예과, 약학과 등 자연계열 학과를 지원하려면 수능 수학 영역에서 '미적분' 또는 '기하'를, 탐구 영역에서 '과학탐구'를 선택해야 한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지난해 4월 발표한 2022학년도 대학입학전형시행계획을 보면 대입 정시 수능위주 전형 수학 영역에서 '미적분' 또는 '기하'를 택하라고 명시한 대학은 56개교다.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서울 주요 대학 14개교도 포함돼 있으며, 주로 의예과, 약학과 등 자연계열 선호 학과다.

이로 인해 수학 영역에 자신 있는 자연계열 지망 수험생들은 '미적분' 또는 '기하'를 선택하고, 인문계열 지망 수험생들은 '확률과 통계'를 선택하는 경향이 나타날 것이라는 예측이 주를 이룬다.

문제는 인문계열 학과다. 수능 선택과목에 제한을 두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같은 학과 안에서도 인문 또는 자연 계열를 나눠 모집해 왔던 경희대는 올해 한의예과(인문), 간호학과(인문), 지리학과(인문)에서 수능 과목 제한을 없앴다. 자연계열 지망 수험생들이 인문계열 학생들과 경쟁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서울시교육청이 이날 공개한 고3 3월 전국연합학력평가(학평) 결과 인문계열 학생들이 불리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수학 영역에서 '확률과 통계'를 택한 수험생의 원점수 평균은 100점 만점에 30.54점이었다. 반면 '미적분'은 50.58점, '기하'는 44.14점으로 더 높게 나타났다.

대입에 반영되는 수능 표준점수는 선택과목에 따른 불이익이 없도록 조정 표준점수를 활용한다. 공통과목과 선택과목 원점수 합이 동점이라도, 공통과목 점수가 더 높아야 성적표에 기록되는 최종 표준점수가 높게 산출된다.

[수원=뉴시스] 김종택기자 = 2021학년도 고3 전국연합학력평가가 시행된 25일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수원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시험을 보고 있다. 2021.03.25.jtk@newsis.com
이 같은 경향이 수능까지 이어진다면 '미적분'을 본 수험생이 '확률과 통계'보다 더 좋은 점수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서울중등진학지도연구회가 지난달 29일 서울 시내 16개 고교 3월 학평 국어, 수학 가채점 결과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에서도 수학 영역 1등급 학생 비율은 '미적분' 응시자가 88.53%로 압도적이었고 '확률과 통계' 응시자는 5.96%에 그쳤다.

서울중등진학지도연구회 소속 장지환 교사(서울 배재고)는 "성적표를 확인해보니 '확률과 통계'를 응시한 만점자 학생의 표준점수는 150점이었는데, '미적분'은 157점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제 대입에서 유·불리 문제가 나타날 것인지 판단하기 이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자연계열 진학을 준비해온 수험생이 대학 이름만 보고 인문계열 학과에 원서를 넣는 경우가 얼마나 될 지 가늠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최상위권 대학 인문계열 학과에서는 선택과목의 영향력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수험생들이 실제 수능 성적표를 받아보지 않는 이상 스스로 가채점을 통해 등급이나 성적 등을 가늠하기 어려워졌다는 점도 불안 요소 중 하나다.

장지환 교사는 "선택과목에 따른 유불리를 줄이기 위해 조정 표준점수를 도입했지만 불확실성을 키운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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